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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of Pi Sep 02. 2023

운동과 단상(斷想)

23. 눈물의 두께

2023. 9. 1. 금요일 운동 23일 차


오늘은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일만 하였기에, 운동할 힘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사정상 취소되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이 끝나니, 말할 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타는 금요일이기도 하여 집에 오기 전에 마트에 들러 막걸리 한 병 샀습니다. SBS 돌싱포맨에 출연 중인 임원희 배우처럼 두부김치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저이기에 막걸리를 소주 한 잔 정도 양만 마시고 두부와 김치만 먹었습니다. 사실 약간 더 마실 수도 있었지만, 술은 운동에 좋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에 좀 참았습니다.


간단한 식사와 약간의 사치(?)를 뒤로 한 채 헬스장에 가서 오늘 운동인 하체운동을 시작합니다. 하체운동을 할 때는 주로 스쾃, 런지, 힙 어브덕션(hip abduction), 레그 프레스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요즘 힙 어브덕션을 좋아합니다. 오래 앉아있는 일을 하다 보니 엉덩이와 다리가 약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 운동을 하면서 엉덩이에 근육이 생기고 다리도 튼튼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하면 허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엉덩이 근육이 허리도 보호해 주는 듯합니다.


하체운동을 하면서 낮에 상담한 분을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전세 피해자분과 상담했지만, 이분은 상담하면서 가슴이 아려 왔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몇억 원의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 금액은 다른 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그분이 들고 다니는 ‘사건 파일’ 때문이었습니다. 손때가 많이 묻은 두꺼운 클리어 파일 안에는 각종 사건 기록, 법원 서류 등 피해 사건으로 고생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손때가 묻은 두꺼운 파일철은 그동안 그분이 전세 피해로 얼마나 마음고생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파일철의 두께가 피해자분이 흘린 눈물의 양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걸 공감하자 순간 그분의 눈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그 눈물의 두께가 이제는 얇아지기를, 아니 없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운동(하체 위주)을 마칩니다.




어떤 감정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발생시키는 모든 것이 반드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감이 특별한 본능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런 본능 역시 다른 모든 본능들과 마찬가지로 더 높은 이성에 의해서 통제되고 계몽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동물적 본능뿐만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판단하도록 이끄는 지적인 본능도 가지고 있다면, 지적인 본능이 동물적 본능보다 반드시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동물적 본능이 종종 잘못된 행동들을 자극하는 것처럼 지적인 본능도 종종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이끈다.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상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류지한 옮김, 『밀의 공리주의』, 도서출판 울력, 2021, 96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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