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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수 Aug 07. 2019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의 < Good to Great >를 읽고


이 책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 읽고 토론했던 책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았는데 이 책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치는 여전히 크다. 그저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내던 기업이 경쟁사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저 한 두 기업의 사례라면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지나갈 수 있지만, 대다수의 위대한 기업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스토리는 보편성이라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 특히, “레벨 5 리더십”이라 이름 붙여진 겸손하지만 강한 의지를 가졌던 리더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를 보는 것처럼 마음을 울린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의 중대한 전환기에는 예외 없이 레벨 5의 리더가  있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매우 겸손하고 나서기를 싫어하지만, 자신의 회사를 더 성장시키겠다는 직업적인 의지는 매우 강했다. 그 두 가지 측면은 역설적이고 이중적으로 보인다.”


1971년 다윈 스미스(Darwin E. Smith)는 지난 20년간 주가가 전체 시장 대비 36%나 떨어진 케케묵은 제지 회사, 킴벌리 클라크(Kimberly Clark)의 CEO가 된다. 사내 변호사 출신으로 거만한 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던 그는 배관공이나 전기공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휴가는 농장의 오두막에서 땅을 파고 바위를 들어 옮기며 보냈다. 그가 CEO로 보낸 20년간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종이 활용 소비재 회사로 변신에 성공했고 전체 주식시장의 4.1배에 달라는 누적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 직무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는 짐 콜린스가 정의한 단계 5의 리더십을 갖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리더십의 중요성은 경영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리더십이 모든 것의 답’이라는 식의 관점은 모든 다른 요소들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하기에 매우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연구팀은 리더십 외의 다른 요소들부터 하나하나 파악해 갔지만 위대한 회사로 성장한 회사에서 리더들의 특별함을 빼고는 그 성공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레벨 5의 의미는 그 특별함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일 뿐이다. 기존의 리더십 이론이 레벨 1 능력 있는 개인, 레벨 2 합심하는 팀원, 레벨 3 역량 있는 관리자, 레벨 4 비전을 가진 유능한 리더로 나누어 설명한다면, 레벨 5의 리더십은 이를 뛰어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러한 리더십을 쉽게 이해하자면 미국 대통령 링컨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위대한 나라라는 큰 뜻을 위해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지 않았다. 개인적인 겸손함과 수줍은 성격, 서투른 매너를 나약함으로 이해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의 정치적 의지만은 확고했고 내전을 불사할 만큼 강력했다. 다른 위대한 기업의 단계 5 리더들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조용하고 조심스럽지만 회사가 위기에 처하거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는 불굴의 의지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결정한 것을 밀고 나갔다. 성과를 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계자를 육성하여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왔고 자신의 실적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명성보다 회사의 성공에 더 큰 의미를 가졌다.



“나는 우리가 이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정말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그리고 적합한 사람들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면 이 버스를 멋진 어딘가로 몰고 갈 방법을 알게 될 겁니다.”


두 번째 발견도 사람이다. 그런데,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세우고 난 후에 적합한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합한 사람을 찾은 이후에 나아갈 방향을 정하였다. 여기서 적합한 사람이란 동기부여나 조직관리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먼저 확보하면 변화가 빠른 시기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버스에 올랐다면, 버스가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 내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적합한 사람들은 방향이 바뀌어도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다. 아무래도 부적합한 사람이 많은 회사는 결코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없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힘들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어렵다.


적합한 사람을 끌어 모은다는 생각은 사실 새로운 것이 없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고 역량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암울한 시절에 패니 마이의 CEO가 된 데이비드 맥스웰은 임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A급 선수들만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버스에서 당장 내리는 것이 좋다.” 26명의 임원 중 14명이 회사를 떠났고 빈자리에는 금융계 전체에서 가장 기민하고 열심히 일하는 경영자들로 채워졌다. 그들은 최선의 답을 찾아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개인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하나로 뭉쳐 실행해내는 사람들이었다.


‘적합한 사람 먼저’ 원칙을 지키는 회사들은 몇 가지 실천 지침을 갖고 있다. 첫째,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즉시 실행한다. 누군가를 관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면 그가 잘못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들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 부적합한 사람을 그냥 두며 기회를 주고 기다리면 적합한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그들이 부적합한 사람들의 일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고의 인재를 문제가 큰 곳이 아니라 기회가 큰 곳에 배치한다. 문제 처리는 기껏해야 좋은 회사를 만드는 반면 기회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회사가 위대해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셋째, 회사를 이끌어 갈 적임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회사를 키우고자 하면 절대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 성장의 궁극적인 동력은 시장도 기술도 상품도 아니다. 그것은 적합한 사람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붙들어두는 능력이다. 



“정직하게 부지런하게 노력하면서 상황의 진실을 알아내면, 무엇이 올바른 결정인지 자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먼저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결정을 연달아 내리는 일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시장과 고객은 빠르게 변한다. 그 변화를 제때에 감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퇴출된다.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과 고객,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 이후에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현실을 파악하더라도 그것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랬다. 특히, 강한 성향의 리더는 조직 내에 공포감을 조성하였고 임원들은 외부 현실을 파악하기보다 리더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 외부의 현실을 파악하기보다 리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더 걱정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CEO가 어떤 기분인지 알기 전까지는 관리자들이 입도 뻥긋하려 들지 않았다.


반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조직 내부에서 진실이 들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 방법은 첫째, 리더가 먼저 답을 내리기보다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질문은 올바른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경영진은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분석하고 토론해야 심플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둘째, 토론의 과정에서 리더는 소크라테스 같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토론이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의 질문과 대답을 유도해야 한다. 실제 성공한 기업에서는 회의 중 의견 차가 심해지면서 임원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책상을 내리치면서 격론을 벌이곤 했다. 셋째, 잘못된 결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분석해서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당사자는 변경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진실은 묻혀 버린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경영진이 함께 다른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의 경영진은 현실을 직시함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막연한 낙관주의와는 다른 것이다. 사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란 건 없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많은 경우에 실망하고 망가진다. 아무런 이유도 없고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8년간 포로로 갇혀 있었던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 장군은 달랐다. 낙관주의자들이 올해 말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때 그는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드시 풀려나 성공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이야기의 끝에 대한 믿음을 잃은 적은 없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와 심리적 상태에 대해 저자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위대한 회사를 만든 이들은 이러한 생각과 믿음을 잃지 않았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큰 것을 안다. 여우가 훨씬 교활함에도 이기는 건 늘 고슴도치다.”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제목의 수필은 고개 그리스 우화를 토대로 세상 사람들을 고슴도치와 여우로 나눈다. 여우는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을 두루 살핀다. 어지럽고 산만하고 여러 단계를 오르내리는 탓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종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통합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고슴도치는 복잡한 세계를,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안내하는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 또는 개념으로 단순화한다. 세상이 제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모든 과제와 딜레마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고슴도치 컨셉’으로 축소시킨다. 그 컨셉에 맞지 않는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월 그린즈(Walgreens)라는 회사는 전국에 가게를 가진 약국 체인이었다. 경영진이 시장과 고객의 변화 추이를 살피면서 발견한 사실은 매우 단순했다. 대외적으로 가장 좋고 가장 편리한 약국이며, 대내적으로는 방문 고객당 이익을 KPI(Key Performance Index)로 정했다. 이들은 이 단순한 개념을 끈기 있게 실천해 나갔다. 편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는 약국들을 모두 소비자들이 여러 방향에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길모퉁이로 옮기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도심에서는 고객 누구도 몇 블록씩 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1마일 반경 내에 9개의 가게를 열기도 했다. 


고슴도치 컨셉은 다음 세 가지 원의 교집합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둘째,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진 일, 셋째, 당신의 현금흐름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월 그린즈에게 셋째는 방문 고객당 이익이었다. 만일 가게당 이익이었다면 가게 수를 줄이고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곳에 있어야 하지만 편의성은 낮아진다. 가장 편리한 약국이라는 컨셉에 맞추려면 고객 방문이 많아야 하고 방문 고객당 이익이 커지면 컨셉과 경제적 이익이 맞아떨어지게 되었다.


이 컨셉을 찾아가는 과정은 몇 번의 워크샵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적합한 사람들이 냉혹한 사실들에 대해 인지하고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지속해야 얻을 수 있다. 언뜻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이 자신의 명확한 고슴도치 컨셉을 얻기까지 평균 4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컨셉의 발견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아니었고 그럴 전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톡데일 패러독스’ 정신으로 틀림없이 우리가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확신과 그것을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며 돌파구를 찾아가는 가운데 그 컨셉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럽게 이거야! 라며 발견한다기보다 조용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자율적인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음엔 사고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는 태도를 갖는 한편, 위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고슴도치 컨셉을 얻을 때까지 끈기 있게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실행해야 함으로써 축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슴도치 컨셉을 고수하며 해야 할 일과 그만두어야 할 일을 찾아내고 자신의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통제하는 문화가 아니라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을 밀고 나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여 어느 순간 돌파하는 순간이 드러난다.


반면, 좋은 기업에서 더 성장하지 못한 기업은 레벨 4의 리더가 순전히 개인적인 역량과 힘으로 조직의 규율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는 1979년 취임 첫해에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엄격한 자금관리를 제도화하고, 품질관리 기준을 높이고, 대량해고를 단행하여 지출을 줄였다. 올바른 규율의 문화를 구축하지 않고 폭군 같은 규율 강제자의 지휘 아래 성장하면 문화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결국 오래가지 않는다. 파산 직전이었던 회사를 전체 시장의 3배 가까운 실적을 올리는 기업으로 도약시켰으나 재임기간 후반기에 회사는 건강하지 못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에 ‘기적의 순간’ 같은 것은 없었다. 경영자들 자신조차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진화처럼 서서히 발전했고 축적 끝에 돌파하는 패턴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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