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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d Jun 14. 2023

부디 더 센 놈들이 경찰이 돼라.

안녕하세요 저는 요리사, 젊꼰이예요.


어렸을 때 깡패영화가 참 재밌었다.

그때 당시에 깡패가 나오는 영화가 많기도 했다. 참 재밌게 봐서 명대사를 가끔 장난 삼아 따라 하는 영화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강철중:공공의 적'이다. 설경구 배우님이 참 멋있었다.

영화가 참 신기한 게, 한번 볼 때랑 두 번 볼 때 그리고 세 번 볼 때 받는 여운이 다르다. 처음엔 골 때리는 장면이라 재밌게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내가 직업을 갖고 나서 보니깐 공감이 가서 사람들한테 참고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해야 되나....


그 장면은 강철중이 고등학생들을 심문하는 장면에서 “어떤 놈은 깡패가 되고, 또 어떤 놈은 경찰이 되고 그러거든? 부디 좀 더 센 놈들이 경찰이 돼라”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당연히 장면에선 고등학생들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네 라는 표정으로 들을 생각도 없지만 강철중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어쩌다 보니 셰프님 강연을 따라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관종이라 대중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걸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셰프님 강연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생선 손질을 하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셰프님은 나랑은 조금 다른 결인 사람이라 아이들에게 추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요리를 할 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고 좋은 기운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지 그 기운이 음식에 전달이 된다."라는 말들을 해줬다.


나는 MBTI가 'T'라서 그런가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엔 곧 취업 그리고 현장학습을 가는 친구들이라서 좀 더 현실적이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 또한 그때 당시에 그런 것들을 고민으로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위주로 이야기를 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요리가 많이 힘들어서 내 주변에도 같이 요리하는 친구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야. 현장학습을 가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 직업이 너희에게 맞는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잖아. 사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하는 환경이 좋지 않아.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하거든 그렇다고 보수가 좋은 편도 아니야. 하루종일 서 있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수도 있고 손님들 밥은 정성껏 해도 내가 먹는 밥은 그렇지 못하지. 그러니깐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요리를 생각해서 진심으로 대해야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이 직업은 본인이 진지하게 생각하는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 가볍게 생각하면 그 정도일뿐이고 내가 어떻게 자리를 닦아 놓느냐에 따라 내가 받을 대우랑 그 뒤에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도 있는 거지 그러니깐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집으로 가는 길에 셰프님은 아이들한테 그런 말을 왜 했냐고 물었다..(좋은말들만 해줘야 하는데 라는 의미로..)


내가 요리를 시작했을 당시엔 미디어에서 요리에 대한 것들이 많지 않아서 환상 같은 건 없었다.

있었다면 내가 첫 번째 5성급 총 주방장이 되겠어.라는 패기 넘치는 꿈은 있었다. (고등학교 여자 선생님은 호텔에서 여자가 달 수 있는 최고의 직급을 달았다고 표현 했는데 그게 과장이였다. 그 정도로 그때 당시엔 여자의 진급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 겠지 혹은 오래도록 일하기 힘든 분위기였거나..) 참 큰 꿈이었지만, 누구 하나 그런 생각에 현실감 있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그랬으면 내가 호텔에서 좀 더 빨리 나왔을 텐데.. 좀 더 일찍 개인업장 또는 외국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아직까지 아쉬움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그렇다. 업장에서 보면 진심을 다해 요리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부디, 더 센 놈들이 요리사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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