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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d Jul 23. 2023

한국사람들, 한식은 말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요리사, 젊꼰이예요.

나는 새로운 걸 경험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 직업이 요리사라서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울 엄마, 아빠 같이 옛날 사람들의 시선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30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10군데 넘는 직장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 군데 오래 못 있는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기엔 배우기 좋은 20대는 한정적이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요식업 업장은 널리고 널렸다.

난 가끔 내가 이런걸 늦게 깨달아 더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거 같아 아쉽기도 하다.




캐나다를 다녀온 뒤 일식을 할 시기였다. 외국물 먹고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오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막내급을 벗어난 중간급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대가리가 컸을 시기였지.

첫 직장 5성급 호텔에서 일식을 하고 싶었지만 바로 앞전에 선배가 도미로 맞고 도망치듯(?) 회사를 관뒀기에 고등학생 실습생을 받지 않는다는 절망스러운 대답을 들어 일식 할 기회를 놓친 적이 있는데.

참 희한한 게 그렇게 스타트로 한식을 하다 보니 다른 업종으로 취직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내 성별이 여자인 것도 한몫하기도 했다. 실제로 5성급 호텔 일식당엔 20명 중에 여자가 한 명이었고, 내가 들어간 일식당은 여자직원이 내가 두 번째였다.


아무쪼록 일식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펼칠 수 있었던 곳이었고 많은 걸 배우고 내가 지금껏 5성급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했던 일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시간들 이였다.

그곳에 셰프님은 지금도 가끔씩 주변 사람 또는 후배들한테 일화? 이야기하듯이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셰프님이기도 하다.

간혹 업장에 오셔서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일식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한식은 김치찌개 같은 거 끓일 때 다 때려 박고 끓이지 않냐, 일식은 재료 하나하나를 간이 배게끔 조리를 한 다음에 한 번에 끓인다'라고 하셨다.

같은 요리에 쓰이는 식자재여도 각자 식자재 익는 속도 간이 베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를 비슷하게 자른다 해도 조리 시 넣는 타이밍이 다른 이유가 이것이다. 일식은 다 따로 하지만 한식은 한 번에 넣고 끓이고 볶는다고 표현을 하셨다.

나는 이날 이후로 한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한식은 안 그런데.. 한식이 얼마나 정교하고 정성이 필요한 음식인데 어쩌다가 저런 인식이 생겼을까?



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보면서 힐링이 되는 영상이 있는데 '인호네'라는 채널이다. 한식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요즘 사람들이 보기엔 참 투박한 한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32살 한식을 하시던 셰프님인데 전통방식으로 육포도 만들고 요즘 밖에서 없어서 사 먹지도 못하는 도미선(남자친구는 도미선 요즘애들이 먹기에 너무 삼삼한 음식이라고 했지만)도 하고 맷돌로 간 콩국수 등등 요리 전공인 나와 남자친구가 보기에도 참 좋은 영상이다.


내가 이러한 일화를 남자친구한테 이야기했더니 남자친구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같이 일식 하던 친구가 일식의 장점들을 이야기하면서 한식은 안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한식이 전공이었던 남자친구가 발끈해서 요즘 젊은애들이랑 장사하는 사람들이 한식을 그렇게 만들어 놔서 그렇다며 진짜 궁중한식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지 아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렇게 또 한 번 한식의 세계화를 우리의 자해로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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