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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막 일장 Nov 13. 2023

연극 <BAE ; Before Anyone Else>

SF에서 수없이 던진 질문들에 대한 고찰과 대답

연극 <BAE ; Before Anyone Else>는 SF에서 수없이 던진 질문, 로봇은 감정을 가졌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연극이다. 그 질문에 연극은 그렇다고 답한다.

<BAE>에서 로봇 B는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사랑보다는 연민에 가까운 감정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로봇을 경멸하고 없애려고 하는 인간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들과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한 거 같다. 결말 부분에서 로봇 B는 급기야 신(新)러다이트 운동의 주동자 승주를 살리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왜 그렇게까지 그의 생각과 행동은 사람에게 향한 걸까? 그런 그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하단 생각까지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신념이 강한 건지도 모른다. 신념이 강하기에 그 신념을 지키고자 자기를 기꺼이 희생한 것이다. 로봇 B가 승주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로봇은 당신들에게 결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당신들은 로봇을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지만, 로봇도 당신들처럼 슬퍼하고 아파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위할 줄 안다. 그러니 이제는 로봇을 받아들이고 공존하길 바란다.

연극은 로봇이 감정을 가졌는가? 에 대해 자기만의 답을 내놓는 동시에 인간과 로봇은 서로 공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고찰하기도 했다.

극 중 승주로 대표되는 인간은 로봇을 자기들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기보다는 도구로 취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날로 발전하는 로봇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로봇 파괴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다급할 땐 로봇을 이용하려고 한다. 로봇 파괴 운동의 일원이 동료가 다치니 파괴 대상으로 삼았던 로봇을 소환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로봇의 존재를 부정하기엔 이미 그것은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그만큼 인간은 로봇에게 삶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로봇 파괴 운동을 벌인 걸까? 단순히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나 증오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100년의 인간은 마치 이민자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다 뺏는다고 그들을 대상으로 증오 범죄를 저지르는 자국민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다.

연극에서 그리고 있는 2100년은 과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했지만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졌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도, 로봇도. 인간과 로봇은 공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로봇은 감정을 가졌는가? 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SF에서 자주 다루는 질문이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대답을 내리기 어렵다.

무대는 은밀한 곳에 숨겨진 벙커 그 자체 같았다. 또 김시유 배우가 인간과 공존을 꿈꾸는 로봇 B를 맡았는데, 진짜 휴머노이드처럼 행동하며 말하는 연기가 참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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