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그가 먼저 말했다.
“저는 서울대 학사가 2개고,
석사가 2개고,
박사가 2개예요”
“머리가 엄청 좋으시네요”
“아니요,
머리가 진짜 좋은 친구들은 학교가 품지 못하죠.
걔네들은 학교 밖에 있어요”
“아.. 맞는 말 같네요, 서울대에선 뭘 가르치나요?”
“저는 서양사학과를 나왔는데요.
1학년 땐 영어를,
2학년 땐 불어를,
3학년 땐 독어를.
4학년 땐 라틴어만 가르치더라고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 책 원서가 라틴어로 되어 있는데,
이거를 독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1년
그걸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1년 했습니다“
“아...”
거기서 뭘 얻어냈나요? 라는 질문을 채 마치지 못한 채 그를 둘러싼 다른 이들의 ‘서울대는 아니지만‘ 학벌 자랑에 시간을 베어주었다.
자 그럼 다시.
그는 뭘 얻어냈을까?
그는, 나와 무엇이 다른 걸까?
그와 내 인생이 다른 이유
정확히는
나는 그에게 감탄사와 질문을 남발하고
그는 덤덤히 대답만 하는 이 관계 구도는
어디서부터 기인한 걸까?
무엇이 그의 인생과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든 걸까?
그는 나와 대화하며 어떤 걸 느꼈을까?
왜 그의 말엔 힘이 있고
내 말엔 힘이 없나?
이 관계의 역전은
어떻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실행해야
이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는가?
이 대화로
내가 얻어내고자 하는 답은
무엇인가.
나는, 그만큼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