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이 굳이 필요한가요?
나이 32세. 여성. 서울 4년제 졸
대기업 같은 건 못감.
그런 걸 준비할만한 선정이 안 됨.
어찌저찌 요령껏
재치를 부려가며
프리랜서로 월 1000만 원 땡기기도 하고
중소기업에서 소박하지 않은 대우도 받아가며
착실히 몸값을 올렸건만.
2024년 8월.
결과는 230만 원 홀서빙이다.
ㅋ
세이노가 말하더라
“돈 주머니를 쥔 사장 옆에 딱 붙어서 일을 배워라.
그래야 성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은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작은 기업에서 사장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라.
그래야 독립을 위한 모든 시스템을 배울 수 있고,
그의 눈에 들어야 당신이 성공한다.“
솔직히 이 문장을 보고
어처구니 없게도
‘그래 대기업은 아니야’ 라며
되도 않는 자기 위로를 한지도 벌써 3개월 전이다.
저런 걸 위로랍시고
혼자 실실 거리던 그때가 부끄럽다.
안 간 게 아니라
못 가는 거다 ㅋ
세이노의 저 말은 정말로 통찰력 있는 메시지이나,
이상한 합리화에 찌든 열등감충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민낯 그 자체의 나를 들여다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 나는 부족하고
아직 나는 배워야 하고
아직 나는,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이끌 재원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깎이고 깎여
탈탈 털린 정신에
더 이상 한 회사에서 공들여 머리를 쓰진 못하겠고...
돈은 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찾은 곳이
한 백화점 지하 1층 도넛 매장.
숱하게 실패하고
이제야 몇 명 있는 직원들 먹여살릴 정도로
한 개, 두 개
직영점을 내기 시작했다는 40대 도넛 가게 사장님.
눈이 깊은 그에게서
지금의 나와 비슷한 피곤함,
그럼에도 지금 있는 여기 이 자리는
반드시 지켜야 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우리는 특별한 게 없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조금 더 정성껏 만들어 팔면 그만이지요,
메뉴도 저게 다예요.”
“크게 돈 벌 생각 없었는데..
방송에 타면서 갑자기 유명해졌어요.
같이 몇년씩 일하던 직원들...
진급도 시켜줘야 하니까 이참에
직영점 내서 점장 만들었죠 뭐”
“수원 직영점으로 간 녀석은
내가 그냥 그 근처에 작은 오피스텔 하나 해줬어요,
거기서 점장하고 하라고.”
“신입 급여는 이만큼 주는데요,
지금 이 매장 매출로썬 이것도 좀 빠듯하긴 한데,
그래서 서브 브랜드도 구상 중이고,
지금 여기 있는 직원들 옮겨갈 수 있는
다른 지점도 생각하고 있어요,
잘만 굴러가면,
금방 진급해서 더 많이 드릴 수 있어요“
그의 이야기는 온통
직원들 이야기.
자신의 사업이 어떻다기 보단
지금 있는 직원들이 어떻다는 이야기.
어떻게 더 확장할지 보단,
지금 있는 직원들 진급을 위해
다음 지점을 고민한단 이야기.
면접자에게 필요한 걸 요구하기 보단,
회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간 성공했다며, 성공할거라며
자신을 거창하게 소개하는 수많은 사장님들을 만나봤으나
10년 뒤 모습이 그려지는 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도넛 가게 사장님은 어쩐지.. 달랐다.
그 어떤 거창한 표현도 없고
그저 자신이 아닌
직원이라는 식솔들을 위해 일한다는 그의 말에서
10년 뒤 모습이 그려졌다.
꽤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응원을 받아온 그는
이제야 그 염원이 터진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잠깐 이야기를 나눈 나도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으니까.
면접이 끝나고 도넛을 한 가득 쥐어주며
바로 출근해달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연봉 5500 받던 32세 직장인은
월 230만 원 받는 홀서빙 직원이 되었다.
[추가]
이제 좀 다르게 다가오는 세이노의 말.
“사장 옆에 딱 붙어라, 그의 눈에 들어야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