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뷰를 찾는 공간 ‘도운서원’
세계 곳곳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저마다의 서점이 있다. 가령 일본의 츠타야, 대만의 성품 서점 등이 그렇다. 도시의 특색과 문화를 잘 녹여내 현지인은 물론 여행객들의 발걸음조차 끊이지 않는 공간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에서 가장 높은 서점’이란 수식어가 붙은 서점이 탄생했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서점’ 이란 수식어가 붙은 ‘도운 서원’은 2019년 8월 12일 ‘상하이 중심센터’ 52층에 완공됐다. 약 3년에 거쳐 비로소 완공된 본 서점은 해발 239 미터, 넓이 2200 제곱미터에 달한다. 이는 대략 농구 코트 5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도서 수량은 중문 도서 1만 5000여 종, 6만 권과 외국어 서적 1150여 종, 3500권에 이른다. 더불어 수용인원은 350명까지 제한되어 방문 시 3시간가량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꺼이 기다리며 각종 SNS에 후기가 올라오고, 여러 언론에서 앞다퉈 기사를 낼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서론이 길었으니 본격 ‘도운 서원(朵云书院)’을 살펴보자.
높은 위치인 만큼 단연 경치가 돋보일 터. 덕분에 책을 읽고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최고의 뷰와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건물의 한 층을 모두 활용해 넓고 인상적인 인테리어를 구상했다.
편안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역시 잘 마련되어있다. 볕이 잘 드는 남향은 초록 잎 식물들이 가득하다. 이는 시공 전부터 건물 내부에 키워졌던 식물들을 디자이너가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정원을 설계한 것이다.
상해의 랜드마크 ‘동방명주’를 비롯해 높게 뻗은 고층 빌딩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북향은 남향과는 반대로 도시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보러 온 사람들조차 탁 트인 뷰에 넋을 놓고 말 것만 같다.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새하얀 공간은 ‘山水’라고 불린다. 희고 깨끗한 공간이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반대로 또 하나의 공간은 ‘山洞’이다. 동굴이란 뜻을 가졌으며 무겁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각각 배치된 도서 장르가 다르고 곳곳에서 굿즈도 찾아볼 수 있다.
흑백의 인테리어를 적절히 융합시켜 서로 전혀 다른 공간인 듯 분위기를 연출한 디자이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늘색과 핑크색의 대조되는 색으로 작은 두 카페를 마련해 커피와 함께 쉬어가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저마다의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도시를 이루고, 그들이 있어서 도시가 살아 숨 쉰다. 그런 그들이 한대 모여 책을 읽으며 쉬어가고, 창밖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기꺼이 주말을 내어줄 수 있는 공간. 마치 서점에 가면 그 도시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