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활 가이드 #3
<초등생활 가이드 #3>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6,300명이 넘는 심각한 상황으로 교육부는 '새 학기 학사 운영 방안'을 놓고 오락가락합니다. 교육 당국도, 학부모들도 모두, 학교를 가도 걱정, 안 가도 걱정인 그런 난감한 상황입니다. 특히나 신입생들은 입학식에서 가족, 선배,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으며 시작하는 환영의 자리마저도 여유롭게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초등 입학 준비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뭘까요?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책가방이더군요. 역시 모든 검색에서는 광고가 우위를 ㅋㅋㅋ
물론 책가방, 학용품 준비도 해야 하지만 그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의 준비 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들이 하시면 좋을 준비요^^
가정 내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빠와 엄마의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빠들은 그저 흐뭇하고, 기특하고, 뿌듯합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 벌써 커서 초등학교를 간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반면 엄마들은 조금 다릅니다. 아직 철부지 아이가 초등학교 교실에 앉아있는 풍경을 상상해 보면 걱정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여전히 화장실 뒤처리도 미숙하고, 혼자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는 것도 서툰 것 같고, 늘 지(제) 말만 하기 바쁘고, 차례를 기다려야 할 때면 감정 컨트롤이 서툴러 화내기 일쑤인, 그런 내 아이가 과연 학교 가서 잘 지낼까, 잘 적응할까 상상하다 보면 걱정이 산더미처럼 쌓여 끝이 없습니다.
저만 그랬나요? ㅋㅋㅋ
초등 생활에 관련된 책도 찾아보고, 여기저기 초등 자녀를 둔 선배 부모들을 만나, 미리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한 정보도 챙겨보지만 엄마들끼리 친해야 한다더라, 시간 지나면 다 잘한다더라, 담임 선생님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더라,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생활적인 면, 학습적인 측면 모두 부족함 투성이인 아이가 혹여 잘 해내지 못해 상처받지 않을까 많은 엄마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기도 합니다. 오은영 선생님의 유명 한 책 제목처럼 말입니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정말이지 자녀를 키우면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엄마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아이를 위한답시고 한 발 앞서 나가는 실수를 하게 만들고, 끝없이 휘말리게 되는 것이 엄마의 불안감입니다.
솔직히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불안감은 늘 비례합니다. 아예 없앨 수는 없기에, 그 불안감을 엄마 자신 스스로 잘 인식하고, 경계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 내가 지금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불안 하구나”
“아, 내가 아이 걱정이 너무 앞서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식을 하고, 인정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그래야 그다음, 또 다음 실수를 덜 하게 됩니다.
불안감은 늘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조급함에 나도 모르게 아이를 채근하고 닦달하게 만듭니다. 빨리 아이의 행동들을 고치고, 내가 계획한 대로 아이가 변화되길 바라지요.
그렇게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그 마음은 아이와의 관계마저 틀어버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누가 가장 불안하고 걱정될까요?
바로 아이 자신입니다.
엄마의 불안감은 잠시 내려두고 안정감 있는 태도로, 아이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공감해주고 불안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지요.
아이들은 매 순간,
매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며
자랍니다.
끔찍할 만큼요^^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초등학생 되네, 기분이 어때?”
“막, 형들처럼 책가방 메고 등교하는 거야? 으~~~ 떨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겠다 그렇지”
“누가 담임선생님이 될까?”
“새로운 친구들이 많겠지?”
사실 이런 류의 말들로 긴장감을 공감해주면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닥쳐야 할 일들에 아직 서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조금씩 궁금한 것들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겠지요.
결국 부모가 도와야 할 초등 입학 준비 가운데 중요한 것은…이런 대화들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는지,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긴장감과 동반된 설렘도 상기시켜 준다면 공포심, 불안감 대신 기대감, 설렘으로 등교 첫날을 맞이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헤아려 주자니 불안하실 부모님들에게 입학 전 안내사항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1. 많은 부모님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생활습관 잡기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물론 살면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7살에서 8살이 되었다고 어떻게 하루아침에 잘할 수가 있을까요 ㅠㅠ
아이들 생활습관은 속 터지 시겠지만, 스무 살 될 때까지 가르쳐준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천천히, 매일매일, 앵무새처럼^^
아이의 행동을 섣불리, 급히 교정하려 들면 더 퇴보하고, 정서적으로 불안만 가중된답니다.
2.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떼기나 학습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물론 한글을 술술 읽으면 학습의 시작점이 조금 수월하기는 하겠지요. 반면 한글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학교에서 배워오는 것들을 집에서 도와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답니다. 한글 학습지부터 시작하지 마세요 ㅠㅠ
3. 입학을 앞둔 아이의 마음, 불안함, 설렘, 걱정의 마음들을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활 지침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걱정되고 불안한지,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아이 마음부터 공감해 주어야 그다음, 오리엔테이션도 가능하답니다. 첫째도 공감, 둘째도 공감^^
4. 수줍음이 많고,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데 서툰 아이라면 학교 생활에 관한 선행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령 입학 전 학교를 미리 방문해서 구경해 본다던가, 학교 생활에 대한 상황들을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예측할 수 없을 때 스트레스가 더 심할 테니까요.
5. 초등 1학년은 유치원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갑자기 어른 취급, 다 큰 아이 취급하는 실수들이 가장 흔합니다. 우리도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되었다고 갑자기 짠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6. 아이가 매일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칭찬해 주셔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매일매일 칭찬하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은 충전이 되고 힘을 얻습니다.
7. 초등 생활에서 학습만큼, 아니 학습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조절 능력[1]을 기르는 것입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일어나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놀거나 화장실을 가고, 수업시간 동안 앉아 있는 힘을 기르고, 때론 지루하지만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경험들을 하는 것이지요. 결국 이 조절 능력은 아이의 행동에만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학습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자 중요한 요소랍니다.
[1] 조절 능력: 자기 조절(self-control) 은 억제 조절의 한 측면으로, 어떤 충동으로부터 감정, 사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집행 기능의 하나로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인지 처리를 말합니다.
8. 우리는 초등학생이 되면 숙제도 알아서 척척, 받아쓰기도 척척, 학원 시간도 아이 스스로 척척 잘해야 하는 것처럼 기대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하는 습관은 처음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말투로, 한 가지씩 익숙해지도록 혼자 하도록 기회를 주고, 해나가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엄마가 밥 먹기 전에 숙제하랬지, 했어 안 했어?” 하는 취조식의 대화가 아니라, “초등학생이 되는 건 하나씩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챙기는 걸 배우는 거야” 우리 00이 가방 한번 챙겨볼까?”라고 말이죠.
9. 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알려줄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많으면 기억하기 힘들겠지요. 친구를 육체적으로 때리거나 언어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것에 대해 미리 잘 알려줍니다.
10. 유치원과 비교해 초등생활은 기다림과 시련의 연속입니다. 유치원은 비교적 소규모 그룹으로 자신이 원할 때 교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여전히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6.6명입니다(2018~2020년 자료 기준)
아이들은 거절에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도움 요청한 것에 대해 도움을 받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이해시켜줄 필요는 있겠지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요.
11. 한글 떼기는 마치 초등학교 입학의 관문 같은 것이지요. 물론 8세 전후로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서 한글을 깨치기 이상적인 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글 떼기가 학습의 척도가 절대 아니니, 한글이 아직 미숙하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더 많이 읽어주면서 한글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12. 초등 학습은 독서가 반입니다. 아니 전부입니다. 여전히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고, 몸으로 실컷 놀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 안에서 충분히 아이는 잘 자랍니다. 갑자기 초등 입학 후 글밥 많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 주지 마세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만 키운다면 성공입니다.
13. 아이들은,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은 너무 힘듭니다. 쉬는 시간도 그래서 있는 것이지요. 몸을 움직이고, 뇌에 좋은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학교에서 다녀온 아이들, 하루 종일 앉아 있던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장하다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14. 초등학교 3학년 때 까지는 아이를 오히려 더 아기처럼 대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끌어안고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진심으로 “오늘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수업 듣느라 힘들었지, 애썼어” 너무 멋지다”라고 늘 말해주어야 합니다. 갑자기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형처럼 언니처럼 행동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답니다.
15. 공부 잘하는 책상, 좋은 가방, 좋은 옷, 좋은 학용품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부모가 자기 옆에서 든든히 자기편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학교에서 속상한 일, 힘들었던 일,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일들에 대해 부모에게 공유하게 됩니다. 엄마는 내편이라는 마음^^ 어쩌면 양육에서 전부 아닐까요?
16.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보냈는지 너무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교하자마자 돌아온 아이에게 취조하듯 질문 폭격은 금물. 물론 묻지 않아도 쫑알쫑알 떠드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렇다면 땡큐죠^^
집에 돌아와 한컴 쉬고, 간식을 먹으며,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구체적으로 질문을 합니다. 가령, 오늘 점심은 무슨 고기반찬이었어?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친구들하고 놀기도 해? 수학 시간에는 덧셈 뭐 이런 거 배우나?
17. 생활습관 잡기, 자기 주도 학습이 한순간에 척척 될 리 만무하답니다. 6년 내내 어떻게 하는지 가이드해주고, 잘 안되면 더 나은 방법을 같이 궁리해보고, 공감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초등 1학년 때 아이 스스로 착착착 실수 없이 하길 기대한다면 갈등만 커진답니다.
18. 아이들은, 아니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교과서를 빠뜨리고 가서, 준비물을 빠뜨리고 가서 본인이 겪은 당혹감을 통해 준비의 중요성을 배우기도 합니다. 다만 처음에는 어떻게 미리 챙기는지, 숙제는 어떻게 해가는지, 하나씩 해보게 하면서 가르쳐주는 것이겠지요.
19. 초등학생의 막중한 임무는 "잘~~~ 놀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조절 능력은 아이가 자신의 몸을 쓰고, 뛰고, 놀면서 충분히 익혀 나가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야외활동들이 제한받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자연에서 실컷 뛰어노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법, 자신을 조절하는 법, 집중하는 경험 등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