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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Nov 02. 2023

몸의 이야기를 듣다

인 요가를 해본 적 있나요?

어딘가가 갑자기 아플 때, 몸은 '이제야 나를 봐주네' 하고 심술 난 듯 말을 건다. 매번 그랬다. 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넬 때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치거나 통증으로 툭- 신호를 줘야지만 뒤늦게 알아차리는 편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그때 돼서야 약을 먹으면 뭐 하나,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러다 인 요가를 시작한 후부터는 몸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인 요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가와는 다르다. 하나의 자세를 2~3분 정도 유지하며 고요하게 머무른다. 모두 동일한 동작을 하는 건 같지만, 그 동작 안에서 나에게 맞는 동작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과하게 무리하는 건 아닌지, 적당한 자극은 되는지, 몸의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오늘 요가 선생님의 가르침은 '침묵'이었다.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고요한 침묵에 머물러보는 것이었다. 요가하는 도중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최대한 몸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다. 약간의 뻐근함이 느껴지거나, 적당한 즐거움이 있는 자극이 느껴지는지 말을 건네면서.


몸소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요가나 명상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많은데, 자꾸만 이해부터 하려는 욕심이 올라온다. 책을 읽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언어나 생각으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겨난다. 


"언어의 세계를 뛰어넘을 때, 내면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도 모르게 생각이나 말로 하고 싶은 욕구가 들 때마다 그저 침묵 속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가는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과도 같으니까, 그럴수록 더 나를 살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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