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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Dec 12. 2020

올해의 책

어떤 책인가요? 왜 기억에 남나요?

-작심삼십일 12일차-

12/12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_ 박찬국 지음 (21세기 북스)


사실 올해는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큼의 좋은 책을 만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읽은 후에도 지금까지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는 구절을 남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골랐다. 바로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사는 게 특별히 힘들어서 이 책을 찾게 되었다기보다는 단순히 '니체'라는 철학자에 대한 호기심에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나는 수능 때도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과목을 보았을 정도로 윤리, 철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이 된 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깊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익히 알려져 있는 철학자인 니체의 사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고, 서점에서 니체에 관한 책을 보던 중 쉽고 잘 읽히게 설명이 잘되어 있는 듯하여 이 책을 구매했다. 산지 꽤 된 책인데, 계속 읽다 끊겨서 실은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얼마 전에 한번 각 잡고 읽어보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책이다. 그래도 내가 읽은 부분에 한해서는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책은 이 책이다.

" 초인이란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난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다"
- 니체 '초인의 정신'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구절 중 하나다. 올해 봄? 여름 즈음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저 말이 그저 멋있다고 여기고 선망하는 삶의 태도로만 올려다봤었다. 근데 지금 와서 다시 되새겨보니 저 구절을 접하기 전과 후로 내 삶의 태도가 큰 변화를 만났음을 느꼈다. 고난을 만나면 지레 겁부터 먹고 빠져나갈 구멍부터 찾거나 눈을 질끈 감고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길 마냥 바라던 내가 이제는 고난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낯선 것, 무서운 것, 어려운 것을 마주했을 때 아직 두렵고 겁은 많이 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고난을 나의 스승이자 내 삶의 동반자이자 나의 성장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완전히 받아들이게 됐다. 이제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한숨보다는 이 일을 끝마치고 위기를 이겨낸 '내일의 나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에 대한 기대가 두려움을 한참 앞선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오늘의 힘듦을 이겨버린 짜릿함이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니체가 아마도 이런 짜릿함을 나누고 싶어서 '초인'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게 살아라. 배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 -니체

이 말도 내가 참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스스로에게 가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잘만 다듬어서 현명하게 내 삶으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내 안의 엄청난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말이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세우고, 다그치는 것이 아닌, '고난, 위험'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고난과 위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기에 이런 고통, 어려움, 고난, 위험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살아있음' 그 자체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위험을 자처해서 실패를 많이 맛보고, 넘어서는 산의 수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삶의 지혜가 생긴다. 내가 모르던 낯섦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지적, 정신적, 육체적인 성장을 경험하기도 한다. 낯선 것에 부딪히고, 스스로에게 어려운 해결과제를 지속적으로 던져주는 사람에게는 '인간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에 오늘도, 앞으로도 나는 위험하게, 배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나의 도시를 세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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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이 말은 곧 욕망과 권태 둘 중 어느 한 곳에만 치우친 삶은 고장난 괘종시계임을 말한다. 지나치게 욕망에 휩싸인 삶, 지나치게 권태로운 삶. 이 두 가지 삶은 제자리에 멈춘 시계와 같은 인생을 의미한다. 고난을 회피하고 쉽고 편한 길만 걷고자 하는 마음은 인생을 지금 이 나이 그대로 더 이상의 성장 없이 멈추게 만든다. 부딪혀야 한다. 더 멋진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고난을 행복하게 맞이하자. 끝없이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며 스릴 있게, 재밌게 인생다운 인생을 살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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