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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Feb 14. 2020

<자존감 수업>

대한민국에 부는 자존감 열풍에 관한 나의 생각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인간으로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 따라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똑같은 인간인 타인들, 나아가 인류도 사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즉 ‘나’의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타인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나’의 자존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나 또한 대학에 와서 많은 이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자존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의 칭찬 하나에 한없이 기뻐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들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내가 부족한 부분을 부끄럽게 여기며 숨기려 들었고 이는 결국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갈수록 나라는 사람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나조차도 헷갈렸고, 중심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심적으로 강인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국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는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열풍이다. ‘자존감 수업’을 비롯한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이 자존감의 중요성과 자존감 회복법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연 정확히 무엇일까? 자존감을 구체적으로 정의해보면,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개념화할 수 있고, 그 개념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로 젊은 청년층이 자존감에 관한 고민을 갖고 서점에서 이런 책들을 사 간다고 한다. 나는 서점에 한창 자존감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즈음에 자존감에 관한 책 몇 권을 읽어 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이 ‘자존감이라는 것이 이런 단순한 감정적 위로만으로 회복될 만큼 쉬운 자기 개념이라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감정적 위로를 전달하고 자존감의 중요성만 강조하다 끝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개개인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최선을 알려주는 책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대담하게 생각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느꼈지만, 다 읽은 이후에도 자존감을 마치 내가 가진 감정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환원시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에 순응한 채,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한 듯했다. 다시 말해, 자존감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존감 하락의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 사회’라는 사실은 자명하고, 심지어 저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근본 원인을 바로잡아야지만 더는 사람들이 자존감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것을 간과한 채 지극히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책만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어떠한 면이 젊은이들을 이토록 힘들게 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걸까? 우리가 한국 사회에 속해서 살아가는 한, 타인과 끊임없이 연대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공동체 내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이라는 문제점에 직면한다.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스펙 중심주의라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가치 평가 기준은 갈수록 사람들의 생각을 병들게 하고 연대 의식을 강화하기보다는 경쟁의식을 부추겨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늘고, 사람들의 행복감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잘못된 사회의 가치 평가 기준과 더불어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은 사람들을 심적으로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의 삶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스마트폰, SNS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오는 맛있는 음식 사진, 해외여행 사진 등을 보면 본인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다고 비교하고 우울해하며 이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SNS의 특성상 주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 즉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행복한 부분들만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이 가져온 초연결사회는 타인과의 경계선은 허물지만, 마음의 거리는 그만큼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자존감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모두가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할 중대한 사회적 과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주위 사람들에게 충분히 존중받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면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그다지 심각한 고민거리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사회과학적 견지에서 보면 사람의 가치는 사회적 쓸모에 의해 평가될 경우에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할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쓸모가 아닌 돈, 학벌,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지극히 세속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존감에 관한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을 사회적 평가의 기준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사회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행동을 열심히 해도 낮은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존감이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내 얼굴을 거울을 통해서만 마주할 수 있다. 이렇게 나의 얼굴을 보기 위해 거울이 필요하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에는 타인이라는 거울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자기 개념과 자기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타인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대’하여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을 바탕으로 지지적인 관계를 맺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사회적 가치가 실현된 가치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소속 집단에 속하여 타인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면 각 존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쓸모, 즉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자존감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연대와 화합의 장으로서 사람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SNS를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SNS의 문제점이었던 허물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SNS가 가진 ‘초연결성’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이 함께 한국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점에 대해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사회 개혁을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전개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 공유 과정을 거쳐 사회의 잘못된 가치 평가 기준이나 제도까지 바로잡는다면 ‘자존감 회복’을 위한 사회적 과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여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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