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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Dec 20. 2020

올해 나의 일상을 지탱해준 것

힘든 한 해였죠? 무엇으로 일상을 버텼나요?

-작심삼십일 19일차-

12/19


혼자만의 시간


올해는 유난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 혼자 넷플릭스 보는 시간, 혼자 책 읽는 시간 등등. 뽈뽈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바빴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에서 잠자코 앉아(or 누워) 사색을 즐기는 일이 많았다. 보통 같으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번지기 십상이었는데, 올해 나의 혼자만의 시간은 조금 달랐다. 확실히 성숙해진 듯했다. 작년까지 나 혼자 하는 생각은 항상 여러 경우의 수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생각으로 번졌고,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더 움직이려고 했고, 더 다른 일들, 주변사에 관심을 돌리기 바빴다. 그러다 올해, 올해는 정말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하지 말고 나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딱히 거창하게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나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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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내 안의 부정적인 마음과 거기서 나오는 말, 행동을 바로잡고자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했다. 계속 스스로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갈고닦아 더 멋지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예전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고민 상담식으로 내 얘기를 했다면, 이제는 내가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이를 직접 해결하고자 더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가끔은 그러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책을 찾아 읽으며 해답을 구하고 나보다 인생 경험이 더 많은 언니와 대화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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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혼자 하는 고민들은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깊이를 만들어 주었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다. 더 당당해졌고 더 힘 있어졌다. 혼자 열심히 생각하면서 키운 마음 근육은 혼자만의 생각을 할 때에도 더 이상 부정적인 결론으로 빠지지 않게 해 주었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에도 더 강인하게 버텨내는 힘이 나게 해 주었다. 내가 나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관점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니까 세상에는 아름답고 멋진 것들이 참 많았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사람 한 명 한 명에서도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깊이, 가치가 느껴졌다. 감독, 작가,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이 나에게, 또 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동시에 내가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것이 너무나 많았음을, 또 내 안을 다채롭게 채우려면 더 넓은 마음과 폭넓은 생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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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작품 같았고, 나도 그런 작품 같은 존재였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올해는 이렇게 작품 같은 세상과 나를 들여다보는 맛으로 살고 있다. 세상 모든 존재가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 그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이 세상에서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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