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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Dec 23. 2020

올해의 설렘

올해 심장을 두근대게 만든 물건, 일들을 써보세요.

-작심삼십일 23일 차-

12/23


내 삶의 태도를 바꿀만한 작품을 만났을 때


책, 영화, 드라마, 음악 가릴 것 없이 올해 정말 집콕하면서 방구석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겼다. 올해는 책을 읽는 태도,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태도, 음악을 듣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것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의 글자, 있는 그대로의 그림, 있는 그대로의 멜로디만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글자나 그림 아래 숨겨둔 깊은 의도를 읽고자 했고, 멜로디나 가사 안에 담긴 작가의 감정선에 공감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접한 대부분의 책과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은 나의 가슴을 스쳐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나를 감동시켰다. 이 전에는 어떤 작품이든 볼 때의 감동과 여운이 그 날 이후로는 남아있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언제 다시 떠올려도 그때 내가 느낀 설렘, 감동의 감정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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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무 신기한 게, 꼭 어떤 작품이든 나에게 필요한 순간에 나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작년부터 그렇게 보라고 추천해줬던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도 작년에는 안 보다가 올해 봤는데, 정말 좋았다. 보면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가 너무 많긴 한데 몇 가지만 추려보자면 이렇다.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 쓸데없는 말이라도 듣고 싶을 때."  

"앞으로 올 시간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앞질렀달까... 그때 우린 그때의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야. 지난 시간은 그냥 두자"

"그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기대도 될 거 같고 안아도 될 거 같고 후회하지 않을 거 같고. 뭐 그런 믿음이 깨지는 과정이 연애지만...."

보통의 20, 30대 여자 사람이 겪을 만한 사랑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서 너무 좋았던 드라마였다. 그리고 드라마 비밀의 숲도 작년부터 친구들이 계속 추천했지만 안 보다가 올해 도전했는데, 원래 어두운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던 내가 비숲을 시작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나 영화도 잘 보게 되었다. 다 때가 있나 보다 하는 걸 비숲을 본 뒤에 제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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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더 해빙,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도 미루고 미루다 올해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의 내용이 기대되고 설렜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고 내 삶에 반영하기 위해 곱씹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자라고 시각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 땐 더더욱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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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음악을 들을 때 가사나 노래 제목은 거의 신경을 안 쓰고 멜로디에만 꽂혀서 듣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올해 김이나 작사가가 나오는 방송과 김이나 작가의 SNS를 보면서 노랫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작사가에게 관심이 가니까 작사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메시지를 담아 어떤 표현을 멜로디에 싣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들을 때 노랫말을 더 유심히 듣게 되고 멜로디가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은 노래라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간간히 듣곤 했다. (사실 가사도 가사지만 멜로디가 정말 내 스타일인 노래를 발견하면 이보다 더 설렐 수가 있을까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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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렇게 다방면에서 문화적인 시각이 넓어진 두근거리는 한 해였다. 올해 내가 보고 들은 감명 깊은 영화나 드라마 대사 한 줄, 책 속의 문장 한 줄, 노랫말 한 줄을 발견할 때의 설렘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작가와 작품을 매개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주는 설렘은 올해 나를 성장시켰고, 행복하게 했고, 매일매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난 오늘도 설레는 한 문장을 찾아서 책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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