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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May 25. 2019

담과 사람들

담과 사람들 에필로그

  담은 때로는 외부로부터 나를 지키기도 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정에서 담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장 일반적인 생각은 넘지 못할 장벽으로 단념, 체념을 의미하며, 오르지 못하고 담장밖 세상을 그리워하는 것 조차 아예 차단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의 담을 쌓은 경험은 없으세요? 저는 몇 명에게 나와 가치관이 달라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 스스로 그들을 내 마음에 담을 쌓아 진입하지 못하게 막은 적이 있고 앞으로도 안 그러겠다고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나만이 담을 쌓은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누군가도 내가 접근하지 못하게 마음의 담을 쌓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군가는 담을 쌓고 또 누군가는 그 담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큰 고을 영주가 된 공광규 시인처럼 마음의 담을 허물면 사람과 세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일정 기간 수용생활을 마치고 출소 후에도 ‘전과자’라는 마음의 감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불 수 있습니다. 출소 후에도 뻔뻔하게 사기행각을 하고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이들도 있지만,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스스로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부딪혀 스스로를 담 안에 가둬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내 지인이 교정시설에 입소하게되면 ‘불쌍하고 안타깝고 그럴만한 사람’이지만 그 외의 수용자는 모두 ‘벌 받아 마땅한 못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사회에서 범죄인으로 격리처분을 받기 위한 이들을 지켜보는 교도관들도 사람으로 보고 싶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또 사람은 괜찮은데 환경적인 부분에서 입출소가 반복되는 이들도 있고, 또 한번만 비빌 언덕의 기회를 마련해주면 정말 잘 살아갈 이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이런 이들에게 지난 죄에 대한 처벌은 담장 안에서 받고 담장 밖으로 나갈 때는 새로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어떤 이들은 자신들 스스로 쌓은 옹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상이 그들을 향해 철옹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수용자만이 아니라 한때 아프고 힘들었던 경험으로 마음의 상처가 되어 스스로 그 마음의 감옥에서 출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또는 그들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서서히 담장을 허물기를 권하고 싶다.    

30년 동안 교도관으로 재직하며 교도관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자문해보곤 한다. 박노해 시인님의 ‘해뜨는 사람’에서 등장하는 교도관처럼 여러날 장마로 바깥 공기조차 못 마시는 이들에게 햇살을 안고 출근하지 못함을 아쉬워 하는 사람인가? 교사로 도사로 파이프 역할을 하며 세상을 잇는 사다리 같은 사람인가? 우락부락한 수용자들 뒤에 힘없이 뒤따라다니는 무기력한 사람인가? 아니면 곤궁한 처한 이들을 교활하게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인가? 보통이상의 사람과 보통이하의 사람을 보통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힘든 이들에게 부모형제처럼 의지하고 싶은 그런 따뜻한 사람인가?

많은 교도관 중 조금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 우리 담장 안 세상을 쓰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더 늦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가 단지 어느 한 교도관의 하소연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힘든 보통이상과 보통 이하의 많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경험하며 성찰한 이야기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기회가 될 수는 없을까? 

누군가는 세상을 보듬겠다는 꿈을 꾸지만 교도관들은 한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인 한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도 없다. 만육천의 교도관들은 밤낮으로 자신들의 자유마저 담장밖에 영치시키고 들어와 어두운 담장안에서 생각이 그릇되고, 악랄한 행동을 하고,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인생이 불쌍한 이들을 돌보며 한사람이라도 세상밖에 당당하게 세우기위해 애쓰고 있다. 또 교도관과 함께 5천명 정도의 교정위원과 각 분야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참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나는 여기서 나와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처음 세상밖에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낯설기도 하고, 숨겨진 이야기들일 수도 있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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