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날 Dec 01. 2021

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밀려날까

MZ세대와 일하는 방법

만으로 반백살인지 우리 나이로 반백살인지 따지는 거 보면 반백살이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데, 나만 그 변화를 못 알아채거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부릅니다. 공자가 50세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인데, 공자 정도 되니까 50세에 하늘의 뜻을 아는 거지, 저 같은 일반인은 하늘의 뜻은커녕 주변 사람들의 뜻도 알기 어렵습니다.


특히, MZ세대라고 해서 2030 세대들과 일을 같이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왜 회사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지 잘 몰랐는데, 요즘은 어렴풋이 왜 나이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많이 없는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몸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내 생각과 업무 스타일은 요즘 세대에 잘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조직의 대다수 인원이 나보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내 생각과 소통 방식, 업무 스타일은 예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젊은 직원들과의 충돌이나 불편한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양쪽 다 실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젊은 직원들과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여러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의 원인인 것이고 내가 현재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조직을 구성해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핏이 맞아야 합니다. 스포츠 경기로 보자면 개인 종목이 아니라 단체 종목이다 보니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 플레이가 가능한 팀워크가 훨씬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성과를 내면서 나름 인정받는 선수일지 모르지만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방해만 되기에 팀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지금까지 플레이 스타일을 고집하고 변화하는 팀 플레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면서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옛날 사람이 되면서 밀려나는 것입니다.



MZ세대와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30 세대와 어떻게 팀 플레이를 하면 될까요? 주변에 있는 2030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몇 가지 스스로 지키려는 원칙이 있습니다. 저처럼 나이 들어 일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1. 성질내지 말자


저 정도 연차가 되는 분들이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욕성과 고함을 들으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겁니다.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팀원들의 실수나 잘못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를 내고 싶어서 화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짜증이 나고 화가 나면서 점점 끓어올라 소위 뚜껑이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MZ세대들은 감정 노동에 취약하기도 하고 굳이 회사에서까지 감정 소비를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질내서 하는 이야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고 반발합니다. MZ세대에게 밀려나지 않으려면 온유하고 겸손하게 고객을 대하듯 다가가야 합니다.


2. 가르치려 하지 마라


회사에서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코칭을 통해서 팀원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예전에는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고 못하면 혼이 나면서 배웠다면 요즘은 주도적으로 알아서 해보도록 한 뒤 보완이나 개선할 부분이 있더라도 바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알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합니다.


답답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억지로 가르친다고 해서 배우는 사람이 알아듣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잘된 사례를 제시하면서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전혀 개선이나 보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소위 잘 키워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3. 먼저 인사를 해라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사회경험도 부족하고 직급도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특징이고 심하게 말하면 꼰대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사람이 이상한 게 사무실에서 마주치면서 목례 정도도 안 해주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괘씸하기도 하고 모른 체하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합니다.


점점 더 수직적인 세상에서 수평적인 세상으로 변하고 있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직급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내가 나이 많고 직급이 높고 그래서 인사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 이상 어울릴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 알아봐 주고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지 않으면 MZ세대와 어울릴 수 없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더 이상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4. 마음을 비우자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이가 들어도 욕망이 사라지지 않고 명예욕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너 나 몰라?'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이런 사람이야 식의 과시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소위 라떼는 말이야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아무리 잘 나갔다 하더라도 요즘 사람들에게는 옛날 옛적에 있었던 일에 불과합니다. 과거의 성과는 더 이상 현재의 나를 증명해 주지 않습니다. 한때 잘 나갔다고 해서 지금도 잘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5. 부끄러운 줄 알자


나이가 들면 멋진 아저씨가 될 줄 알았는데, 멋지기는 커녕 추해지는 것도 순식간이 나이가 되었고 예전 같으면 눈치 보고 신경 썼을 일들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냄새나는 나이 많은 아저씨가 되지 않으려면 더 눈치 보고 신경 쓰고 살아야 합니다. 옷이나 외모도 더 단정하게 다니고 향수나 데오드란트도 신경 써서 사용해야 합니다. 내가 굳이 이 나이 먹고 다른 사람들 신경을 왜 쓰냐 하는 순간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는 겁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예전 생각으로 예전 스타일로 일하고 있다면 밀려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회사 일은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기 때문입니다. 뒷방 늙은이가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몸은 나이 들어갈지 몰라도 지금까지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서 2030 세대가 찾는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직설적인 표현이 좋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