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ldhail Aug 15. 2021

수신호

내가 겪은 웃긴 이야기 : 컬투쇼에 낼 것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

이 이야기는 내가 정말 겪은 이야기다.


난 좀 특이한 곳에서 군대를 나왔다. JSA.

맞다. 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나와 전우들은 어느 부대보다 가장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작전을 수행했다.


그중 '야간 수색'이라고

군사 분계선을 옆에 두고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뤄

북한의 침투 흔적이나 이상 활동 등을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작전이 있다.

좋은 작전을 위해 서로 3~4m가량은 떨어져서 작전을 수행한다.

당연하게도 서로 말을 할 수는 없고 야시장비를 통해 수신호로 대화한다.


내가 군 생활 한지 1년이 좀 안되었을 무렵,

우리 부대에 대대장을 포함해 몇몇 간부들이 새로 오게 되었다.

참고로 '대대장'은 우리 부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군 생활을 해보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런 높은 사람이 새로 올 때는 군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런 짜증 나는 문화가 있다.

그리고 새로 온 사람 스스로도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온 대대장이 병사들과 함께 야간 수색을 한다고 했다.

당시에 나는 작전을 좀 잘한다고 평가를 받을 때라, 이 수색에 어쩔 수 없이 차출되었다.

(인정받는 느낌이어서 당시에는 좋았던 것도 같다.)


수색을 한참 하던 중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모두 잠시 멈춰있을 때였다.

마침 여름밤, 수풀 속이어서 그런지 산모기(아디다스 모기)가 너무 많았다.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수마리의 모기들이 내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물었고 너무 간지러웠다.


여기서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엉덩이를 정말 조심스럽게 긁다가, 아무도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아

나 스스로 엉덩이를 꼬집고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뒤를 치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놀라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북한군인가?'

'총을 쏴야겠지?'

'포상휴가인가?'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 부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간부가 내 뒤에 쭈그려 있었다.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해 혼나는 줄 알았다.

'하... x 됐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그 순간

신입 간부가 위장으로 가려도 표정에 간절함이 보일 정도로 이렇게 말했다.

.

.

.

.

.

'방금 그 수신호 뭐였어?

나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ㅠㅠ'




안 웃겨도 웃어주시고

웃기면 여기저기 공유해주시길

copyright 2021. 박찬우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퇴마록 #7 :콘셉트에대하여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