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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Aug 27. 2021

나쁜 날에 대처하는 법

뭔가 잘 되지 않는 하루도 있다.

어제 그런 글을 써놓고 나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뭔가 잘 되지 않는 하루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늘 하루

늦잠을 자버렸다.

헐레벌떡 일어나

오전에는 등기소 업무를 보러 갔다가 비가 와 비를 맞았다.

연달아 있던 미팅은 취소되고, 점심 직후 있던 미팅도 취소됐다.

그냥 취소도 아니고, 방문을 했더니 돌아가라는 수준이어서 몹시 황당했다.

다음 미팅도 사실 프로젝트 범위를 줄이자고 업체에서 이야기를 해, 나로서는 좀 섭섭했다.

저녁에는 서류를 제출하려고 했더니 컴퓨터가 고장 났고

주변 피시방 세 곳을 돌아다녀도 '한글 프로그램'이 잘 되질 않아서 서류 완성도 못했다.

집에 돌아갔더니,

어머니는 어머니 친구들이랑 집에서 이야기하고 계신다고 나가 있으라 하셨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올바른 일을 하라'

뭐 맞는 말씀이지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좀 스트레스받는다.

하... 


https://blog.naver.com/hyemi35/222247714152

퇴근길에 잠시 카페에 들른다.

늘 보기만 했던 예쁜 카페다. 한번쯤 와보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더 예쁘다.

트인 창이며, 빗방울이 유리창을 간혹 가다 건드리는 소리며, 어둑어둑한 분위기며

여기서 브런치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이 멋있어 보인다.

사장님이 커피를 추천해주셨다.

너무 맛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정말로.

이런 커피가 있나?

한잔 쪽- 빨면서 바깥을 본다.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뷰는 점점 더 좋아진다.

신기하다.

어, 그러고 보니 노래도 좋네.

끼고 있던 에어 팟을 빼고 카페 음악소리와 커피 내리는 소리에 집중해본다.

좋다. 행복하다.


뭔가, 다음에 좀 더 빨리 퇴근해서 일하고 싶다.

맛있는 커피만 연달아 마시면서 하루를 물들이고 싶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좀 더 바깥에 집중한다.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나를 칭찬한다.


진짜 잘되려고 그러는 거네.

나 여기 와보게 만들려고. 세상이 나를 도와준 거네.

오늘은 높이 올라온 파도가 좀 두려웠지만, 나름대로 멋진 서핑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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