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미디어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사실이니까.'
몇 개월 전, K 모 사의 J 기자가 이런 비슷한 말을 남겼다.
당당한 목소리로.
본인은 사실만을 다룬다는 의미였겠지만,
본인 뉴스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다.
모른 체 하는 걸까?
'지구 온난화'.
말만 들어도 오싹한 말이다.
다섯 글자 안에 이유가 딱히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이유가 인간으로 돌려진다.
마치 누군가가 잘못한 것만 같고, 인류의 풀지 못한 숙제인 듯 느껴진다.
이 단어를 '기후 변화'로 바꿔 쓰면 어떤 느낌일까?
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덤덤해진다.
'미국의 외계 문명 개발'과 '화성 탐사'는 어떤가?
한쪽은 왠지 모를 초강대국의 야욕이 드러나는 한편,
한쪽은 가슴이 두근대게 만든다.
결국 그 기자로 인해, 나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몇몇 기자들도 같은 기사를 냈고, 두 번 세 번 죽였다.
이들의 방식은 소름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
사실 몇 가지를 덜어내고, 자극적인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기승전결 맞춰 미디어에 뿌리기만 하면 된다.
아, 사실 몇 가지를 덜어내는 게 뭐가 대수냐고?
심도 있는 분석은 없어도 된다.
본인들은 '사실'을 다루는 것이니까.
그렇게 스스로의 고결함에 마취되면 끝이다.
그렇게 TV에서 나오는 뉴스 한 번이면,
사람들은 사실만 보고도 누가 나쁜 놈 역할인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맥락이나 상황은 개나 준다.
사실 전체나 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런 미디어는 없다.
나는 '편집된 사실'은 거짓보다 힘이 세다고 본다.
사실을 편집했으니, 그 증거가 얼마나 사실적일까. 사람들은 더 쉽게 믿고 빠져든다.
그래. 편집된 사실은 거짓은 아닐지 몰라도 누군가를 속이는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속임 속에는 개인의 악랄한 목적이 있기에, 더욱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편집된 사실'로 사람을 죽이는 '편집자'들은 매일 스스로 반성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