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이 너무 예뻐서
그 순간이 너무 감동적이라
그 순간을 결코 잊고 싶지 않아서
그 순간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은
꺼내볼 때마다
그날의 사건, 그날의 감정, 그날의 공기, 그날의 소리까지
생생하게 소환해 내는 마술램프가 되어준다.
그러다 가끔
그렇게 찍었던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낸다.
덧붙이는 글자 한자 없어도
보내는 이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보내는 이의 마음을 꼭꼭 숨겨놓고
사진은 비밀편지처럼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
그 막막한 마음에
때가 되면 갈 길을 찾아 순리대로 향하는 새들처럼
우리의 지금도 헤매는 것이 아닌 그때를 향한 과정임을
고개만 떨구지 말고, 하늘을 바라보길 바라는 응원을
저 새들의 등에 태워 날려 보냈다
혼자만 간직하고 싶었던 새벽 다섯 시의 비밀스러운 하늘.
나의 마음처럼 온통 붉어진
믿기지 않는 하늘을
오직 너에게만 전한다.
그 비밀스럽고 고요한 새벽의 기도 같던 시간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나의 마음이, 시선이 바뀌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내 눈에 들어오는 시야가 달라지는 마법
어제까지 살았던 같은 세상이
오늘부터 다른 세상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
때론
말로, 글로 전할 수 없는 애틋함이
흔들리는 사진 속에 하염없이 적셔지기도 했다.
나는 모르는 나의 뒷모습,
내가 너를 뒤로 하고 가는 동안
너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마디 말하지 않고, 한 글자 쓰지 않았지만
단 한 장 사진으로 나는 그 마음이 전해져 저리고, 쓰리고, 아팠다.
한겨울 눈꽃을 보며
드디어 하늘을 바라봤겠구나
보내오던 사진에서 모처럼의 너의 평온이 느껴져
내 마음에도 눈꽃이 소복이 내리던 날
차가운 겨울이었지만, 마음은 솜이불이 내려앉은 듯.
손 시리고 마음 추운 날, 후다닥 들어와
뜨끈히. 평온하게
손도 마음도 녹일 수 있는 아랫목처럼
나는 너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따뜻하게 지펴지길 바라고 바랐던 날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림자도 사라지고, 해도 사라지는
곧, 이윽고
밤이지만
까만 밤에 더욱 선명해지는 얼굴 하나, 그리움 하나
말 못하지만 하늘에, 사진에 담뿍 담아 보내고,
하지만
오늘 밤은, 내일 아침은,
아니 앞으로도 늘
너의 매일이 매 순간이 화창하길, 간절한 마음
기도하는 손이
그 마음 숨기질 못하고 자동차 창문을 핑계 삼아 하늘 도화지에
지문을 남기듯 흔적을 묻었다.
그립고 그리운 마음
하지만
차마 보내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하늘이며, 꽃이며, 나무며,
온 세상을 찍고, 그 순간의 마음을 담아
빼곡하게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