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잘라내고 잘라내도
어느새 자라 있다.
얄미운 새치에겐
천천히 나와라
아니, 나오지 말아라
간절해도
들은 척도 없이
기어코 빼꼼 나와있다.
그뿐만인가,
깎아내고 깎아내어도
어느새 자라 있다.
갈라지고 깨졌던 상처들을
밀어내고 밀어내며
시키지도 않았는데,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라 있다.
내 손톱
그러게.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줄도
저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손톱도
이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니 기어코 삐져나오고야 만다.
내 속에 다른 내가 있는 듯,
그들의 자유의지로
하물며 마음도 나의 일부이거늘
예외가 있겠는가.
아니,
더욱이 머리카락, 손톱 한 조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몸의 세포와 온 신경을 한 곳으로 쏠리게 만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마음이란 것은
밀려 나오는 손톱처럼,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눈으로 측량할 수 없을 뿐,
막으려 해도, 그만두려 해도
속수무책으로 얼마나
삐져나오고, 밀려 나오고, 쏟아져내리고 있을 것인가.
그러니,
그 마음 하나로
때론 뒤척이며 밤새 잠 못 이루고,
때론 끝을 모를 깊은 한숨을 쉬게 되고,
때론 미친 듯 심장이 뛰고,
때론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공허하고,
때론 내 몸에 소금반, 물반인 듯 눈물에 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싶다.
평생을 깎고, 다듬어도
끊임없이 계속 자라나는 손톱, 머리카락
어쩌면 가장 영원하고, 가장 변함없는 것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음은
어쩌면 가장 사소하고 볼 품없다 생각했던
그 작은 것들이 지니고 있던 한결같음 아니었을까
너는
내 마음 송두리째 차지하고선
숨기려 해도 계속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깎아내도 계속 밀어내고 나오는 손톱처럼
그렇게 늘 내게
아니 그보다 더 잔인하게
속. 수. 무. 책.
"나는 너를
손톱만큼, 좋아해
머리카락만큼 생각해."
너는 영원히 모를
벅차는 고백, 그 의미
2025.05월
매달 다듬는 손톱, 머리카락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손톱, 머리카락이야말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끊임없이, 한결같은 것이구나
"손톱만큼 좋아해"는 이제 제겐 다른 의미가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