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두유를 한 팩씩 챙겨 마신다.
골다공증도 걱정이 되고, 단백질도 먹어줘야 할 것 같고,
치매예방엔 견과류가 좋다지. 그래도 살이 찌면 부담스러우니 저당으로.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작지만 선명히 쓰인 한 줄
흔들지 않고 성격 급하게 그냥 빨대 꽂고 들이마셨다간,
아래로 가라앉은 게 제대로 안 섞여서 두유 맛이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맹숭맹숭한 맛이 되고 만다.
삶의 감정도, 일상도 가끔 흔들어줘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니 제 맛을 느끼라고, 맛있게 살라고
어쩌면 쉼 없이 흔들리게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생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이를 사모하고 좋아했던 감정과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마음에 침전한다.
가라앉아있으면 영 보이질 않으니
때론 사라진 건 아닐까, 희미해져가기도 하다가....
그 어떤 날 기운 빠지고 다 내려놓고 싶은 새벽의 목전에서
함께 했던 그 어느 날의 기억, 함께 먹었던 음식, 함께 했던 그 어떤 것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주어,
잠시 잊고 있었던, 사라진 건가, 줄어든 건가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 사라지지 않고 저 아래 소중히 차곡차곡 쌓여있던
그를 향한 마음이 일상의 파편과 부딪히며 제대로 섞여
희미해져 가던 감정이 또렷해진다. 맛을 되찾아준다.
어떤 이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은 또 어떠한가.
그 마저 우린 또 한 편의 마음마닥에 차곡차곡 침전시킨다.
이렇게 쌓고 쌓이기만 하면 내 마음이 이 무게에 한없이 침몰될까 염려스럽다가....
그 어떤 날 기운 내야지, 털어내야지 용기를 꺼내놓은 밤의 길목에서
함께 했던 그 어느 날의 기억, 함께 먹었던 음식, 함께 했던 그 어떤 것이
'이해'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 주어
저 아래 자꾸 쌓여만 가며 나를 매몰시킬 것 같던 서운함과 외로움을
다시 한번 섞어주고 희석시켜
꾸덕해지는 바닥의 마음을 긁어내 없애준다. 맛을 되찾아준다.
결국 좋았던 감정이든, 원망했던 감정이든
우리 마음에 침전되다가
일상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마주할 때
추억은, 기억은, 마음을 세차게 흔들어
소중한 감정을 선명하게 다시금 맛보게 하기도 하고,
무거워 침몰할 것 같은 감정을 희석시켜 가벼이 덜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서로와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 바라보는 눈 맞춤, 함께 잡은 두 손의 온기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
결국 이 순간이 어느 날의 나를 지탱하고, 숨 쉬게 할 것이기에
좋았던 감정도 계속 쌓아만 두면 소중함과 애틋함을 잃기 쉽고,
서운했던 감정도 계속 쌓아만 두면 나를 잠식시키기 쉽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운명을, 흔들림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자, 피하려고 하지 말자.
외면하고 싶었던 그 흔들림이야 말로
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너로 인한 아픔도 기꺼이 감내하게 하는
어쩌면 너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흔들리는 것이 내 마음과 삶의 안정을 뺏는 것 같고,
불안으로 함께 떨리는 내 모습이 타인에게 약점으로 단점으로 비칠까 감추고 싶었던 날이 있다.
나를 흔드는 모든 것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졌던 적이 있다.
외면하고, 침묵하고, 안 그런 척하고 싶었다.
그런데
견고한 다리도 강풍에 견뎌내기 위해 사실은 애당초 미세하게 흔들리도록 설계되었고,
기타나 현악기도 너무 팽팽한 줄은 끊어지거나 소리가 잘 안 나지만, 반대로 약간의 흔들림을 허락해야
줄이 튕기고 흔들리면서 공기 중 아름다운 파동, 소리를 만들어 낸다.
꽃들은 어떠한가,
거실 꽃병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꽃보다 들판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빗물에 출렁이며
흔들이는 모습에 우린 설레고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가.
나의 흔들리는 모습도
너의 흔들리는 모습도
어쩌면 조금 더 아름답게, 우리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자, 몸짓.
그러니,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도, 상대방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우린 잠을 잘 때조차 눈꺼풀이, 손끝이, 가슴이 떨리고 울리게 태어난 존재
흔들리기에 곁을 내어주며 서로를 지탱하라고 태어난 존재
흔들리는 게 어쩌면 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
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삶도, 사랑도, 두유도!
덧)
출근해서 아침에 하나씩 마시는데,
어느 날 마음도 저렇게 침전물이 생기곤 한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으면 좋은 대로, 좀 속상하면 속상한대로
계속 쌓아두는 것보다 부딪히고 마주하면서 "흔들어 준다면"
인생의 맛도 좀 더 조화롭지 않을까 했어요.
어쩌면 제 마음의 침전된 그 어떤 감정도 희석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는지도 모르고요 ^^
두유 챙겨드세요! ^^
덧)
"마음을 찍는 순간" 시즌1을 마무리합니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싶어 쓴 글이라 그 어떤 글보다 제 삶 속에, 제 시선에 녹아들어 있던 글들이었어요. 시를 쓰려고 쓴 게 아닌데 시처럼 읽어주시는 분도 계시고,
제 소소한 시선을 따라 함께 동행해 주신 독자님, 작가님들께 감사합니다.
"마음을 찍는 순간"은 아기새와 휴가 가서 또 많은 거 보고, 담고 와서 재충전 후 시즌2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