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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Nov 07. 2024

사랑 : 둘의 호흡

짝사랑을 내려놓아야 할 때



배드민턴, 탁구 같은

짝꿍이 꼭 필요한 운동을 하다 보면 둘이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어릴 때 배드민턴을 처음 배울 때

아빠가 셔틀콕을 잘 받을 수 있게 서브의 속도나 방향을 잘 조절해서 쳐주면

나는 그걸 받아치고, 점점 능숙해지면 자신감이 붙고, 힘을 실어 응용해 가며

서서히 방향전환도 하고, 공격도 해가며 제대로 된 게임을 하게 되었다.


아이와 올해 초에 탁구를 연습할 때도 그랬지.

가볍고 작디작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처음엔 상대를 배려해서 이쪽으로 보낼게,

아니면 이렇게 살살 칠께 받아봐 신호를 주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거니 받거니,

핑퐁 소리를 내며 리듬을 타고, 함께 호흡을 하고, 심장 박동을 맞추며

그렇게 함께 경기를 하며 팀워크를 만들어 내는 경험,

짜릿하고 즐거웠다.


사랑도 결국은 둘이 함께 만들어내는 경기와 같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하는 경기.

개인의 역량이나 우월함보다는 반드시 둘의 합과 배려가 중요한.


흔히 연애할 때 말하는 '티키타카'나 '밀당'이라도 부를 수도 있는

서로의 작용, 반작용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면서도 긴장감을 가질 때

우린 설렘과 짜릿함, 즐거움과 행복,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도 고유의 안정감을 느끼겠지.

 

하지만 어느 한쪽은 경기에 무관심하고 성의가 없는데,

또는 경기를 할 의지가 없는데

어느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열심을 다한다고해도

공은 몇 번 주고받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튀어버리고,

체력은 쓸데없는데 소비되고, 호흡과 스텝은 꼬여,

열심히 뛰던 이 마저 숨 가쁘고 지치게 된다.

이것이 말 그대로 일방적인 사랑 - '짝사랑'이겠지.


그래서 짝사랑을 포기하는 건

결코 사랑의 크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칠것 같은 큰 사랑을 가졌더라도, 지구 끝까지 갈 에너지를 가졌더라도,  

아무리 열심을 다해 쳐도 돌아오지 않는 공을 기다리다

몸보다 사실은 그 마음이 먼저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거겠지.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애쓰지 않으면

더 이어지지 않는 관계, 언제든 끝이 나는 관계  -  

애써 붙들고 놓지 못하는 이의 마음이야말로

애타는 마음, 외로운 마음, 그것이 짝사랑


그렇지만 사랑은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니까,

놓아주어야만 한다.

내려놓아야만 한다.

라켓을 놓고, 경기장을 나와야만 한다.

마음이 아프고, 자꾸 뒤돌아보고 싶어도...

눈 질끈 감고. 주먹 꾹 쥐고, 뒤돌아보지마.

내 자리가 아니라면...

내 사람이 아니라면....


서운해도, 아파도,

한숨 크게 쉬고 뒤돌아 안녕.

(하지만 왜 그걸 못하니?바보같은 사람아.)




덧) 아이의 수행평가가 끝난 배드민턴. 탁구 라켓들을 정리하면서  잠시 든 꼬리를  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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