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한댁 Oct 17. 2019

서울에 다녀왔어.

오늘은 말이야.


희야 안녕~

어제 편지는 잘 받았어?(라고 쓰고 싶어서...)

그 편지를 쓰는 동안 참 많이 설렜는데 편지를 받는다면 너도 그렇겠지? 오늘도 편지 기다렸어?

그곳에선 이 편지를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읽지도 못할 텐데 위험한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네 모습이 상상돼. 부엌이나 아니면 햇보(커튼) 안에 들어가 가만히 보려나? 어릴 적엔 몰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꼭 햇보안에 숨어서 보곤 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이젠 그런 순수함으로 그 햇보밑에 들어가는 나이는 아니겠지? 그곳에서 어른들이 이불 밑으로 가만히 숨을 땐 나라에서 금지하는 것을 읽거나 볼 때였는데 이 편지를 받으면 너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사이로 들어오는

등잔불로 이 편지를 읽겠지?

언니가 쓰는 편지는 분명 재미있을 테니

몰래몰래 봐도 돼. 알았지? 그래도 발각되면 

안 되니까 혹시 숙박검열 들어오면 장판 밑에 얼른 숨겨야 해! 편지의 좋은 점은 아무도 모르게 재빨리 숨길 수 있다는 것!

에효~편지 하나도 숨어서 읽어야 하는 현실이 

기가 막히긴 하다. 그런데 어쩌겠어. 너와 나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곳에선 어쩔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아무튼 발각되지 말고 잘 봐야 해...

희야. 오늘은 너에게 남한의 수도에 대해 들려주려고 해. 북한의 수도는 평양이잖아.

남한의 수도는 서울이야. 그런데 한 가지 알려줄 있는데 말이야. 여기선 남한이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내가 사는 우리 나라는 대한민국이라고 불러. 앞으로 너에게 편지 쓸 땐 대한민국이라고 할 테니 너도 그렇게 기억해야 해 알았지? 희야. 넌 그곳에 살면서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 가봤어? 우리가 함께 살았었던 시기엔

너도 평양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곳에선 그 나라의 수도도 가기 힘든데 이곳은 아니야. 내가 가고 싶으면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갈 수 있어. 신기하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며칠 전에 서울을 다녀왔어. 서울의 모습이 궁금하지?

서울의 고층건물들

서울엔 그곳에선 보기 힘든 고층건물이 많은데 정말 멋있는 건물도 있고 그 사이에 아주 낡은 건물도 있어. 옛것과 새것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서울은 그 나라의 수도답게 인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 관광지로 유명해. 평양이 외국 사람들에게 유명하듯이 말이야. 그런데 나에겐 가끔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 높은 건물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며 많은 차로 인해 막히는 도로며.

남한에는 차가 아주 많아!

남한 사람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 못 사는 것 같아.

느리게 돌아가는 북한과 달리 여기는 모든것이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고 그래. 그러다 보니 뒤쳐지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나고 치열함속에서 마구 떠밀려가는 삶인 것 같이 느껴질때도 있어. 그래서인 가끔은 서울이 아닌 시골에 사는 게 안심이 되기도 해. 시골의 풍경과 시간들은 대도시보다는 조금 느리게 흐르고 있고 남한은 시골도 살기 좋은 곳이 많거든. 그런데 있잖아.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치열함속에서 쫓기는 삶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고 내 삶의 모든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

정말 중요한거잖아. 결론은 자유가 있는 이곳이 진정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인거지.

이런저런 이유 다 떠나서 나는 그냥 느리게 가는 시골이 좋은가봐. 시골에서 글쓰는 글쟁이!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느림보 글쟁이. 하하! 그곳에 살았을때 이모가(희야 엄마) 나에게 했던 말은 도시적으로 생겼다였는데 생긴것과 상관없이 시골이 더 좋은 걸 보니 난 도시 체질은 아닌가 봐.


 희야.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대도시 서울에서 이번에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발견했어. 그곳은 바로 북한산 아래에 위치한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이었어. 아~희야!남한에 있는 산인데 북한산이라고 불러서 깜짝 놀랐지?산 이름이야. 나도 처음엔 놀랐지뭐야!하하하! 남한에 있는 북한산이야. 북한산은 1억7천만년전에 생겼대.

왜 북한산이라고 지었는지는 조금 더 공부해서 알려주도록 할게. 이런! 숙제가 생겼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숙제인데...

그래도 남한이야기를 들려주려면 해야겠지?

나도 그곳에서 살다가 이곳에 시집 온 거잖아.  

아직도 모르는게 많아서 계속해서 알아가며

배우는 중이야~

은평구 한옥마을

네가 보면 조금 놀랄 수도 있는데 옛날 집을 멋있게 개조한 건데 여기선 한옥이라고 불러. 북한에서는 기와집이라고 하잖아. 그곳에서 하룻밤 자는데 구들장 아랫목을 보니 외할머니 생각나더라.

한지로 인해 더욱 은은한 빛을 발한다.
고구마 진짜 맛있어!

외할머니 생각에 훌쩍거리면서도 광주리에 담겨있던 고구마를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어.

참 달고 맛있더라. 그렇게 맛있는 고구마를 먹고 기와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주부답게 사는 중이야.

 친구와 함께 먹은 한옥마을 조식 꼬막비빔밥!

친구와 함께 먹은 아침식사인데 주부로 오래살다 보니 남이 해주는 밥은 다 맛있더라. 세상에서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인데도 14년을 밥만 했더니 지겹더라...인간이란...참...

희야. 남한에서는 앙까이를 주부라고 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들을 전업주부라고 해. 전업주부는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가 않아. 그런데 요즘 나 전업주부에서 프리랜서 주부야. 하하하! 아. 그래 희야! 외래어를 잘 모르겠구나. 앞으로 편지를 읽으면서 알게 되고 배우게 될 거야. 프리랜서라는 말은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말해. 오늘은 서울의 풍경을 들려줬네. 너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서울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 내가 본것을 너에게 조금씩 글로 들려주고 싶어.

어머! 이런. 밤 12시가 넘었네. 

대한민국 시간과 북한의 시간이 같은 건 좋네.

그런데 넌 이미 잠들었겠네? 그곳은 전기가 거의 없으니 늦게 자야 9시였잖아. 하하하!

그래도 이 편지 속 글자를 네가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순간인지 몰라.

그래 희야. 이만 쓸게 잘 자~


                                한국에 시집 온 언니가...

매거진의 이전글 잘 지내고 있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