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라질이란 나라를 처음 안 것은...
내가 브라질이란 나라를 처음 안 것은 바로 부루마블이란 게임이었다.
바로 그 게임을 통해서 상파울루를 알았다.
난 그때 막연히 상파울루가 브라질의 수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중해 같은 바다의 도시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 상상에는 초록빛 바다에 하얀 모래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가 바로 상파울루였다. 그것은 그저 나의 상상이었다.
그 뒤로 만난 브라질 역시 상파울루였다.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은 산업화, 불균형, 도시의 슬럼화,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설명해주실 때 예를 든 도시가 상파울루였다.
그리고 브라질이란 나라는 자원도 풍부하고 땅덩어리도 넓지만, 빚이 아주 많다고 했는데 그 빚을 갖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브라질이란 나라는 마치 자해 공갈단처럼 돈이 없으니 빚 대신 땅이라도 가져가라고 한다는데 그건 선생님께서 웃기자고 하신 말 같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국민이 낙천적이라는 것,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저축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저축하는 경우는 월드컵을 직접 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야 이거 완전히 X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 무척 재미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쟁하고 할 때 이들은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파티일 것 같아서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나는 브라질을 떠나면서 계획 없이 떠나기로 했는데,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브라질을 여행하려면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온 곳이 상파울루였다.
그런 근사함이 공포로 바뀌는 것은 정말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사랑했다.
상파울루는 어떻게 보면 가끔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찾아가는 맥도널드 햄버거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맥도널드 햄버거는 한국에서 먹었던 맛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거리는 복잡하게 느껴져도 생활은 더욱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상파울루는 서울과 비슷한 속도 혹은 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새벽 6시에도 꽉 찬 지하철은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느 추운 8월의 오후 7시 세 광장 주변이 좋았다.
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이 명동처럼 북적이던 길이 한산해지고 주위의 바에서 삼바 음악과 함께 추운 날씨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가 무척 브라질에선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겨울의 상파울루의 사람들은 가죽 잠바를 겨울의 멋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반바지에 반소매에 슬리퍼를 신고 상파울루로 갔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데리고 게이바가 즐비한 곳으로 인도했다.
길고도 긴 도로에 온통 게이와 레즈비언으로 넘쳐났다. 상파울루는 유난히도 많은 게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라 마달레나의 젊은 에너지도 좋았다. 거기에는 정말 근사한 그라피티와 근사한 바, 근사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상파울루는 가면 갈수록 매력적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주 모르는 것보다 좀 더 알면 알 수 있는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