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철 Jan 13. 2019

<브라질 팔도유람>  
07.2 북부 지방

아마존 스타

아마존 스타


난 그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벨렝에서 배를 타고 아마존강을 따라 마나우스로 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문제는 너무나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벨렝에서 출발해서 아마존강의 여러 도시를 거쳐 마나우스에 도착하게 되면 4박 5일 정도 걸린다. 잠은 배 안에 해먹을 걸어놓고 자야 한다.

아마존강을 따라간다는 사실, 배에서 먹고 자야 한다는 사실은 무척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4박 5일 동안 배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특히나 잠은 해먹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 지루하고 고생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마존 스타라는 배의 이름 덕에 나는 마나우스까지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마존강을 건너는데, 아마존 스타란 배 이름은 참 근사하게 느껴졌다. 사실 비행기를 타면 2시간이면 도착을 한다.

나는 베로페소 시장에 가서 해먹을 샀다. 그리고 나름 일찍 부두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아주 긴 줄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이 출발시각보다 아주 일찍 와서 줄을 섰는데, 그것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개찰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서둘러 배로 들어와서 5일간 집이자 침대가 될 해먹을 걸 공간을 바쁘게 찾아 나섰다.

배의 3층, 커다란 공간 천장에는 길게 봉들이 지나가서 해먹을 달 수 있게 하였다. 배는 아주 컸었고, 나는 나름 좋은 자리를 잡아서 해먹을 달았다. 배에서 5일간을 지내는 건 참 지루한 일이기도 했지만, 흥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내 옆에는 마라냥에서 사는 꼬마 숙녀가 자리를 잡았는데 그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빠렌치란 도시까지 간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사람을 알아가게 되고 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배가 아마존 주변에 도시에 정박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또 이미 알게 된 사람들이 떠난다. 배에서는 이미 공동체의 느낌이 들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정말 친근하고 정이 많아서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배가 정박할 때마다 짬을 내서 몇몇 도시를 둘러보기도 했다. 특히 아마존의 카리브라 불리는 산타렝은 바다 같은 강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파라다이스 같은 휴양지의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새벽의 풍경도 너무 좋았다. 새벽이 되면 파란색 조명 아래의 각각의 작은 부두에서 정박해서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물건을 올리고 내렸다. 거대한 강에서의 그런 모습은 아주 신비롭기까지 했다. 때로는 강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곤 했는데 그럴 때면 강은 아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일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가 지나가면 가끔 수상 가옥에 있는 사람들은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배로 다가왔는데 그러면 배에서는 무언가를 던져 주었다. 아마도 택배 같은 배달을 위한 것이었다. 대개 카누를 타고 오는 사람은 꼬마 아이들이었는데 그들은 아주 놀랄 만큼 능숙한 솜씨로 카누를 조정했다. 

아마존 스타의 가장 꼭대기 층은 라운지이자 바이자 클럽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나서 술 한잔하고 가끔 북부 지방의 특유 뽕짝 같은 댄스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으로 변신을 하기도 하였다.

아마존 스타에서 사람들은 4박 5일 동안 우정을 쌓기도 하고 낭만과 사랑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 같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있었는데 브라질 사람이건 외국 사람이건 정말 모두가 함께 어울렸다.

아마 3일째 되던 날 -이미 사람들은 온종일 함께 얼굴을 거의 맞대고 있어서 3일째가 되어도 이미 오랫동안 본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사고가 터졌는데 니콜라스라는 러시아에서 온 친구가 스마트 폰을 분실하였다. 분실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슬쩍한 것 같았다. 그는 고가의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티 내게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스마트 폰을 보여주곤 했었다.

그는 해먹이 없었기 때문에 꼭대기 층인 라운지이자 바이자 클럽인 곳에서 영업이 끝이 나면 자곤 했었는데 일어나 보니 자신의 스마트 폰을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침부터 그 배의 모든 사람은 그 사실을 알았고 모두가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배에서는 몇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말 거의 모두가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했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주위에 모여서 많은 도움을 주려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그의 스마트 폰은 이 배를 떠나서 다른 사람에 손에 들어갔고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4박 5일이 지나고 마나우스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정든 사람들과 작별 인사하고 부두에 도착하자 그 많던 사람들은 희한하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나우스는 아마존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이다. 아마존이 얼마나 큰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마존의 다른 도시인 벨렝에서 4박 5일간 배를 타고 왔는데 마나우스는 아마존의 끝도 아니고 중앙이다. 이 아마존강을 배로 횡단하려면 10일을 훨씬 넘게 가야 했다. 

그리고 이 도시는 정말 덥고 습하다. 나는 마나우스의 중앙의 성 세바스찬 광장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갔었다.

아마존의 수도 중앙의 성 세바스찬 광장 앞에 있는 아마조나스 극장은 모스크 풍의 둥근 천장이 아주 인상적인 고풍적인 극장이다. 이 극장은 19세기 말에 완공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때 당시 이런 극장을 아마존 한복판에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성 세바스찬 광장 역시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 아마조나스 극장은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재 역시 100% 유럽에서 수입해온 자재만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성 세바스찬 광장 역시, 바닥 전체를 유럽에서 공수해온 고급스러운 바닥 돌로 깔았다. 


<마나우스 오페라하우스>


아마존에서의 고무의 발견은 단숨에 마나우스란 도시를 만들어버렸다. 고무의 발견보다는 고무가 쓰이는 것에 대한 발명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바로 미국에서 자동차가 생산되었고 대중화가 되었다. 자동차는 타이어가 필요했고 이 타이어의 쓰이는 고무가 바로 아마존에서만 생산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 역시 대중화가 되었다. 미국에 미셸린, 굿이어 타이어 회사는 앞다투어 아마존으로 진출하였다. 아마존에는 고무 붐이 일었고 전 세계의 고무는 아마존에서 독점했다. 


세링게이루라고 불리는 고무 채집자들이 이곳 아마존에 모여들었다. 그것은 마치 골드러시와 비슷하였다. 

세링게이루들은 뼈 빠지게 고무를 채집했다 하지만 부와 영광은 역시나 있는 사람의 몫이었다. 또한, 고무 채집으로 인디오들은 더욱더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들은 다른 아마존으로 깊숙이 스스로 고립하던가 문명화라는 이름의 잔인한 시스템을 받아들여 고무 채집에 동참해야만 했다.

고무는 마나우스는 커다란 부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부로 수준 높은 문명의 ‘열대의 파리’가 되려고 했다. 미개하다는 인디오 문화는 아주 쉽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이 수준 높은 ‘열대의 파리’는 문명과 교양이라는 덕목보다 향락으로 도달하는 것이 훨씬 쉬었다.

이 고무 붐으로 마나우스는 남미에서 처음으로 전차가 다니는 도시가 되었다. 아마존 한복판에 말이다.

‘상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졸부들이 많아졌고 마나우스의 밤은 향락의 향락으로 이어졌다.

이 아르누보 풍의 화려한 아마조나스 극장은 단숨에 지어졌다. 이 오페라하우스 극장이 완공되었을 때 초연한 오페라는 바로 인디오 추장과 포르투갈 귀족 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과라니'이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아마존의 고무 붐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고무 생산을 시작하자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의 부는 마치 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뜨거운 열기는 아주 이른 시간에 식어버렸다. 

그리고 아마존은 다시 예전의 평온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굳이 접근할 필요도 없는 곳인 미지의 열대우림의 세계로 말이다.


마나우스에 도착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나우스를 떠난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배로 도착한 나는 비행기로 떠나기로 했다. 그것은 선택의 상황이 별로 없었다. 마나우스에서 다른 주나 다른 대도시로 가는 버스는 흔하지 않다. 그렇다고 다시 벨렝으로 5박 6일을 배를 타고 돌아가는 건 좀 그랬다. 배는 아마존강을 역류해서 가기 때문에 하루가 더 걸린다.

사실 내가 배를 선택한 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대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배를 탄 것은 저렴한 것이 큰 이유였다. 

나는 당시의 사우바도르로 가기로 했는데 버스도 없고 배도 없으니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만일 버스가 있다면 얼마나 걸릴지도 궁금했다. 못해도 72시간은 걸릴 것 같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공항까지라도 저렴한 버스를 타고 가서 돈을 아끼기로 했다. 벨렝이나 마나우스의 신비의 열매들과 신비한 것들, 다른 곳에는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으로 내 배낭은 정말 무거워졌다. 

나는 숙소 주인이 알려준 대로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 버스는 306번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밤 9시 30분 정도부터 버스를 기다렸는데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안았다. 밤이 10시가 훌쩍 넘고 주위의 인적도 점점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스러워 주위의 사람들에게 306번 버스가 여기 있냐는 물어보았는 데 있다는 대답이, 그 버스가 공항을 가냐는 질문에 간다는 대답이,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버스는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기다린 지 한 시간을 훨씬 넘기고 밤은 더욱 깊어지니 근심은 더해왔다. 괜히 옆의 있는 사람들이 의심이 가기도 하고 무언가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옆의 한 할아버지가 공항 가냐고 물어보더니 버스가 곧 오니깐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래도 버스는 오질 않았다. 다리는 아파져 오고 걱정은 더해진다. 빌어먹을 306번 버스를 욕하기도 하고 브라질의 인프라를 저주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버스가 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일제히 버스를 세우기 위해 손을 들어 부지런히 흔들었다. 밤이 늦은 시간, 오래 기다린 만큼 아마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탈 것이고 버스는 만원일 것이다. 

가방도 무겁고 다리도 피곤해서 꼭 앉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잽싸게 버스에 올라탔다.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 사람, 걱정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에게 최소한의 눈인사도 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 버스에 첫 번째로 올라탄 것이다. 자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내가 앉으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버스에 탄 사람은 나 혼자뿐 이였다.

버스가 오자 황급하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 준 사람들은 아무도 버스에 타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질세라 열심히 달려서 1등으로 버스에 탄 것이었다. 혼자서 말이다. 

버스의 자리는 넉넉했다. 나는 혼자서 버스의 의자에 앉았다. 마나우스의 그 뜨겁던 낮의 더위는 사라지고 시원한 밤바람이 버스의 창문으로 들어왔다.

가슴은 아주 뭉클했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도시의 밤공기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07.1 북부 지방

작가의 이전글 <브라질 팔도유람>   07.1 북부 지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