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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랑 Jul 03. 2019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개인투자자와 비상장투자자를 위한 산업분석하기 (2)

우리가 산업분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요가 늘어나면 그 산업에 위치한 기업들은 비교적 적은 경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 전체가 향후 성장할 것인가가 해당 산업 내 개별기업 성장의 필요조건인 셈이지요. 때문에, 우리는 이 산업의 수요가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시는 신이 기도에 응답하거나 곡성이라도 가면 좋겠건만, 그래 봐야 줄 복비도 없고 괜히 현혹만 될까 봐, 또 그걸 갖고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설득할 자신도 없으니 노동자로서 저희는 2차 자료, 즉, 다른 조사자에 의해 다른 목적으로 이미 수집된 자료를 참고하게 됩니다. 정부기관이나, 연구소, 광고대행사, 언론사, 협회, 조사 전문 기관 등의 자료를 살펴보게 되죠.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의 웹툰 플랫폼을 투자 검토할 때입니다. 회사는 빠른 고객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웹툰이라는 형식은 한국에서 등장하고 성장하였기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 직접적인 자료가 없습니다. 인쇄물이 아닌 디지털로 제공되는 만화라고 봐야 할까요? 일단, 먼저 이 회사에 먼저 투자한 다른 심사역이 인용한 자료를 받아보았습니다. 북미에서 2010년 이후 2014년까지 급격하게 디지털 만화가 성장하였습니다. 인쇄출판 만화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출처: Comics Chronicles, ICv2, Diamond Comics Distributor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 '앞으로도 북미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가 성장할 것이고, 웹툰도 디지털 만화이므로 수혜를 받겠구나'가 되겠죠. 그런데, 2012년~2014년의 성장이 그렇게 폭발적이진 않네요. 조금 걱정이 되고, 결론을 내리기에도 부족하죠. 이미 투자 검토를 하는 시점은 2017년이었습니다.


열심히 자료를 찾아다니다, 결국 출처에 명시된 ICv2의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Business Data Platform인 Statista에서 찾아냈는데, 문제는 유료라는 거죠. 


우리는 가난한 노동자인데, 이 자료 하나 보겠다고 월 49$을 낼 순 없죠. (심지어 연간 단위 결제이니까, 588$을 태워야 합니다ㅜㅜ) 그럴 땐, Free Trial이 있습니다. 시식코너에서 군만두 집어먹듯이 급하게 Trial 신청을 하고 자료를 확인합니다. (나중에 꼭 유료구독할게요, 고맙습니다 Statista)


엥? 2014년 이후로 디지털 만화는 정체 혹은 소폭 하락입니다. 그 전의 자료를 보고 성급하게 결론 내렸다면 사실 이미 틀린 거죠. 2015, 2016년의 실제가 있는 상황에서 2017년에 투자를 검토 중이니까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차 자료 자체는 우리가 구체적인 수집이나 조사 방법론을 밝히기도 어렵고, 그마저도 인용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를 얼마나 투영할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개인이 일일이 밝힐 수도 없죠.


하지만, 보다 사실에 부합하는 판단을 위해서는 최신으로 업데이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관성 측면에서 연례 또는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자료가 낫습니다. 그리고 인용된 자료라면 반드시 원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언론 기사에 첨부된 그래프나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요즈음 괜히 팩트체크가 유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조선일보 기사로 반박 가능하다는 농담처럼, 입장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자료를 발췌 인용하거나 심지어 아예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사실 이건 투자심사역들이 밥 먹듯이 하는 일이기도 하죠. 투자 건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결국, 다른 가설을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디지털로 표현한 북미에서 유행하는 다른 만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인 Webtoon으로 규정해보면 어떨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Webtoon은 한국에서 등장하고 성장한 콘텐츠 형식이고 미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니까요. 

미국에서 최근 5년간 Webtoon의 검색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조군인 Web Comic(북미만화의 디지털 판), Graphic Novel(Webtoon과 내용면에서 대조될 북미만화 형식)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죠. (Google Trends와 Naver Datalab은 정말 저희 같은 노동자에게 시장조사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 요긴한 서비스입니다. 이건 나중에 보다 자세하게 한번 다루죠.)


결국 우리가 붙여야 할 이 산업의 이름은 북미지역의 디지털 만화 유통이 아니라, 말 그대로 웹툰 플랫폼이었습니다. 사실 이 회사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었죠. 회사 소개서의 첫 장에서 자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Bite-Size Story Platform - The new way millenials will read and publish serialized stories.


by 투자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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