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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an 29. 2024

민법 제416조,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

제416조(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


오늘 살펴볼 제416조부터 제422조까지, 7개 조문에서 우리 민법은 '절대적 효력'을 갖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16조도 제목을 보시면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적 효력이니, 절대적 효력이니 하는 표현을 써왔기 때문에 대략 어떤 의미인지는 아실 것입니다만, 앞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절대적 효력'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연대채무자 1명에 대하여 생긴 사유가 모든 연대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효력을 말합니다. 반면 '상대적 효력'이란 연대채무자 1명에 대해 생긴 사유가 다른 채무자들에게는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말하지요(이상영, 2020). 그런데 여기서 절대적 효력은 다시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발생한 사유가 밑도 끝도 없이 아주 모든(?) 연대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효력이 있고요, ②다른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데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해서만 영향을 미치는 효력이 있습니다. ①번을 '무제한적 절대효', ②번을 '제한적 절대효'라고 앞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박동진, 2020). 부담부분이니 뭐니 이러니까 좀 복잡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텐데, 더 상세한 내용은 곧 살펴볼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단순히 절대효, 상대효 이렇게 외울 것이 아니라 한번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구분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실제로 어떤 사유가 절대효를 갖는지, 상대효를 갖는지 결정하는 것은 법률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해외의 국가들도 불가분채무니 연대채무에 대한 규정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사유가 발생시키는 효력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사유가 절대효 또는 상대효를 갖는 것인지 여부는 완벽한 신의 논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입법정책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A라는 나라가 있는데, 그 민법에서는 연대채무자 1명에게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 사유가 절대효를 갖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고 합시다. 경개, 상계, 채권자지체, 무효나 취소... 이런 것 전부가요. 그렇다면 A라는 나라에서는 연대채무자 1명에게 무슨 일만 있었다 하면 모든 채무자들에게 다 효과가 미치게 됩니다. 채권자지체 한번 있었다 하면 모든 채무자에게 채권자지체를 한 것과 같은 효과인 거죠. 1명에게 무효 사유가 발생하면 모든 채무가 무효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즉 이런 식이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짜증나죠. 채권이 갖는 담보력이 약해지게 되어 버립니다. 원래 여러 개의 독립된 채무로 구성되어야 할 연대채무가 사실상 1개의 채무인 것처럼 취급되어 버리는 거죠(이상영, 2020).

*다만, 예외적으로 이행청구 같은 사유가 절대효를 갖는 경우에는 오히려 채권자에게 유리할 수는 있습니다(이상영, 2020).


반대로 B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B나라의 민법에서는 연대채무자 1명에게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 사유가 상대효를 갖는 것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연대채무자 1명에게 무슨 사유가 발생해도 채권자는 크게 신경쓸 것이 없습니다. 연대채무자 1명에 대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어도 뭐 아직 괜찮습니다. 다른 채무자들의 채무는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요. 이처럼 상대효가 넓게 인정되면 채권의 담보력이 높아져서, 결과적으로 채권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독일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절대효를 상당히 넓게 인정해 주고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즉 B나라보다는 A나라에 더 가까운 거죠. 이에 우리 민법이 연대채무가 갖는 채권담보의 기능보다 연대채무자들 사이에서의 주관적 공동관계를 더 중시하는 입법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또 다른 측면에서 비교해 볼 수도 있겠죠. 우리가 앞서 공부한 불가분채무의 경우, 연대채무에서의 규정을 대부분 준용하고 있지만, 절대효 규정인 제416조부터 제421조까지는 빼먹고 있었습니다. 즉, 불가분채무는 사실 채무자 1명에게 생긴 사유의 절대효가 인정되는 범위가 연대채무에 비해서는 꽤 좁은 편이며, 바꿔 말하면 불가분채무가 연대채무보다 담보적 기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뜻합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절대효의 범위가 좁으면 채권자는 한두어 명의 채무자가 빠져나가더라도(?) 다른 채무자를 통해서 채권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의 담보력이 높아질 수 있는 겁니다. 불가분채무와 연대채무의 차이점 중 하나이니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제416조를 다시 살펴봅시다. 어느 1명의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제416조에서 말하는 이행청구는 재판상의 청구 또는 재판이 아닌 청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요?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잠시 예전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해볼까요? 제387조입니다. 확정기한부 채무는 원칙적으로 그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확정기한부 채무에서는 채권자가 굳이 이행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이행지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월 10일에 이행하기로 해놓고 지키지 않으면, 다음 날인 11일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하는 거지요.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②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하지만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는 다릅니다. 제387조제2항에 따르면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사례에서 연대채무가 기한의 정함이 없었다면, 철수와 영희 나부자가 철수에게만 이행청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영희'에게도 이행지체의 책임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행청구가 절대효를 갖는다는 것은 이행청구에 뒤따라오는 부가적인(?) 효과들도 다른 채무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행지체의 효과 외에 다른 효과도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한 제168조제1호에 따르면, 청구는 시효중단의 사유입니다. 즉, 나부자가 철수에게만 청구를 했다고 하여도, 영희에 대한 채권도 역시 시효가 중단되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재판상의 청구(제170조)가 아니라 단순히 최고를 한 경우라면(제174조), 이후 6개월 내에  재판으로 넘거가거나 파산절차에 참가하는 등 추가 절차를 밟아야 시효중단의 효력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해당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민법총칙 파트를 참고해 주세요.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제170조(재판상의 청구와 시효중단) ①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②전항의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 최고는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오늘은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경개의 절대적 효력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 박영사, 2020, 786면.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78-1279면.

이상영,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165-169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12-4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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