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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Apr 15. 2024

민법 제425조, "출재채무자의 구상권"

제425조(출재채무자의 구상권) ①어느 연대채무자가 변제 기타 자기의 출재로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구상권은 면책된 날 이후의 법정이자 및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을 포함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몇 개의 조문에서 '구상권'이라는 단어를 보았습니다. 제261조에서 그랬고, 제341조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같은 '구상권'의 단어를 쓰고 있지만 제261조와 제341조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제261조의 경우, 조문의 내용상 사실 여기서 말하는 구상권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손해를 받은 사람이 상대방에 대해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제341조에서의 구상권은 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질권을 설정한 사람이 자기 돈을 쓰거나 질물의 소유권을 잃은 경우, 그 재산적 이익을 직접 받은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채무자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261조(첨부로 인한 구상권) 전5조의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341조(물상보증인의 구상권)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질권설정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


구상(求償)이란, 구할 구, 갚을 상의 한자를 쓰므로 직역하자면 '갚을 것을 구한다'라는 뜻입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그냥 갚으라는 건데요,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구상'이란, 타인을 위해 재산을 출연한 자가 그 출연한 재산의 수령자가 아닌, 다른 제3자로부터 지출한 비용의 상환을 구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김용덕, 2020). 그러니까 위의 조문에서 제261조는 구상의 이론적인 의미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고, 제341조가 그에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공부할 제425조에서의 구상의 의미도 그러합니다.


제1항을 봅시다. 1명의 연대채무자가 변제나 자신의 출재(재산을 내놓음)로 공동면책이 된 경우에는, 다른 연대채무자들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1항에서 말하는 '기타 자기의 출재'는 변제 외에 대물변제, 공탁, 상계, 경개, 혼동 등을 포함한다고 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재산이 줄어들지 않는 시효 완성, 면제 같은 경우에는 구상권이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박동진, 2020).

*다만, 혼동의 경우 대체로 학설은 구상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혼동에 의한 구상권을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있기는 합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십시오(김대정·최창렬, 2020).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사례를 3명으로 구성해 보겠습니다. 철수, 영희, 민수 세 사람은 나부자에 대하여 9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부담부분은 1:1:1로 균등한 상황입니다. 이때 철수가 나서서 나부자에게 6억원을 변제하였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철수, 영희, 민수 3명 모두 채무는 3억원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래 부담하여야 할 부분(3억원)을 초과해서 돈을 쓴 셈인데요, 이런 경우 제425조제1항에 따라 철수에게는 영희와 민수에 대해 돈을 일정 부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구상권이 주어진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얼마를 돌려달라고 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학설이 나뉘는데요, 우리가 처음 부담부분의 개념을 살펴볼 때, '비율'인지 '금액'인지 논의했던 부분이 기억나십니까? 말씀드렸듯이 우리 학계의 다수설과 판례는 부담부분의 개념을 비율로 보고 있습니다. 소수설은 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으로 보고 있지요. 그에 따라서 계산이 좀 달라집니다. 다수설과 소수설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한번 간단히 살펴봅시다(다수설과 소수설로 분류하여 논의한 참고문헌은 아래 [김용덕, 2020: 854-855면]과 [이상영, 2020] 등 참조).

①철수, 영희, 민수 세 사람이 나부자에게 9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다. 부담부분은 균등하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6억원을 변제하였다.

②철수, 영희, 민수 세 사람이 나부자에게 9억원의 연대채무를 지고 있다. 부담부분은 균등하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9천만원을 변제하였다.


①번 사례는 위에서 바로 언급했던 그 사례이고, ②번 사례는 거의 비슷한 사례인데 금액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곧 알게 되실 것입니다. 다수설에서는, 구상을 받을 금액도 각자의 부담부분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위 ①번 사례에서 철수는 6억원을 변제하였습니다. 그런데 변제한 금액에 대해서도 부담부분 비율에 따라 1:1:1로 서로 부담하는 것이 맞으므로, 철수는 영희, 민수에게 각각 2억원씩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나부자 입장에서는 6억원 받았으니까, 모든 연대채무자의 채무는 3억원으로 줄어들게 되고, 남은 3억원을 3명이서 분담해서 갚으면 결국 최종적으로 3억원씩 돈을 낸 결과가 될 겁니다.


그런데 ②번 사례의 경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원래 철수가 부담부분에 따라 책임지는 금액은 3억원이었습니다. ①번 사례의 경우 철수가 갚은 금액이 3억원을 초과하고 있지만, ②번 사례의 경우 철수가 갚은 금액이 3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연대채무자가 출재하여 공동면책이 되었을 때, 자기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지 않은 출재여도 구상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여기서 다수설은 "가능하다"라고 답합니다. 원래의 부담부분을 초과했건 하지 않았건, 출재한 금액을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나눠서 책임지면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②번 사례에서 철수가 9천만원 낸 것을 1:1:1로 부담하면 되고, 철수는 영희와 민수에게 각각 3천만원씩을 구상하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소수설의 입장을 볼까요? 소수설에서는 부담부분의 개념을 '비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정해진 고정 금액이 있고, 그게 부담부분이며, 그 부분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 구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①번 사례에서 철수의 원래 부담부분은 3억원입니다. 그런데 6억원을 변제했으니까, 초과된 금액은 3억원이지요. 따라서 영희와 민수에게 각각 1억 5천만원씩 구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와 같은 계산법에 대해서는 [김대정·최창렬, 2020: 815면]과 [김준호, 2017] 참조). 위 다수설에서와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구상 가능한 금액이 좀 줄어들었죠. 


②번 사례는 어떨까요? 소수설은 "이런 경우는 구상이 안된다."라고 대답합니다. 애초에 부담부분이라는 것이 미리 책임지기로 한 금액이고, 그걸 넘어서지도 않는 부분을 변제했다고 해서 딱히 해당 채무자가 피 본(?) 것도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경우 소수설의 계산에 따르면 철수가 영희, 민수에게 각각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은 0원입니다. 특히 ②번 사례에서 두 학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며, 그래서 다수설을 '초과출재 불요설', '초과불요설'으로, 소수설을 '초과출재 필요설', '초과필요설' 등으로 설명하는 교과서도 있습니다. 부담부분을 초과한 출재가 구상권의 성립에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 그런 뜻이죠.


각 학설이 장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학설의 논리 다툼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개요는 이미 말씀드렸으니 한번 스스로 학설을 비교해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럼 판례는 어떨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판례는 부담부분의 개념을 비율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수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46023 판결. 박동진, 2020: 418면).




다음으로 제2항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면책된 날 이후의 법정이자, 피할 수 없는 비용, 그리고 그 밖의 손해배상을 구상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법정이자가 포함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돈을 늦게 갚으면 그에 따른 이자를 내야지요. 앞서 우리가 공부한 바와 같이 법정이율은 5%입니다(제379조). 

제379조(법정이율) 이자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푼으로 한다.


다음으로 '피할 수 없는 비용'이 있는데요, 이건 변제나 공동면책을 위한 지출에서 부득이하게 꼭 수반되는 비용을 말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운송비, 포장비, 송금료 등이 있으며, 이는 제688조에서의 필요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타 손해배상'은 채권자와의 소송으로 인하여 들어가는 소송비용이라든지, 집행비용, 또는 변제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역시 제688조제3항에서의 손해배상이라고 합니다(김용덕, 2020: 862면). 구체적인 의미와 성질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688조를 공부하면서 다시 살펴볼 것이니, 여기서는 대략의 예시만 확인하고 지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제688조(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 등) ①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위임인에 대하여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②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위임인에게 자기에 갈음하여 이를 변제하게 할 수 있고 그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한 때에는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개정 2014. 12. 30.>
③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과실없이 손해를 받은 때에는 위임인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오늘은 출재채무자의 구상권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구상요건으로서의 통지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813-814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844면(제철웅).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83-1284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17면.

이상영,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1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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