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Sep 03. 2024

민법 제436조의2, "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와 통지의무

제436조의2(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와 통지의무 등) ① 채권자는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그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채무자의 채무 관련 신용정보를 보유하고 있거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보증인에게 그 정보를 알려야 한다. 보증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또한 같다.
② 채권자는 보증계약을 체결한 후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보증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1. 주채무자가 원본,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또는 그 밖에 주채무에 종속한 채무를 3개월 이상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2. 주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할 수 없음을 미리 안 경우
3. 주채무자의 채무 관련 신용정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알게 된 경우
③ 채권자는 보증인의 청구가 있으면 주채무의 내용 및 그 이행 여부를 알려야 한다.
④ 채권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여 보증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법원은 그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하여 보증채무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오늘은 조 제목이 길어서 조금 잘렸습니다. 브런치에서 좀 개선을 해주면 좋겠지만, 일단 어쩔 수 없네요. 


제436조의2는 번호를 보면 아시겠지만 가지조문이지요. 2015년에 민법이 개정될 때 새롭게 신설된 조문입니다. 조의 제목을 보시면, 채권자에게 무엇인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강 추측하기에, 이 규정은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제1항을 먼저 볼까요?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채권자가 계약 체결 여부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채무자'의 채무 관련 신용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보증인에게 그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서에서는 계약을 갱신할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되어 있네요.


사실, 아주 원론적으로는 보증인도 다 큰 성인이고(?), 누가 칼 들고 협박해서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채무자가 과연 돈을 잘 갚을 사람인지, 신용은 있는 사람인지 알아서 조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른바 계약자유의 원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칼같이 고수하다 보면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보증과 관련해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워낙 많았지요. 예를 들어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재정적인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보증인과 보증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는 겁니다. 보증인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보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굉장히 가혹할 수도 있어요. 


어쨌거나 채권자에게 갑자기 의무를 훅 부과하는 것이다 보니, 처음 이 조문을 입법하려고 할 때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법제사법위원회, 2014). 특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채권자인 경우에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2008년 제정) 제8조가 이미 존재하였던 상황이었기에(아래 조문 참조) 굳이 민법에 이런 규정을 두는 게 타당한지 비판이 있었고요, 물상보증인과 비교했을 때 보증인을 과하게 보호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최성경, 2013). 하지만 그래도 역시 보증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보증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어, 민법이 개정되게 되었습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8조(금융기관 보증계약의 특칙) ①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채무자의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보증인에게 제시하고 그 서면에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보증기간을 갱신할 때에도 또한 같다.
② 금융기관이 제1항에 따라 채무자의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보증인에게 제시할 때에는 채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③ 금융기관이 제1항에 따라 보증인에게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제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증인은 금융기관에 대하여 보증계약 체결 당시 채무자의 채무관련 신용정보를 제시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④ 금융기관이 제3항에 따라 채무관련 신용정보의 제시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그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증인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증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이 해지통고를 받은 날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의무는 당연히 채권자가 그 정보를 보유하거나 알고 있을 때 부여되는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면 채권자도 억울할 겁니다. 


제2항을 보겠습니다. 보증계약을 이미 체결한 후에, 채권자가 제2항 각 호의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역시 바로 보증인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주채무자가 채무를 3개월 이상 이행하지 않거나(제1호), 주채무자가 이행기가 되어도 이행을 못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거나(제2호), 주채무자의 신용 정보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제3호)입니다. 제1항이 보증계약 체결(또는 갱신) 당시에 정보를 알려야 할 의무라면, 제2항은 보증계약의 체결 이후에 정보를 알려야 할 의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채무 이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리도록 하고 있는 이유는, 주채무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으면 사실상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역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제3항을 봅시다. 채권자는 보증인의 청구가 있으면 주채무의 내용 및 그 이행 여부를 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채무자의) 채무 이행 상황이 보증인의 입장에서는 워낙 중요한 것이라는 점은 방금 말씀드렸고요, 때문에 보증인이 요청하면 채권자가 알려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4항을 봅시다. 의무만 부과하고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안 정해 둘 수는 없겠지요? 만약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의무를 채권자가 위반해서 보증인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법원이 내용을 고려하여 보증채무를 깎아 주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안이 아주 중대하다면, 법원이 보증인의 보증채무를 아예 없애 줄 수도 있겠지요. 참고로,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제1항을 위반해서 채권자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는 사기(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가 되어 민법 제110조에 따라 보증인이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박동진, 2020).


오늘은 보증계약에서 채권자가 지는 의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쨌거나 2015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보증인을 어떻게든 보호해 주려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아시면 좋을 듯합니다. 내일은 보증인의 최고·검색의 항변권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38면.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의안번호 1909869, 2014, 14-15면.

최성경, "민법개정안을 계기로 한 보증제도 연구", 「법학논집」제18권제2호, 2013, 194-198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