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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Sep 13. 2024

민법 제437조, "보증인의 최고, 검색의 항변권"

제437조(보증인의 최고, 검색의 항변)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때에는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사실 및 그 집행이 용이할 것을 증명하여 먼저 주채무자에게 청구할 것과 그 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것을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오늘은 뭔가 굉장히 그럴듯한 표현이 나왔습니다. 최고, 검색의 항변권... 어디 가서 왠지 법잘알(?)이라고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쓰면 좋을 것 같은 단어입니다. '최고'라는 단어는 우리가 총칙에서부터 가끔 봤던 단어입니다. Best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요, 최고(催告), 재촉할 최, 알릴 고의 한자를 씁니다. 뭔가를 알린다는 거죠. 다음으로 검색(檢索)은 우리가 구글 검색한다고 할 때의 검색(search), 뒤져보다, 이런 의미가 떠오릅니다.


최고와 검색의 항변권이란 결국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하다니! 주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 왜 내가 먼저 돈을 갚아야 하느냐. 나 말고 주채무자한테 먼저 이행을 청구하고(최고의 항변권), 주채무자의 재산을 먼저 집행해라(검색의 항변권)." 이것입니다.

*참고로 최고, 검색의 항변권이 각각 독립된 항변권인지, 아니면 합쳐서 1개의 항변권으로 보아야 하는지 학설의 대립이 있는데요, 통설은 서로 다른 2개의 항변권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박동진, 2020). 하지만 최근에는 소수설도 꽤 유력하게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을 참조해 주세요.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주채무를 지고, 영희가 이를 보증한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영희가 보기에 철수가 돈을 갚을 능력이 뻔히 되는데도, 나부자는 이행기가 되자 보증인인 영희에게 청구를 합니다. 원칙적으로 보증채무에서는 채권자가 주채무자뿐 아니라 보증인에게도 이행청구를 동시 또는 순차로 할 수 있습니다. 보증인에게 이행청구를 하는 것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증인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는 것이 제437조의 내용입니다.


영희는 제437조를 들어 철수에게 이행을 먼저 청구하고, 철수의 재산을 먼저 집행(집행의 의미는 지금까지 몇 번 다루었습니다)하라고 나부자에게 항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항변권이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①주채무자에게 변제자력이 있다는 사실, ②주채무자에 대한 집행이 쉽다는 사실, 이 2개를 증명하여야 인정이 됩니다. 철수가 진짜 파산해서 돈이 없다면, 보증인인 영희가 갚는 것이 맞겠죠. 통상 채무자의 주소에 있는 동산이나 유가증권 같은 것이 집행이 쉬운 것이라고 보고, 다른 곳에 있는 동산, 부동산, 채권 갚은 것은 집행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김준호, 2017).


영희가 이와 같은 최고, 검색의 항변권을 행사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먼저 영희는 정당하게 항변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부자(채권자)는 영희가 주장한 대로 주채무자인 철수에게 먼저 이행청구를 하고 집행을 들어가야 합니다. 계속 영희에게 이행을 하라고 조를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영희가 시킨 대로 철수에게 먼저 집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억원의 채무를 전부 변제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남는 금액에 대해서는 이제 보증인인 영희가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습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뒤져서 나온 게 7천만원 밖에 안된다면, 나머지 3천만원은 영희가 갚아야지요.


추가로, 제437조는 '검색'의 항변권이라고 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내용은 검색을 하라기보다 먼저 집행을 하라고 따지는 것이므로, 부정확한 표현이고 '집행의 항변권'이라고 바꿔 써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도 검색의 항변권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다고 느끼긴 합니다.


다음으로 제437조 단서를 봅시다. 여기서는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대보증'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금 보증채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보증이라는 것이 굉장히 종류가 많습니다. 채무 중에 일부만 보증하는 일부보증, 여러 사람이 보증채무를 지는 공동보증, 보증채무를 다시 보증하는 부보증, 앞서 공부하였던 근보증, 신원보증이나 기관보증 등 아주 종류가 많아요. 그리고 지금 살펴볼 '연대보증'도 그중 하나입니다.


연대보증이란, 보증은 보증인데 주채무자와 보증인이 '연대'를 하는 보증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보증채무랑 얼추 비슷한 부분은 있는데, 주채무자와 보증인이 더 끈끈하게(?) 결합되어 있는 보증입니다. 더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만큼, 채권의 담보력도 더 커집니다. 바꿔 말하면 채권자 입장에서 더 좋은 거죠. 


보통 연대보증도 일반적인 보증채무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통해 성립합니다. "내가 이 사람을 위하여 연대보증을 서겠다."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연대보증은 일반적인 보증과 무엇이 다르냐? 그 차이점이 바로 제437조 단서에 적혀 있습니다.


제437조 단서에 따르면, 연대보증의 경우에는 보증인에게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이행을 청구해 왔을 때, "딱 보니까 아직 주채무자가 아직 돈이 있는 것 같은데 왜 나한테 먼저 청구하냐. 주채무자를 먼저 털어(?) 봐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항변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보증인은 바로 돈을 갚아야 합니다.


이렇게 보시면 알겠지만 연대보증은 채권자에게 유리하고, 채무자에게는 상당히 가혹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연대보증이 성행했고, 그에 따라 옛날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이른바 '빨간 딱지'가 집안에 덕지덕지 붙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그래서 연대보증이 사회적 폐해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1세기형 연좌제'가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2008년 개인대출에서의 연대보증 폐지를 시작으로, 은행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대보증을 점차 폐지해 나갔습니다. 2018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의 정책금융에서 연대보증을 폐지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부터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자들의 신규 대출에서도 연대보증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금융위, 2018). 이처럼 연대보증은 점차 정책적으로 없어지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만, 개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연대보증은 아직까지도 가능합니다. 사실 사적 자치의 영역에 대한 보호라는 것도 있으므로, 모든 연대보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지요. 어느 쪽이 옳은지, 한번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최고·검색의 항변권과 연대보증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이러한 항변권을 해태하는 경우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879-880면.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302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43면.

이순동, "법률 용어의 개선 - 특히 일본식 문체의 순화를 중심으로 -", 「법학논고」 제73집, 2021, 47-48면.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의 연대보증 관행이 폐지됩니다.", 201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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