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2조(양도통지와 금반언) ①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한 때에는 아직 양도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양도가 무효인 경우에도 선의인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전항의 통지는 양수인의 동의가 없으면 철회하지 못한다.
제452조제1항을 봅시다.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하는 경우에는, 실제로는 아직 양도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양도가 무효라고 할지라도, 선의의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나부자는 철수에게 1억원의 금전채권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채권을 영희에게 양도하...려고 마음만 먹었는데, 양도했다는 통지를 철수(채무자)에게 먼저 하였습니다. 어차피 팔 거니까 미리 통지해도 되겠지, 이렇게 편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철수에게 통지한 후, 영희에게 채권을 파는 것이 귀찮아져서 그냥 안 팔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철수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선의의 채무자인 철수는 나부자가 결국 영희에게 채권을 양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러니까 철수의 입장에서는 채권자가 나부자에서 영희도 바뀐 것으로 알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죄 없는 철수가 영희를 채권자로 알고 변제한다면, 그런 철수(채무자)의 신뢰는 지켜져야 되지 않을까요?
제452조제1항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선의의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사실을 모르는 채무자가 양수인(영희)에게 변제하면, 철수(채무자)는 이미 양수인에게 변제했다는 사유를 들어 나부자(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부자가 여전히 자기 자신이 채권자라는 이유로 철수에게 이행을 청구하더라도, 철수는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제452조제1항에 따르면 채권양도 자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양도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양도가 무효), 양도인이나 양수인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문의 구조와 표현의 편의상 양도인, 양수인이라고 표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2항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제1항의 통지는 양수인의 동의가 없으면 철회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처럼 나부자가 철수(채무자)에게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리는 통지는 했지만 실제로는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경우(또는 채권양도가 모종의 사유로 무효인 경우), 그러한 '빈 깡통'인 통지는 철회되어야 맞을 것입니다. 잘못된 통지이니까요. 다만, 제2항에서는 그 통지를 철회할 때 영희(양수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왜 굳이 양수인의 동의까지 필요한 것인지, 이 조문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의가 약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용덕(2020) 등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제452조를 살펴보았는데요, 조 제목에서 '금반언'이라고 적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금반언(禁反言)의 한자를 직역하자면, '반대되는 말을 하지 말라' 정도가 되겠는데요. 금반언의 원칙이란, 외부로 표시된 어떤 선행행위가 있다면, 그에 모순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A라고 해놓고 나중에 뒤에 가서 A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겠지요.
이제 (지명)채권양도에 관한 조문이 끝났습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절로 들어갑니다. 채무인수에 대하여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15면(최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