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5조(채권자의 선의소비, 양도와 구상권) ①전2조의 경우에 채권자가 변제로 받은 물건을 선의로 소비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한 때에는 그 변제는 효력이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채권자가 제삼자로부터 배상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제453조(변제로서의 타인의 물건의 인도)와 제464조(양도능력없는 소유자의 물건인도)의 경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채권자가 유효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채무자가 남의 물건으로 변제행위를 한 경우, 다른 하나는 제한능력자가 물건을 인도한 경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 2개의 조문 모두 채권자가 이미 받은 물건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만약 채권자가 그 사정을 모르고 이미 받은 물건을 써버리거나(선의소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면(선의양도)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제465조는 이에 대해서 다룹니다.
*여기서의 '양도'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양도계약(채권계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의 인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계약이고 뭐고 물건이 계속 채권자의 수중에 남아 있다면, 굳이 제465조를 적용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김대휘, 1995).
제465조제1항을 봅시다. 여기서는 제453조와 제464조의 경우에, 채권자가 받은 물건을 선의로 써버리거나 타인에게 넘겨준 경우에는 '변제의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법학에서 '선의'는 착하다는(good) 뜻이 아니라 어떠한 사정을 몰랐다는(不知) 것을 의미하므로, 여기서는 채권자가 그 물건이 채무자의 것이 아니라 남의 물건인지 몰랐다거나(제463조), 혹은 채무자에게 양도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는(제464조)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제1항에서는 '선의'만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굳이 무과실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1항에 따르면 선의가 인정되는 채권자가 물건을 써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경우, 유효한 변제가 있었던 것이 됩니다. 변제가 유효하다는 것은 그 채권은 소멸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채무자도 더 이상 채권관계에 구속을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채무자는 자유가 됩니다.
"그런데 남의 물건으로 변제를 했는데도 채무자는 그냥 자유의 몸이 되나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이웃집 영희의 맥주를 가져다가 나부자에게 가져다주고, 본인은 맥주 인도 채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주장한다고 합시다. 나부자는 그 맥주가 영희의 것인 줄은 모르고, 모두 마셔버렸다고 합시다. 영희는 자신의 맥주가 나부자에게 간 것을 알고, 나부자에게 맥주를 돌려달라고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맥주는 나부자 뱃속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나부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설령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남의 맥주를 소비해 버린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제750조). 또는 부당이득반환 책임이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제741조). 영희가 나부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는 거죠.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제465조제2항이 존재합니다. 채권자(나부자)가 제3자(영희)로부터 배상 청구(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은 때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영희가 나부자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나부자는 채무자(철수)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철수가 지도록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채권자의 선의소비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대물변제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 Ⅺ 채권4」, 박영사, 1995, 64면(김대휘);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49면(정준영)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