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유 Feb 04. 2023

3년 만의 출국 비행기에서 한 쓸데 없는 생각

지루한 비행 시간 동안 주절주절 써보았던 것

거의  3 만에 해외 가는 비행기 탑승 . 중국 우한발 미스테리 폐렴이 세계를 강타한 팬대믹으로 진화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다녀온 곳이 다낭이었는데 국경이 열리자마자 게 된 곳도 다낭이다. 출장 덕분이다. 굿.


싫지 않았다. 나는 다낭이 꽤 좋았다. 나쨩보다 훨씬. 나쨩이 완전한 공산국가스러웠다면 다낭은 진짜로 ‘경기도 다낭시같았던 것이다.

같은 나라고, 똑같이 동쪽 해안가에 자리한 지역이었지만 쌀국수 먹는 방법부터 5성급 호텔  서비스, 영어 사용자 수, 그랩 기사들의 마인드 등 많은 부분에서 제법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낭은 한국인들이 어마무시하게 방문하고 나쨩은 러시아 군인들의 휴양지였다니  영향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국같지 않은 나짱을 더 좋아하겠지만, 나는 적당히 한국 같은 다낭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오랜만에 온 인천공항은 여전히 크고 넓었다. 그간 못 한 면세 쇼핑을 원없이 하겠다는 각오로 비행시간보다 아주 이르게 도착했지만 계속 업무가 도착하는 바람에 쇼핑을 즐길 시간은 짧았고 막상 둘러보니 딱히 내 마음을 흔드는 물건도 없었다.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팠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처럼, 돌아다니는 여행객들로 가득 찬 그 드넓은 공간에서 나는 잠깐 멈춰서 온몸으로 배고픔을 느꼈다. 하지만 푸드코트의 줄은 너무 길었고, 앉을 자리도 없었다. 결국 나는 평소라면 (비싼 가격과 spc라는 장벽 때문에) 절대 안 갈 파리크라상에 자리를 잡고 만사천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고작 빵쪼가리와 씨거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이륙하는 비행기들이 보이는 세상 근사한 뷰를 앞에 두고 나는 인스타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스타 돋보기에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많을까. 귀여운 가구와 소품, 빈티지 명품 같은 걸 보다가 네이트판에 올라온 시어머니와의 갈등 썰도 좀 봐주고, 재미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오려낸 릴스도 잠깐씩 보던 중 의도치 않게 옛날에 아주 가까웠으나 지금은 전혀  하고 사는지 모르고 살던 인물의 근황을 접했다.


인스타의 세계는 좁다. 십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나와 그의 사이에는 하나의 지인이 남았다. 의 전체공개 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지인이 좋아요 했고, 그래서  사진이  돋보기에  거다.


인스타가 없었더라면 전혀 알지 못했을, 굳이  필요가 전혀 없는 이런 21세기스러운 사적 정보는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tmi는 좀 더 광범위한 느낌이고. 구체적인 이름이 없는 게 아쉽다.

사진 속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 딸바보 아빠가. 아장아장 걷는 딸은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억이란  신기하다. 사실 평소에는 얼굴도 기억 안 났었는데 사진을 보니 전혀  번도 생각해   없던, 십여년  그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 낳으면 무조건 친자검사 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 남자는 평생 속아서  수도 있잖아.” 나는   그에게, 뻐꾸기같은 케이스보다는 나처럼 아빠랑 똑같이 생긴  태어나는 아이들이 훨씬 많을 텐데 그런 아이들까지 국가의 돈을 들여 검사하는  비효율적이고 세금 낭비라고 했었다. 그는 그럼에도 그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났었던  같다. “,  내가 그럴  같다는 거야? 그런 거 아님 뭔데?”


그러고 싸웠었던가? 잠시 그의 이십대 초중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새삼 별로 좋지 않은 것들의 연속이었다. 혀를 끌끌 찼다.세상에, 그딴 식으로 살아온 남자가 딸을 낳아 기른다니!


한심해하던 중 문득,  딸바보 아빠에게 나의 이십대 초중반 시절 모습 역시 그닥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쳤다.  역시 인스타 돋보기에 우연히 , 우리의 공통 지인 1인이 ‘좋아요 누른 나와 아가의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고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몰랐다.


이십대 초중반 시기를 그딴 식으로 보낸 여자가 애를 낳아 기른다니!’

새삼 나는 그 한심한 시기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는데 쟤라고 못했을 건 없지 않나… 싶었다.


이십대 초중반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시기다. 어제와 또 내일과 다른 가치관을 만들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나이다. 한심한 대학생1에 불과했던 나 역시 지금은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어른이 되어 잘 살고 있듯, 쟤라고 그거 못할 이유는 없었다. 내 기억속 그가 한심한 인간이었던 것과는 아주 별개의 일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한차원  깊은 어른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제 역지사지와 자아성찰이 한꺼번에  되는 성숙한 인간인 것이다. 물론  글을 보면 남동생이 우쭐이 심하다고 맹비난 하겠지만어쩔 수 없다. 나는 정말 성숙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걸?


그렇게 어른이 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대체 착륙은 언제 하나. 비행기는 너무 지루하다. 이렇게 길게 썼는데, 아직 한 시간밖에 안 지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더 이상 신세대의 젊은이가 아니라는거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