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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유 Mar 03. 2023

내가 재수없는 인간이 된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 가진 것 없는 여자애들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이 얼마나 많은데

나와  주변의 상식과  바깥 세계의 사람들이 가진 상식 사이 괴리를 느낄 때면 어쩌면 나는 정말로 재수없는 인간인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수밖에 없게 된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상식이 맞는데, 가끔 내가 옳은  아니라 그냥 다른 길을 가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심지어 나를 낳아준 부모와 얘기를 하다가도 그럴 때가 있다.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어딜 가서 좋은  보고 먹게 되면 절대 이런 경험을  해본 티를 내지 않는다. 그냥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짓거나 관련해서 '정확하게' 아는 지식을 최소 한도로만 늘어놓거나 한다. 모르면서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는    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경험이 있고 조예가 있어서 얕게라도 어쨌든  좋은 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보여주다가 대화를 이끌어 내가 얘기할  있을 만한 이야기로 주제를 슬슬 전환하거나 한다.


 그런 분야가  없긴 하지만 


남동생 김몽상은 수프에  담가둔 빵처럼  뇌는 스노비즘에 111% 이상 젖어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어디 가서 그런 경험 못해본 것처럼 보이는 것보단 최소한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좋은 대접 받기엔 낫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내가 모르는  아는 것처럼 뻥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방 들통나고 만다.


어쩌면 정말 김몽상의 말처럼 스노비즘  잡채로 보이는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추태들을 겪은  자기방어를 위해 스스로 터득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스물세  ,  때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않는 지방 출신의 가난한 학생인 내가 대도시의 커리어우먼이 되고자 노력해서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뽕이었다. 그래서 떠들고 다녔다. 마침 우리 부모님은 21세기의 취업시장에 대해 무지했던 탓에 정말로 나에게  어떤 지원도 해주질 않았고 나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스펙을 쌓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취해 있었다.  와중에 회사에서 얻어먹은 것들은 지금 보면 진짜 별것도 아닌데 한낱 대학생에게는 정말로 값비싼 것들이었다. 나는 싸구려 이자까야에서 새우깡이나 생맥주를 얻어먹으면서,  부모님이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을 하고 있다, 이런 맛있는  처음 먹어본다,  그런 말들을 지껄여댔다.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 곳인지, 제대로 정신차린 날은 확실히 기억난다.

 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내가 좋아하는 씬이다. 흑화한 돼지를 안고 한강에 뛰어들려고 최준호(강동원) 택시를 잡는데, '파주나 일산만 간다' 기사는 최준호를 태우자 곧바로 한강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도착해서 내리려는데 설상가상 문은 고장났다. 급한 마음에 반대쪽 문을 열려는 최준호를 택시 기사가 저지한다. 만약 그때 내렸으면 최준호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택시기사가 사실은 평범한 사람의 얼굴을  천사라는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끔씩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통의 사람들에게 생각지 못한 정말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택시기사님이었다.

당연히 사회생활은 이런 거라며,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잔뜩 술을 마시고 취해 귀가하는 길이었다. 장대리인지 정대리인지 기억도   나지만 아무튼 잘난척 개심한데 아닌 척하는 아재와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 택시를 탔다.​


가는 길에  아재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은   아재가 먼저  멀리 한강변이 보이는  아파트에 내렸고, 나는 기사님과 둘만 남았다. 기사님은 휙휙 운전대를 돌리며 말했다.


“​저런 별볼일 없는 새끼한테  그런 얘기를  하세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사님은 답답하다는  가는  내내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런   해봤다, 내가 돈이 없다, 이런 얘기 사회에서 하는  아니에요.  별볼일 없는 새끼가 손님 위해주는 것처럼 말하죠? 그거  어떻게  보려고 하는 거예요. 나도 회사 오래 다녔고 딸이 있어서 말해주는 거예요. 아직 손님이 어린  같은데, 회사에서는 무조건 부잣집 딸인  하세요. 아버지가 그렇게  해준다면 가짜로 나이차이 많은 오빠라도 있는  하세요. 하다못해 나를 건드리면  친오빠라도 와서  가만   거라는  계속 보여줘요. 저런 별볼일 없는 새끼들하고  섞지 말고 제가 말하는 대로 하세요.   같아서 그래요 정말.


정확히  워딩이었는지는 이제는 10년이 흘렀기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는 확실하다. 나에게 '아가씨'라거나 '학생'이라고 하지 않고 계속 '손님'이라 칭하며 경어를 쓰며 말했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는 젊은이의 패기로,  아저씨가  안다고 나한테 저렇게 주제넘는 소리를 하냐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그가 나의 구원자였음을 깨닫게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웬 유부남으로부터 "나의 상간녀가 되어달라" 고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짜 sb... nimi…

 이후 나는 세상 모든 좋은 경험을  때마다 이미   겪어본  모르는  없는  하면서 살고 있다. 자기방어에 가까운 셈이다.  스물세살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에디터라는 직함으로 몇년째 사회생활하니까 그런 경험을 많이  수밖에 없게 되기도 했다. 지방에  , 그리고 학생 때와는 확실히 겪게 되는 것들이 많으니 말이다.

이제는 사실 자기방어라고   없다.  때처럼 커리어 기반이 불안하지도 않고, 젊은 미혼여성인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자기방어 핑계를 대고 재수없을 만한 소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이미 나라는 인간의 특징 하나로 자리잡은  분명하다. 김몽상의 말대로 스노비즘 111%지만  어쩌겠나.


사실  글은 우리 엄마가 자꾸 어딜 갈 때마다 "아이고~ 이렇게 비싼 메뉴는 처음먹어봐" "사위 덕분에 이렇게 비싼  다먹어보네~~" "유린기는 비싸지 않나?" "이렇게 비싼 중국요리는 처음 먹어보네~~" 같은 말을 하는 것에 솔직히 짜증이 일어서 썼다. 나의 스물세살과 크게 다르지가 않은 모습이라서.

그런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역시 스물세살 때까지 가난한 것이 미덕인  알았을 터다. 하지만  세상에 가진  없는 여자애들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고 결혼했다. 그런 점으로 미뤄볼 , 개인적으로 나의 스노비즘이 그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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