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미션
올해는 나에게 '새로움'이 키워드인 한 해이다.
문득 상반기를 지나면서, 올해가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아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2019년은 생존과 나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면, 2020-2021년은 안정기로 그 안에서 일과 개인의 삶, 밸런스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고, 2022년은 정체기였달까, 이곳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맞이하면서 5년 동안 이곳에서 무엇을 했나, 난 어떻게 살고 있었나 지난날을 회고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일적으로 성장이나, 큰 발전과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느껴졌다. 있었는데 없어진 건지 희미해져 버린 삶의 방향성에서 나는 어디에 원동력을 두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이곳에서의 어느 정도 경력은 쌓였으니 업무적으로는 몸은 편했을지 모르지만, 머릿속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내 미래를 위해 어떻게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당장 답이 없으니 현실에 충실하자라는 마음으로, 우선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일상을 유지하며 지냈다. 그것만이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2023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거주지에 대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대로 중국 생활을 지속하는 게 맞을까?, 굳이 왜 이곳이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시작된 후 3년간 중국 내에서 밖에 못 나가다 보니 답답한 상황들과 발전 없는 느낌이 갑갑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올해 초 설날을 맞이해 3년 만에 첫 한국행으로 집에 가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의 방문이라 낯설기도 하면서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한국 시장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 한국 시장은 어떤지, 중국과 한국의 삶을 비교하면서 어디를 베이스로 하는 게 내가 더 좋을까 라는 고민들이 이어져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해에 계속 살아야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잠시 한국에 다녀오니 리프레쉬가 된 걸까, 막상 한국 갔다가 상해에 오니 여기가 너무 나의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 시간의 생활로 이곳에서 정든 건지, 그 편안함이 좋았다. 그리고 3월에 출장 차 한국에 또 방문하면서 느꼈는데, 아, 서울로 돌아가는 건 지금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편안해진 상해에서의 삶과 나의 성향상 국내보다는 해외가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떤 사건이 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주는 분위기와 그곳에서 내가 받는 느낌이 뭐랄까. 나는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못하는 타입이라 한국에 가면 여전히 그런 부분에서 신경 쓰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낯설지만 모든 것이 익숙한 곳이라서 그런지 꽤나 빠르게 사라진 관심도로 깨달았다. 그런데 비해 상해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언어들이 가득하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곳이다. 그래서 늘 궁금한 것들이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워낙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남들 의식도 거의 안 하고, 내가 뭘 하는지 크게 관심도 없다. 근데 난 그런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편하달까. 결론은, 우선 거주지에 대해서는 '일단 더 상해에 있어보자'라고 결정을 내렸다.
젊다면 젊지만,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거주지는 정했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고민하는 시간을 계속 가지면서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틀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시 매일 아침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 속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읽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3월부터 회사 내에 새로운 사람이 투입되고, 변화의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했다. 4월이 되면서 회사의 조직 구조 변화가 생겼고 기존의 팀 구조에서 디자인이 독립하게 되고 팀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고, 이 변화는 반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 흥미를 끌었다. 줄곧 디자인의 독립을 원했는데, 그 구조가 5년 만에 이뤄지고 상황이 바뀌면서 '아, 이곳에서 아직 더 해볼 것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과는 다른 관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서 윗선에서 꿈을 펼쳐보라는 말에 개인적으로 디자인팀이 갔으면 하는 방향에 대해 설정한 뒤 간단히 자료를 제작했다. 그 자료 속에는 회사 내에서 우리 팀이 가져야 할 방향성과 역할, 그리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 드렸는데, 선배도 물어볼 곳도 없다 보니 혼자 고민하며 만들었다. 보고 후 아직 앞단의 내용만 있고 실질적인 부분은 빠져있다고 보충하라고 하셨고, 변화가 이루어지고 3개월쯤 지났나. 지금에서 다시 자료를 보니 어떤 내용을 보충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보니 자료의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는 느낌이랄까. 어떤 부분을 채우고, 완성도를 높여나갈지 고민 중인 요즘인데, 이 내용이 잘 정리된다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 그리고, 팀원들과 우리들이 이곳에서 가져야 할 비전과 미션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팀원들과 추후에 협의를 해서 더 완성도를 높여가야겠지만, 회사와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와 팀이 되길 희망한다.
조직구조 변화와 함께 오랫동안 세트처럼 일해왔던 동료와의 이별도 있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6년 가까이 함께 일을 해오면서 서로 맞춰간 부분도 많았고, 업무적으로도 서로 함께 성장했던 친구인데, 아쉽지만 한국으로 돌아갔다. 근데 또 그 이별이 마냥 슬프진 않았다. 그동안 서로 이곳에서 고군분투했고, 잘 버텨왔고, 노력해 온 시간들을 알기 때문에 떠나는 마음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서로가 각자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각자의 삶을 더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의존해 나의 빈틈을 채워주던 곳의 빈자리를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스스로 다듬어 나가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서로가 각자 다른 성향으로 잘 채워주던 사이였는데,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변화하지 않았을까. 좋게-
그렇게 현재 나에게 놓인 미션은, 혼자 한국인으로 중국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고, 새로운 팀 구조에서 오랜 동료와 신입들과 함께 이상적인 팀의 방향성과 구조를 확실히 다지고,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과 개인의 발전을 고민하면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기 같다. 팀장이 되면서 느낀 건, 팀원으로써 보는 영역과 팀장으로서 보는 업무의 영역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그래서 요즘 나의 고민들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는데, 더더욱 책이 재미있게 읽힌다.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많은 것 같고, 역시 책은 친구이자, 스승이자, 선배다. 요즘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책뿐이다.
그리고, 경력이 오르면서 까칠해진 동료를 보고 있자니, 예전의 내 모습 보는 것 같고, 내가 저랬겠구나. 나의 감정을 티 나게 타인에게 많이 옮겼겠구나 라는 생각에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내가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일에서 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좀 유하게 태도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걸까
최근 몇몇 팀장들과 가볍게 이야기 시작했다가, 점점 진지해져 지금 현 상황의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서 토론하면서 느꼈는데 대화하면서 느낀 내가 가진 마인드는,
1. 일단 시도해 보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
2. 발생하지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하지 않는 것. 발생되면 그때 해결방법을 찾아보면 될 것
3.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현상을 파악할 것
4. 본질에 충실할 것
5. 존중을 베이스로 상대방을 대할 것
이상하게, 이런 대화들 하는데 도파민이 분출되는 느낌이었다. 뭔가 개선할 것이 보이고, 시도해 보고, 변화하고 이런 다양한 가능성이 내재된 환경들을 나는 즐기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그 변화가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어떤 시도든 다 경험이 될 테니까, 해보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안 해보면 알 수 없고 오히려 그대로 있을수록 더 도태되는 느낌을 받는다.
연초의 걱정과달리, 새로움이 가득해진 2023년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4개월을 더욱 알차게 보내도록 하루하루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겠다. 지금의 시간들이 발판이 되길 바라며 나도, 우리 팀도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하반기를 잘 보내고, 다시 회고하러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