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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 Zugang Jun 04. 2020

일요 토론: 작은 행복 kleines Glück

코로나 시대, 일요일마다 온라인 토론하는 이야기

일요일마다 온라인 토론에 참가한다. 친구가 독유네('독일 유학생 네트워크' 페이스북 그룹)에서 토론 참가자 모집글을 보고 알려주었다. 독일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모여 독일어로 토론을 한다. 음악학, 교육학, 관광학, 신문방송학, 문화인류학, 사회과학, 미술치료학, 독어독문학, 철학, 정치학 등. 전공명만 보면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복수 전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5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이다.


2주 전 처음 토론에 참가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내 독일어를 어떻게 평가할까' 부담감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과 외국어로 대화할 때 가지고 있는 부담감일 것이다. 하지만 토론은 아주 좋은 분위기였고,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동안 강의 시간에 자주 들었지만 머리에 안 들어왔던 die Maßnahme(대책)라는 단어를 토론 중에 물어보았다. 그 의미를 인지하고 토론에서 써먹으니 절대 잊어버리지 않더라. 대학 토론 수업에서 독일 친구가 자주 쓰는 표현(Ich möchte mich XX anschließen)도 써봤다.   


굳이 한국 사람과 독일어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론을 하는 2시간 보다,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표현을 모으고, 토론 전에 독일어 섀도잉을 하며 독일어 익히는 시간이 더 의미 있더라. 또 독일에서 전공 공부 외에 독일어를 열심히 익히며 사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니 동기부여도 된다.


이번 주는 내가 토론 진행자다. 주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코로나, 인종차별 등 무거운 주제로 토론했다. 나는 가벼운 주제로 정했다. 몇 분 전 토론 모임 카톡방에 올린 공지사항을 옮겨 적어본다.   







주제: 작은 행복, 소확행 kleines Glück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합니다. 소소하며 구체적인 행복한 순간을 말하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막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놓은 속옷이 잔뜩 쌓여있을 때, 면 냄새가 풍기는 새로 산 셔츠를 머리에 뒤집어쓸 때를 소확행이라 소개했죠.  


큰돈 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누릴  있는 행복한 순간을 여러분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작은 행복을  가지 소개해볼게요. 겨울에 바닐라향  켜는 것을 좋아합니다. 포근한 연핑크 목도리를 두르고 밖에 나갈 때도 작은 행복을 느껴요. 가을에는  익은 감을 먹으며 침대에서 책을   행복해요.  방에는 편지 상자가 있는데, 그동안 받은 편지와 크리스마스 카드가 담겨있어요. 편지 다시 읽을 때도 행복합니다. 욕조 청소를 끝내고 반짝반짝해진 욕조를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분의 작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Was ist euer kleines Glück?


학업과 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각자 전공과 관련하여 행복을 설명해볼까요?






즐거운 토론이 되면 좋겠다.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연핑크 후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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