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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나무 Apr 03. 2023

기도는 무엇인가?

자신에 대한 수용

  나는 현재 종교가 없다. 그런 내가 기도를 한다고 하면 "너는 어디에 기도를 하니?"혹은 "범신론자인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기도를 할 때 특정한 대상과 형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하늘 혹은 우주에 기도를 한다"고 대답하고는 한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기복신앙'처럼 자신의 소망과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나역시 그러한 이유들로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기도는 '수용'의 의미가 되었다.

수용은 말 그대로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과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정신과 육체의 질병,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관계속에서 뜻하지 않게 받는 상처와 좌절의 순간들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도 있으며, 때로는 그야말로 우리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해야 할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시간은 약이다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같은 말처럼 모든 상황이 잠잠해지고, 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아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노력하는 것 등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주위의 상황들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더나아가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것.  물론 이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기도를 하게 되었다.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과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저에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 힘과 능력을 주십시오." 이것이 요즘 나의 기도이고, 간절한 절규이자 수용의 의식이 되었다.


내가 한없이 부족한 인간임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정신건강의 지름길이자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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