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무더위를 피해
밤산책을 나갔다.
생각에 잠겨 아파트 단지 안을 걷고 있다가 우연히 도로 한복판에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땅에 코를 박은 작은 생명체를 보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무슨 말을 하고 지나쳤다.
처음엔 죽은 비둘기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삼색 아기 고양이였다.
"이런! "
안 본 눈 삽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분명 그 고양이 걱정에 구조도 못하면서 밤새 걱정만 할 것이기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아 보였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보다 주변에 어미냥이 있을 듯하여 찾아보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고양이 가족들... 내가 비켜주면 나타나겠지 하고 길을 떠나려는데
큰 개가 그 고양이를 물려고 달려왔다. 나는 놀라 비명을 질렀고 아기냥도 그제야 놀라 눈을 뜨고 화단으로 힘겹게 도망갔다.
다행히 개는 목줄이 되어 있어 주인이 저지시켰기에 아기 고양이가 물리지는 않았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고양이가 숨었다는 안도감에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간 아기 고양이 생각이 났지만 잘 있을 거라 애써 잊었다.
그런데 일주일정도 후에 그 고양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엔 아파트 1층 필로티 구석 시멘트 바닥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작아 내 손바닥 하나 정도 크기만 했다. 고양이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어쩌면 곧 떠날 수 있을 상태로 보였다. 고양이 상태를 안다는 듯이 주변에 까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 널 어쩌면 좋니?"
이미 우리 집에는 구조한 고양이가 세 마리나 있고 두 마리는 투병 중이었다.
동네 캣맘과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동네라 밥을 챙겨주는 이도 없어 보였다.
겨우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날이 어두워진 후 사료를 챙겨 다시 그곳으로 갔지만
아기냥이는 사라진 후였다.
미안함과 자책으로 한동안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났다.
어느덧 뜨겁던 여름은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밤산책을 갈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되뇌곤 했다.
‘그 아기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