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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May 14. 2022

폭풍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보기 #직장인

생계에 대한 본태성 불안과 직장부적응증이 동시에 나를 흔들때




나는 늘 폭풍 속에 홀로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준다.


그건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20대 30대에는 전혀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폭풍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피하고

의식주를 어떻게든 해결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40대가 되고서

그간 주변에게 영향을 끊임없이 받다가

정작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폭풍이 조금 잦아들었거나

혹은 혼돈된 시간이 오래되니

그것에 적응이 되어 폭풍 속의 나의 모습을

한걸음 떨어져 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 폭풍은 주로 나의 생계와 관련된 것이 많았는데

예를들면,

일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는다거나,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내 인생의 폭풍은 어디서, 누가 만든 것일까?


헌데 40대가 되니

이 폭풍은 어디에서 왔는지

누가 만든 것인지 문득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폭풍이 존재하기나 했던 것일까?


분명 폭풍은 정말 혹독했고

내가 발버둥 칠수록 더 거세졌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대학 졸업 전부터 나는 나의 학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졸업과 동시에 직장에 다니며 쉼없이 일했다.


헌데 그런 빡센 직장생활보다 더 힘든 점은

스스로 나란 존재는 지독히도 조직 생활이 맞지 않는 인간임을 매일매일 체감해야 했던 것이다.


생계에 대한 불안은 나에게 그렇게 매일매일

스스로를 더 직장이라는 늪으로 빠져들게했고

그럴수록 직장부적응병은 나를 괴롭혔다.


허우적거리는 것도 반복되면 일종의 수영 법이 되는 것인지 겨우 빠져 죽지 않을 정도로 20여 년을 버텼다.


40대에 과거를 돌이켜보니

이 폭풍으로 나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회사생활로 나의 시간을 낭비했다기보다

이 괴로움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 돈을 낭비했다는 말이다.


회사생활을 하며 이렇게 괴롭지 않았다면

퇴근 후나 주말에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했을 것이고 그것이 20여 년 지속되었다면 아마도 나는 벌써 직장을 더 이상 다니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제 와서 이 폭풍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면

그것은 분명 나의 탓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탓으로 추가로 만들어진 것도 적지 않다.


생계에 대한 본태성 불안이 있었지만

그것은 나뿐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스스로를 그렇게 괴롭히지 않는다.

퇴사와 취업을 반복하며 의미 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버리지 않는다.


인생에 너무나 많은 고뇌와 낭비를 준 젊은 시절 폭풍이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희미하게 알아가고 있다.


같은 바람에도 누군가는 시야를 밝히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동기로 삶고

누군가는 폭풍의 전조로 받아들여서

불안 속에서 더욱 웅크리고 스스로를 옭아맨다.


철저히 후자였던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과 좌절은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은 나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해보려 한다.



그래서 종종 그런 본태성 불안이 나를 괴롭힐 때,

어쩌면 지금도 나는

흔들리는 나를 주변을 탓하며

원망과 좌절로 내 시간을 녹이는 것인지

눈을 맑히고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태풍의 눈처럼, 어떤 상황이든 중심을 지킨다면 평상심을 유지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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