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은 Mar 18. 2023

사십 대 봄 꽃 단상





아버지가 산책하며 진달래 사진을 문자로 보내셨다.

업무를 보다 나는 문득 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십 년 전 아버지는 암을 진단받으셨다.

조직검사 결과 암이고 곧 서울로 항암치료가 예정된

나의 삼십 대 초 어느 봄이었다.


모두가 정신없던 그 시기

아버지는 병원에서 집으로 귀가하다던

차를 갑자기 세우셨다.


차에서 내리시더니

나무 사잇길로 가자고 하셨다.




벚꽃이 절정이네.


한마디 하시고는 사진을 찍자는 것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지금 그럴 때냐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고

외쳤지만 우리는 모두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아버지 말대로 아버지를 둘러싼 화려한 벚꽃이

눈처럼 흩날렸다.


그날 본 벚꽃은 아이러니하게도

살면서 본 최고 화려한 꽃들이었다.


아버지는 서울로 가면

병실에 갇혀 한동안

아니 어쩌면 영영 벚꽃을 보지 못한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꽃을 보고

아이처럼 웃으셨고

우리는 돌아서 눈물을 흘렸다.


꽃을 본 아버지의 표정은

내가 평생 본 얼굴 중 가장 걱정이 없어 보이셨다.


늘 생계 걱정에

얼굴이 구겨져 계셨는데

어찌 된 일인지 꽃을 보고 아기같이 웃으셨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여

나는 지금도 화려한 봄 꽃 보면

슬픈 마음이 든다.


알 수 없는 봄꽃에 대한 슬픔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버지는 다행히 지금도 무사하시지만

사십이 넘도록 나는 아직 봄 꽃을 보면

가끔 그때 생각에 눈물이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