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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Jan 18. 2024

조라의 마을에 도착하다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5)


조라의 마을로 출발하기 전, 나는 시드 왕자가 알려준 길 주변을 살피다 비를 피할, 작은 동굴을 찾았다. 사실 보코블린 한 마리가 거기서 불을 지피고 요리를 하려는 모습을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코블린을 처치하고 그 녀석이 피우다 만 장작에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켰다.


타탁 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잠시 앉았다.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조라족들을 만났네... 조라의 마을은 어떤 마을일까.......?




ㅇ월 ㅍㅍ일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그래도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있었다...  어제 피워둔 모닥불의 불은 꺼져 있었다. 나는 언제 잠들었지? 일기가 옆에 떨어져 있기에 펴 보았다. 조라 마을이 어떤 마을일지 궁금해했던 문장 이후 깨끗한 걸 보니 갑자기 잠들었나보다. 하긴, 많은 일이 있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에너지를 채워줄 만한 요리를 주머니에서 하나 꺼내 꿀꺽- 먹은 후 출발했다. 비가 정말 지겹게 온다. 철벅철벅 경사진 돌길을 기어올랐더니 몬스터들이 코너마다 한 마리씩 지키고 있다. 보코블린 상대하는 건 버겁지 않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뭔가 번쩍!한다.


뭐지? 돌아보니 바위 위에서 리잘포스 세마리가 번갈아 가면서 전기의 화살을 쏘고 있었다! 핫... 갑자기 시드왕자가 건네주었던 일렉트릭 물약이 생각났다. 이런 무기를 든 몬스터들이 있으니 위험 방지 차원에서 그런 물약을 준 것이었구나... 시드 왕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전기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계속 움직이며 타이머 폭탄을 던져 리잘포스들을 일단 날렸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면 바로 화살을 쏘기 때문에 접근전으로 바짝 녀석들을 쫓아가 한 마리씩 처치했다. 중간에 화살을 한번 맞아서 무기를 떨어뜨리거나 활을 떨어뜨렸지만, 데미지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약간의 전투 끝에 골치아픈 리잘포스 무리를 해치우고, 놓여 있던 나무 상자 안의 화살과 사과도 잔뜩 수집한 후 씩씩하게 다시 길을 올랐다. 계곡 하나를 넘고, 가시덤불을 넘어 다른 언덕길로 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드 왕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링크!"

어디서 부르는 거지? 나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물 위에 떠 있는 시드 왕자를 발견했다.



"강물 안에서 실례할게!"

그는 아무래도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조라 마을로 먼저 가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드 왕자는 꽤 솔직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그대를 끌어들여서, 그대가 정말로 와 줄지 걱정됐는데... 순조로워 보여 안심했어!"

그리고 정말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이변 이후 이곳에도 몬스터가 많아졌으니 조심해서 오도록 해!!"



시드 왕자는 내게 당부의 말을 한번 더 전했다.

"조라족 모두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더니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갔다. 빠른 시드 왕자의 움직임을 보면서 나도 서둘러야지 생각하고는, 돌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일렉트릭 물약,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깜박했네...



수풀이 깊게 자란 길로 들어서 경사가 진 산길을 계속 올라가는데, 특이한 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돌로, 매우 파랗게 빛나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광택이 흘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잠깐 멈춰서서 신기하다.. 감탄하는데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아얏!


돌아보니 붉은 보코블린과 푸른 보코블린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또 전투였다. 이젠 좀 지겹다...


몬스터들을 무찌르면서 지도를 계속 체크하여 조라의 마을로 가는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산길이라 그런지 직선 도로가 없고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이어서 올라가는데는 적잖은 체력이 소모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라색 빛이 도는 작은 덤불과 푸른 덤불이 나 있는 곳에 아름다운 장식으로 빛나고 있는 2개의 기둥을 발견했다. 조라의 마을로 가는 쪽인가 싶어 그쪽으로 뛰었다.



2개의 기둥은 다리 입구를 표시하는 이정표와 같았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다리가 반대편 계곡까지 놓여 있어 깜짝 놀랐다. 다리 위에서 보니 계곡 아래 흐르는 강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라넬 지역의 계곡은 깊이의 변화를 예측할 수가 없구나... 감탄하는데 시드 왕자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이봐~! 링크~!"

시드 왕자는 이번엔 어디서 부르는 걸까? 물 밖인가? 헤매는 나를 어떻게 보는 건지 시드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래쪽! 여기야~!"



그 말을 듣고 다리 끝 가까이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과연. 시드 왕자가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며 웃고 있었다.



"생각보다 멀군!  하지만 분명 이 다리를 지날 것 같아 기다렸어! 곧 조라의 마을에 도착할거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마을에서 만나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시드 왕자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저기 링크!"

왜 그러는지 내가 그를 보며 눈짓을 하는데 시드 왕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그대의 뒤로 몬스터가 접근하고 있어!"


그 말에 돌아보니 블랙 모리블린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앗!

서둘러 화살을 쏘아 맞힌 후 양손검을 꺼내 그를 내리쳤다. 모리블린은 공격이 빠르지는 않지만 한 방이 큰 녀석이라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약한 무기가 한 대 부서졌고, 모리블린이 곤봉을 휘두르기에 공격을 피했다가 회전베기로 다리 끝에 서 있는 녀석에게 한 방을 날렸다. 모리블린은 아직 체력이 남아 있었지만, 균형을 잃더니 다리 아래로 떨어져 물에 빠졌다. 허우적대다 사라지는 모리블린을 보다가 아차! 했다...


무기가 부족해서, 모리블린이 들고 있던 곤봉을 꼭 뺏었어야 했는데... 몬스터 소재는 못 얻더라도, 곤봉만큼은 꼭 챙기고 싶었는데... 곤봉은 이미 빠른 물살을 따라 흘러가버렸는지 자취를 감춰버렸다.



전투를 끝내고 지도를 다시 열어봤다. 시드 왕자의 말대로 조라의 마을이 멀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나는 패러세일을 펼쳐 뛰었다. 내려가는 길을 보니 모리블린 한 마리가 더 있기에, 그냥 내려가지 않고 날아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푸른 등이 살짝 빛나고 있는 것이 보이기에 그 앞에 착지했다.



착지한 곳을 보니 그 푸른 등은 암벽에 있는 조각을 밝히기 위한 장치였다. 벽에는 조라 마을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신비스러운 돌이 박혀 있었고, 그 위에 이런 저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일부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읽어 보았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조라 왕 도레판이 기록한 이 내용은... 조라족을 누가 구했는데, (아마도 몬스터를 처치한 것 같다) 그 놈을 퇴치한 사람은 하일리아인이라는 내용이었다. 흥미롭게도 전투에서 누가 장비했던 '조라의 투구'는 '...의 북쪽에 있는 ... 호수의 배전에 둔다'는 내용도 있었다.



가만.. '배전'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무덤 앞에 깔아놓는 돌이나 벽돌인데... 누구의 무덤이라는 거지? 조라의 투구라는 걸 보니 분명 좋은 방어구가 될 것 같은데... 흠...


나는 흥미로운 그 기록을 살펴보면서, 몬스터를 퇴치한 그 하일리아인의 이름이 혹시 있을까 찾아보았다. 조각 마지막에 이러한 내용이 있기는 했다..



"용.... 링.... 의 활약을 기리며"

응? 응응? 이거 안 보이는 글씨를 대략 맞춰보면.. '용사 링크' 아니야?? 흠...

참 내입으로 용사 링크라고 하기는 뭣하다만... 왠지 그럴 것 같은데... 나 조라의 마을과 꽤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군데군데 문자가 훼손된 글을 다시 글을 읽어보았다. 혹시 관련 기억이 떠오를까 조금은 기대했지만... 조금의 기억도 나지 않았다. 뭐, 내가 아닐 수도 있는 거고, 하일리아인 중 용사는 다른 시대의 용사일 수도 있는 거고...



나는 암석을 등지고 돌아서서 바로 앞에 보이는 긴 다리로 들어섰다. 반대편 끝이 한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다리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철벅철벅 뛰었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예상대로 그 다리의 끝은 조라의 마을 입구였다. 신비스러운 물의 나라 같은 느낌의 조라 마을은 아름다웠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빛이 들어오는 푸른 기둥이 많이 있어 어둡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 당도하여 들어가려고 하는데, 내가 도착한 걸 어떻게 알았는지 시드 왕자가 앞으로 나왔다.

"오옷! 기다렸어, 링크!!"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우리 조라의 마을에! 자, 아바마마께 소개해 줄 테니 이쪽으로 와줘!"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 위를 올라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시드를 따라갈까 하다가, 입구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조라족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상했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조라의 마을은 처음 방문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젤다 공주가 유물 조사를 열심히 했으니... 그녀를 따라 와 본 적은 있겠지 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은 장소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창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는 조라족에게 말을 거는데, 그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어라? 엉?! 링크님?!!"



엇? 나를 아는 사람이었나...? 또 민망해지겠군... 누구지?

하지만 그는 나의 그런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하일리아의 영걸 링크님조라!"



그리고는 자기를 못 알아보냐며, 반갑게 말했다.

"저예요조라! 리트반조라!"

"리..트..반?"



리트반은 아쉽다는 듯이 우리가 함께 수영을 했었다는 걸 말했다.

"어렸을 때 수영도 가르쳐 주셨는데.. 기억 안 나세요조라?"

"... 기억 안 나."


리트반이 어렸을 때 내가 수영을 가르쳐 줬다니 ... 조라족에게 내가 수영을??? 놀랄 일이다...



그러나 리트반은 무리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으니까요. 저도 이미 130살이 넘었구요...그런데 하일리아안도 의외로 오래 사는군요조라."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건너편의 조라족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 근무중입니다."



리트반이 아버지라고? ..아.. 하긴 130살이라고 했지... 충분히 자식이 있을 만 하군...

리트반은 금새 사과의 말을 전했다.

"오오.. 미안하다조라.. 너무 반가워서 그만."



그리고는 다시 나를 쳐다본 리트반은 다른 조라족 이름들을 말했다.

"골목대장이었던 스바바와 여걸 가디슨... 그리고 나이를 많이 드셨지만, 아버지 모르덴도 모두 건강히 잘 지냅니다조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려주는 걸 보니 스바바와 가디슨 모두 리트반과 나와 함께 모두 어울려 놀았던 모양이다.. 검술 연습만 하던 내가, 조라족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었다니.. 대체 그건 언제쯤이었을까?



하지만 리트반은 약간 걱정이 되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

"아... 하지만 링크님은 어르신들과 말을 섞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르신들과 말을 하지 말라고? 무슨 소릴까 싶어 리트반을 바로 쳐다보니, 그는 자신이 너무 오래 말을 했다면서, 나에게 얼른 왕의 방으로 가보라고 했다.



"우선은 왕의 방에 용건이 있으신 것 같으니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조라."

그래. 일단은 시드 왕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가봐야겠지. 나는 리트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리트반의 자녀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리트반의 자녀는 좀 쌀쌀맞았는데, 근무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인사를 안 받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이야기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래 그저 무뚝뚝한 모양이었다.

"아버지랑 신나게 얘기 나누는 것 같던데.. 뭐 아무튼... 하일리아인이군."



목소리가 가느다란 편이었다. 아마도 여자인 것 같은데?

"초면이군. 내 이름은 둔마다."

"여자야?"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인데 역시 고운 말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큭.

"그럼 안 되나?"

뭐 안될 건 없지. 강한 여성도 세상엔 있으니까... 그런데 보기엔 매우 어려 보이기도 하고, 아버지인 리트반이 130살인데... 딸인 둔마는 그럼 몇 살인건가? 나이 계산이 어려워 둔마에게 나이를 물었다.

"몇 살이야?"



그러자 둔마는 살짝 부끄러운 듯, 아니면 불쾌한 건지 표정을 숨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 그걸 묻다니...."



엇? 여자한테는 나이를 물어보면 안 되나? 당황하는데... 둔마는 그래도 대답을 해 주었다.

"100살 미만이라고만 해두지. 그 증거로 말 끝에 '조라'를 안 붙이잖나?"

아... 둔마가 그렇게 말해준 덕에 100살 넘은 조라족들만 말끝에 '조라'를 붙이는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독특한 말버릇이었던 거구나...



둔마도 잡담은 이 정도로 해 두고, 어서 왕의 방으로 가라고 내게 말했다. 조라의 마을이 하일리아인 전사를 찾고 있으니... 둔마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나는 둔마에게 눈인사를 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칠 줄 모르는 비를 계속 맞으면서 계단을 올라갔더니, 왕의 방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경비를 서고 있는 다른 조라족에게 다시 말을 걸어본 후 위치를 확인하여 왕의 방을 찾았다.



또 다시 계단으로 연결된 왕의 방은, 조라의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넓은 계단을 올라가보니 높은 지붕이 널찍한 방을  싸고 있는 듯한 공간이 나왔다. 그 가운데에는 옥좌가 있고, 그 위엔 엄청나게 큰 고래와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마 저 사람이 조라왕이겠지?


시드는 그 왕 옆에 서 있었는데, 조라왕의 크기에 비하면 시드 왕자는 꼬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거대한 조라왕... 왕의 방에 감탄하며 잠시 서 있는데, 시드가 나를 알아보고는 눈짓을 보냈다. 좀 더 왕에게 가까이 나아가라는 걸까... 나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왕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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