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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Jan 20. 2024

조라왕 도레판을 만나고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6)


내가 조라왕이 잘 보이는 위치에 서자, 그는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조라왕의 목소리는 우렁차서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오옷... 시드가 데려온 하일리아인이 그대인가? 예까지 잘 왔네!"



"짐은 조라족의 왕 도레판이라 하네."

도레판...? 이라면 아... 그 마을 입구 석판에 새겨져 있던 이름... 하일리아인 영웅의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왕이다. 가까이서 보니 어마어마한 몸집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후아... 감탄을 하는 사이 도레판왕은 나의 여기저기를 살피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조금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음? 그대가 허리에 차고 있는... 그건 설마 시커 스톤 아닌가?!"

도레판 왕은 시커 스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100년 전의 일도 잘 알고 있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그는 상체를 조금 앞으로 내밀어 나를 보더니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자세히 보니 그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는 듯한 도레판 왕. 하지만 이내 그는 내 이름을 크게 말했다.



"하일리아인 영걸 링크가 아니던가!"

그... 그렇습니다만... 큰일이었다. 도레판 왕은 나를 알아보는데, 나는... 이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니.... 후.. 어쩌겠는가. 나는 그냥 도레판 왕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 그냥 서 있었다.



"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멀뚱멀뚱 서 있으니, 도레판 왕은 기억을 못 하느냐 물었다. .... 내가 영걸이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니, 솔직히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데, 시드 왕자가 입을 열었다.

 


"하일리아인 영걸? 링크가 그 영걸 본인이라고?! 그래...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어! 이거 참 놀라운 일이군!"



시드 왕자의 말에 도레판 왕이 동감을 표시했다.

"하일리아인 영걸 링크가 지금 여기에! 그야말로 놀라운 일일세!"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도레판 왕은 시드 왕자의 한 마디에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이것 참 반갑구먼... 그래, 예전에 몇 번 만났었지? 명운을 다했다 들었네만 살아 있었군!"

명운을 다했다... 그렇구나. 도레판 왕은 내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던 모양이군…그 말을 들으니 그 점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도레판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은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젤다 공주의 조치로 너무도 긴 잠에 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도레판 왕은 몸을 앞으로 쑥 뺐다.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바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아니 얼마나 긴 잠이었길래... 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것도 그 때문인가?"



그리고는 약간 뒤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생각에 잠긴 듯 있더니 내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 딸 미파는 기억하고 있겠지?"

".... 미파?"



처음 듣는 이름에 당황했다. 미파라... 도레판 왕의 딸이구나...

그러자 도레판 왕은 약간 심기가 불편한 듯,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설마 미파조차 잊어버렸다는 겐가?"



도레판 왕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대와 ... 그렇게도 사이가 좋던 미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 사이가 좋았다고? 조라족 미파 공주와? 도레판 왕의 말을 오히려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사이가 좋았던 아니던 나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었다. 가장 시간을 함께 많이 보냈다던 젤다 공주에 대해서도 사진기의 기능을 복구하고, 추억의 장소에 가기 전에는 그녀에 대한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으니, 아무리 사이가 좋았어도 그 관계를 기억할 리가 없다. 하지만, 도레판 왕은 섭섭할 수 있겠지...



도레판 왕은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이 마을의 풍경... 그리고 미파의 조각상을 보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인가?"


미파의 조각상?? 이 있었나...? 마을의 풍경은 그렇게도 낯설다는 느낌은 아닌 것이 신기하긴 했는데... 도레판 왕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과거의 나는 조라의 마을에 자주 왔었던 모양이다.



도레판 왕은 계기가 있다면 기억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말을 하다가도, 아쉬운 듯 계속 미파에 대한 기억을 언급했다. 그러자 갑자기 시드 왕자가 도레판 왕의 말을 막았다.


"아바마마! 여기서 누님 이야기는 더 이상.... 링크도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그의 말에 도레판 왕이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도레판 왕은 아들의 말을 수긍했다.

"오오.. 그렇지.. "

그리고는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려 말했다.

"그나저나 모르고 데려온 자가 영걸이라니, 시드 너도 제법이군!"



도레판 왕은 흡족하다는 듯이 아주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는 왕의 방에 가득 차 쩌렁쩌렁 울렸다. 시드 왕자 덕에, 험악해지는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레판 왕은 나를 배려하며 자신이 하일리아인을 찾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링크.. 그대도 힘들겠지만, 짐의 이야기를 들어보게..."



"실은 지금 물의 신수 바.루타 때문에 마을이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들 힘만으로는 해결책이 없어! 그대의 힘을 빌려주지 않겠나?"



도레판 왕은 돌려 말하지 않는구나... 직설적인 그의 화법이 싫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도레판 왕의 오른쪽에 서 있던 나이 든 조라족이 갑자기 크게 놀라며 말을 시작했다.

"예에? 기다려주십시오 도레판 왕!"



그는 한눈에 봐도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겉으로 확 드러났다.

"하일리아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다니 그 무슨 조라의 지느러미가 꺾이는 말씀을!"



그 말에 도레판 왕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무즈리... 지느러미가 꺾이다니 말이 지나치오..."



곧바로 시드 왕자 역시 무즈리라는 그 나이 든 신하에게 한마디 했다.

"말조심하시오 무즈리! 링크는 내 부탁으로 마을에 와 주었소! 이 폭우 속에 믿을 수 있는 건 하일리아인 뿐이오! 얼마 전 모두 동의하지 않았소?"



솔직하고 당당한 시드 왕자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무즈리가 동의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무즈리는 왜 심기가 불편한 것일까? 전에 동의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는 않을 텐데.. 나는 영문을 몰라 그저 조라족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시드 왕자는 한마디 더 나아갔다.

"링크라면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어 이 마을을 구해줄 것이 틀림없소!"



도레판 왕 역시 시드 왕자의 말을 거들었다.

"그 말이 맞네. 링크는 의심할 여지없는 영걸!"

그리고는 내게 시선을 돌려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지금은 이 마을이... 아니, 하이랄 전역이 물에 잠길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일세!"

그리고는 다시 무즈리쪽을 슬쩍 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럴 때 조라족, 하일리아인이 편을 가를 땐가? 겸허하게 지느러미를 숙일 때야..."



그러자 무즈리는 답답하다는 듯 도레판 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도레판 왕은 벌써 잊으셨습니까조라?! 하일리아인은 당최 믿을 수가 없습니다! 100년 전 고대 문명의 힘인지 뭔지로 하이랄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무즈리의 눈가가 갑자기 촉촉하게 젖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아래로 깔고 슬픈 듯 잠시 말을 삼켰다.



동시에 그의 지느러미들이 축 아래로 쳐졌다. 무즈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 게다가 미파님마저 고인이 되고 마셨으니... "


!!! 그랬구나. 젤다 공주가 열심히 재앙에 대비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한 일 때문에 불만이 많은 것이었어... 그런데, 무즈리가 미파님이 고인이 되셨다고 말했을 때, 순간적으로 미파가 영걸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파 공주가 죽게 된 일은 ... 100년전 재앙 가논의 도래와 연관이 있는 거겠지?



무즈리의 슬픈 목소리에 도레판 왕도 잠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누구도 감히 입을 열어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도레판 왕은 다시 나를 부르며 그 침묵을 깼다. 그는 무즈리의 말은 잠시 접어 두고, 현재 조라의  마을이 처한 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링크... 루타는 물의 신수... 무한대로 물을 생성하는 힘을 갖고 있네. 최근 갑자기 물을 뿜어내는 바람에 이곳 주변에 폭우가 계속되고 있지... 본래 우리에게 물이란 공기와 마찬가지니 비가 온다고 곤란할 일도 없을 터인데... 문제는...동쪽 저수지일세. 동쪽 저수지가 범람하기 직전일세!"



그리고 도레판 왕은 그 심각성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만약 저수지가 터지면 이 마을은 물론이거니와 강 하류에 사는 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돼."

강 하류라 하면... 하테노 마을까지 잠길 수 있다는 이야기....! 도레판 왕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조라의 마을의 최 중심부이자 가장 높은 왕의 방에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멀리서 들리는 소리였다. 동물이 울부짖는 소리인 것 같았으나, 동시에 물이 넘치며 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도레판 왕은 중얼거렸다.

"으음... 신수 바.루타가 다시 폭주를 하는 모양이군..."



도레판 왕은 내게 신수 바.루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의 신수 바. 루타.... 그대들의 젤다 공주는 재앙이 나타나기 전부터 신수에 대해서도 열심히 연구를 했네. 젤다 공주가 남긴 문서에 따르면 루타의 어깨에 보이는 장치, 그것이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제어하는 기계 장치라 하더군."


지난 번 기억에서 젤다 공주가 신수는 기계인지라 얼마든지 사람이 다룰 수 있다고 했었지... 그때는 고론 시티에 간다고 했었지만, 신수의 조종이나 관리와 관련하여 조라의 마을에도 자주 왔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레판 왕은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폭주로 인해 전기가 통하지 않네."

도레판 왕의 말을 받아 시드 왕자도 말을 보탰다.



"실제로 세곤 할아범이 루타의 어깨에 전기의 화살을 맞혔을 때, 분명 물줄기가 약해졌어! 하지만 우리는 물에 사는 일족... 세곤 할아범도 전기의 화살 다루기에는 한계가... "

아. 그렇구나. 물의 일족이니 전기를 다룬다면 크게 상처를 입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나는 시드의 설명을 듣고서야 왜 조라족이 하일리아인을 찾아 나섰는지 이해가 되었다.

 


"결국 조라가 다룰 수 있는 전기로는 부족한지 루타의 물줄기는 다시 세지고 말았지. 그래서 내가 도움을 줄 하일리아인을 찾아 나선 거야!"

그렇게 말하는 시드 왕자는 특유의 한주먹 들어올리기 포즈를 다시 취해 보였다.



그리고는 내게 부탁을 건넸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링크... 전기의 화살로 기계 장치를 기동시켜 줘!"

그렇구나. 바.루타의 어깨에 있는 장치에 전기 화살을 꽂아 넣는 일이라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목표는 애초에 거기에만 있지 않았다. 바로 신수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시드 왕자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함께 루타를 막아 보자고!"


시드 왕자가 루타를 같이 막아 보자고 했을 때... 나는 이쯤에서 본래 나의 목표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드 왕자의 부탁을 처음부터 흔쾌히 승낙했던 이유는 ... 바로 신수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 임파에게 들었던 젤다 공주의 전언대로, 신수를 해방시켜야 나의 기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


나는 그동안 영걸이니, 용사니 하는 말들이 부담스럽기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더 큰일이 날 것이다. 나를 알아봐주는 조라족들을 만나고, 이 마을이 나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소중한 것들을 지키자는 결심이 섰다. 게다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하테노 마을 아래까지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시드 왕자에게 그간 말하지 않았던 일을 꺼냈다.  

"실은... 나는 100년 전의 일을 바로잡으려고 왔어. 긴 잠에서 깨어났지만 기억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젤다 공주가 남긴 전언을 들었어. 재앙 가논을 대적하여 물리치려면, 빼앗긴 신수를 되찾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래서 나는 직접 신수 안으로 들어가서 신수를 다시 찾아올 거야."



시드 왕자에게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도레판 왕은 깜짝 놀라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뭣이?! 그대는 젤다 공주의 인도로 신수 안에 들어가 진압하려 했단 말인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레판 왕은 젤다 공주의 생사를 물었다.

"제, 젤다 공주는 살아 있는 겐가?"



“젤다 공주는 하이랄 성에서…  재앙 가논이 더 활동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도레판 왕이 내게 젤다 공주의 생사를 물었다. 그녀는 물론 살아있지만, 가논을 봉쇄하느라 하이랄 성에 갇혀 있는 처지나 마찬가지다. 도레판 왕의 질문에 대답하는데, 순간 임파가 젤다 공주를 생각하며 눈물을 삼키는 심정이 왜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레판 왕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무려 그런...! 그런 일이 있었군!!!"



그리고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뒤이어 이렇게 말했다.

"...100년 전에는 그런 안타까운 결과로 끝났지만, 안에 잠입하여 신수를 되찾아 오면 가논을 봉인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시드 왕자는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특유의 주먹팔 자세를 취하며 화이팅을 외쳤다.

"링크에게도 그런 목적이 있었다니... 좋아! 나도 협력하지!"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바.루타의 폭주가 멈추면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어. 링크! 함께 루타를 막아 보자!"

시드의 외침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알았어!"



내가 도레판 왕의 부탁을 수락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자, 도레판 왕은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링크, 정말 고맙네! 우리의 목적이 거의 일치하다니... 이 또한 운명이라 할 수 있겠군..."



그러더니 시원시원한 도레판 왕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듯, 그는 내게 무언가를 주겠다고 하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지.. 그대가 이것을 받아주었으면 하네."



그리고는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것을 입으면 하일리아인도 우리 조라족처럼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 부디 소중히 다뤄주게."

엣? 그게 뭐길래... 놀라는 나, 그리고 도레판 왕을 바라보던 무즈리가 한 마디 나섰다.



"도레판 왕!! 조라의 갑옷을 주다니요?!"

그는 매우 매우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이었으며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조라의 갑옷이 지닌 의미에 대해 그는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대로 조라족 왕녀가 장래 부군이 될 사람에게 주는 서약의 갑옷!"

...에... 뭐라고....? 나는 무즈리가 하는 말을 내가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조라족 왕녀가 특별히 만드는... 부군이라면 결혼할 사람이라는 거 아니야..?



무즈리는 도레판 왕에게 거칠 것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미파님께서 직접 만드신 소중한 갑옷입니다! 그것을 영걸이었다고는 하나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자에게 주시다니 이 무슨...!"


그리고는 무즈리는 너무나 화가 났는지, 도레판 왕의 옆자리를 물러나며 말했다.

"너무하십니다! 소인은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



도레판 왕은 당황하였지만, 곧바로 표정을 바꾸며 내게 무즈리의 행동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으음.. 무즈리 녀석... 저자는 미파의 교육 담당이었네.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미파를 진심으로 아꼈다네... 대재앙 때 미파를 잃은 것이 하일리아인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 무즈리의 무례를 부디 용서해주게. "


처음부터 나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이 툴툴댄 것도 다 그런 이유였겠구나 싶었다. 나는 도레판 왕과 시드 왕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도레판 왕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루타를 제압할 때 필요한 전기의 화살을 찾아 두도록 무즈리에게 명했는데....그냥 가 버렸군."



그러자 시드 왕자가 나에게 이렇게 외쳤다.

"링크! 무즈리는 내가 설득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줘!"



그리고는 시드는 계단을 내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내려가는 모습을 도레판 왕과 지켜보는데, 도레판 왕은 시드의 뒷모습을 보며, '시드는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이로군' 이라며 중얼거렸다. 매번은 아니지만  남의 생각을 가끔 알아차릴 수 있는 나는, 도레판 왕의 말을 분명히 듣긴 했지만 확실히 들었는지 자신이 없었다. 그 이야기라.... 뭘까?



도레판 왕은 다시 나를 보고는 시드를 따라 내려가보라고 말했다.

"링크, 무즈리는 아마 이 아래 광장에 있을 걸세. 그대도 가주지 않겠나....? 설득에는 그대의 힘도 필요하네."


도레판 왕의 말이 맞다. 어차피 전기의 화살을 다뤄 루타의 어깨에 날릴 사람은 나다. 시드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기에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도레판 왕의 앞을 물러났다.



도레판 왕이 일러준대로 계단을 내려가 왕의 방과 연결되어 있는 넓은 광장으로 갔다. 거기엔 파랗게 빛나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있는데 그 앞에서 무즈리와 시드 왕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즈리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투였고, 시드 왕자는 무즈리를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무즈리를 설득할 수 있을까? 시드 왕자가 보일 묘안은 뭘까? 내가 그들 앞에 서자, 무즈리가 먼저 나를 쏘아보며 돌아보았다. 나는 긴장이 되었지만, 늘 그렇듯 어깨를 펴고 무즈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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