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7)
무즈리는 눈이 작았지만, 눈빛 만큼은 매우 강한 인상을 가진 신하였다. 그는 처음엔 나를 노려보았으나, 이내 볼일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시선을 피하려 했다.
"크음... 이런 곳까지 쫓아왔나조라? 너에게 볼일 없다!"
그런 무즈리에게 시드 왕자가 차분하게 말을 걸었다.
"무즈리, 잘 들어보시오. 경에게 하지 못한 얘기가 있소... "
시드는 큰 결심을 한 듯, 인상을 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인 앞에서 말하기가 그렇지만, 링크야말로 미파 누님이 마음에 품은 사람이었소."
....뭐라고??? 미파 공주가 나를? ... 시드의 말대로였다. 정말.... 정말 민망했다.
하지만 시드 왕자는 나를 전혀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나는 아직 어렸기에 잘 몰랐지만, 누님이 링크를 특별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아바마마께 몇 번이나 들었소."
그 말을 듣자 무즈리는 매우 당황한 것 같아 보였으나, 이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아닛! 그런 허풍을 쉽게 믿을 무즈리가 아니옵니다. 시드 왕자님. "
그리고는 내 쪽을 다시 노려보면서 가소롭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미파님이 이런 하일리아인을 연모하실 턱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그 증거로 내가 미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라면 세월이 지나도 어찌 잊을 수 있겠냐는 그런 말인 것 같은데...
"실제로 이자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미파님의 조각상을 보아도 아무것도...."
"정말이오 무즈리.. 경은 모르겠지만..."
시드 왕자는 자신의 말이 맞다 주장하고 있었다. 무즈리의 말에 나는 그들 사이에 서 있는 크고 아름다운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이것이 바로 미파 공주를 조각한 것이로구나... 미파 공주... 이 사람이 나를... 연모했다고?
미파는 아주 길고 아름다운 창을 우아하게 들고, 부드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둥그런 얼굴에 눈이 크고, 작은 듯 보이지만 콧날이 선 미파의 얼굴은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났다.
미파의 조각상을 보니, 내가 처음으로 사진기 속 그림을 보고 기억해 냈던 영걸들 모습이 생각났다. 그 때 뭔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던 ... 자주빛 머리의 영걸이 있었지... 물의 기운이 가득찬 보석 장식을 걸고 있었던... 그래! 그 사람이 미파였다. 맞다...
기억 속 그는, 젤다 공주에게 자신이 치유의 힘을 사용할 때 어떤 '무언가'를 생각한다며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우리들은 재앙 가논의 부활을 목격했고....
그때 일을 떠올리면서 나는 미파 조각상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잘 보니 어디선가 미파를 만났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체 그게 언제인지 기억이 ... 바로 나지 않았다.. 우리들은 분명... 미파와 나는...
그 순간, 나는 미파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링크?"
미파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조심스러웠던 말투... 조용한 듯 해도, 환하게 웃었던...
조각상의 얼굴에 갑자기 햇볕이 어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다. 아.. 혹시...
미파와 연관된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 나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화사한 햇빛이 호수에 부딪혀 반짝거리고 빛났던 저녁... 그래! 바.루타가 중앙 저수지에 있었고... 루타를 능숙하게 조종하던 미파가 있었지....
그날은 오랜만에 미파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던가 그랬다.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는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젤다 공주가 성에 머무르는 날이라, 오랜만에 혼자서 움직일 수 있었던 휴가같은 날이었다.
영걸 임명식때 만났던 미파는 한번 조라의 마을을 찾아와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래서 시간을 냈었다. 조라의 마을을 찾아왔을 때, 미파는 내게 루타를 함께 타자고 말했다. 루타에 올라 중앙 저수지를 지나던 때, 미파가 내 팔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나를 치료해 주었다.
미파의 특기는 치료 능력이었다. 조라족의 왕녀라면 이어 가는 기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 능력을 사용할 줄 알았다..
그래! 기억났다. 나는 어릴 때 조라족 아이들과 자주 놀았다. 조라의 마을에는 왜 자주 갔었더라? 음... 여하간 아버지를 따라 갔었다. 그래서 리트반과 놀았었고.., 스바바랑 다른 아이들도... 그래...
그러다 미파가 그 치유의 능력을 쓰는 걸 봤었던 것 같은데.. 처음이 언제였지?
그날, 미파는 나를 치료해 주면서 어릴 때의 일을 다시 끄집어냈었다.
"... 이렇게 있으니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
처음 만났을 때라... 어땠었더라? 나는 마치 지금도 미파가 앞에 있는 듯, 서로 처음 봤을 때 어땠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역시나 기억이 쉽지 않았다. 미파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직 어린아이였고... 자주 무리를 하다가 다쳤었지...그때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치료했잖아.."
아.. 그 말에 미파와 내가 처음 만났던 순간이 기억났다. 미파가 나를 처음으로 치료해줬을 때는, 한참 검술 연습을 할 때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어른들에게도 좀 무모하게 덤볐고, 남들은 잘 시도하지 않는 기술도 시도해보다 다치곤 했었는데.. 그 때 미파가 나의 상처를 보고 안타까워하며 치료해줬었다...
사실 바. 루타 위에서 미파에게 치료받았던 상처는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다. 늘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으레 생길 수 있는 그런 찰과상 중 하나였을 뿐.. 하지만 미파는 내게 난 작은 상처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다치는 것을 가장 염려한 사람 중 하나였다.
"하일리아인인 너는 정신을 차려 보니 나보다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미파는 나를 치료하면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다, 우리가 한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일을 떠올렸나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를 따라 여행을 가지 않았고, 하이랄 성에서 수련하기에 바빴다. 검술을 익히는 것이 즐거웠고, 실력이 빨리 늘어 주변을 놀라게 했었다. 그리고 최연소로 기사 타이틀을 받았고.. 마스터 소드도 거머쥐게 되었었지.
미파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조용히 치료에 전념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는, 내가 마스터 소드를 받은 후였던 것 같다.. 미파는 키가 조금 컸을 뿐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새 내가 미파보다 많이 커서, 옆에 서니 그를 약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 미파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기대보다 내가 너무 성장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지.
"하일리아인들은 빨리 크는구나..."
어색하게 웃던 그녀, 미파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뭐라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었고 왠지 어릴 때 처럼 미파를 대하면 안될 것 같았다. 조라족의 왕녀이자 영걸인 그를 스스럼없이 대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게 보겠지...
그래서 미파와는 좀 어색해졌었다. 그러다 다시 만나게 된 건, 미파가 영걸이 된 이후였다. 재회하게 된 미파는 그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영걸 임명식에서도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기에, 한번 와 달라고 했던 미파... 내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당시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상처를 치료하며, 옛 이야기를 꺼냈던 미파는 나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상처 부위를 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네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게 즐거웠어......"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하고 내 팔 위에서 손을 뗐다. 상처는 놀랍게도 아물어서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미파의 치유 능력은 여러 번 봤지만, 언제나 처음 보는 것처럼 놀랍고 신비했다. 고맙다고 말하자 미파는 보일 듯 말듯 수줍게 웃었다.
미파는 저 멀리 하늘에 부서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영걸들이 곧 맞닥뜨릴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재앙 가논이 어떤 상대인지, 어떤 싸움이 펼쳐질지 자세한 건 아직 몰라...."
그땐 그랬다. 미파도 하이랄의 전설을 듣기만 했을 거고, 나 역시 그랬다. 마스터 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검을 가지고 있다고 미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미파는 뭔가 결심이 선 듯, 나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혹한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
"모두가... 네가 상처를 입으면...."
영걸들 중 나를 콕 집어 말했던 미파...
그녀는 말을 하다 멈추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나를 어렸을 때처럼... 치료해 줄 테니 염려말고 재앙 가논에 맞서라고 격려해주지 않을까..?
미파는 나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번이든, 어떤 상처든... “
그러나 미파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잠시 사이를 두고, 그는 다시 힘주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나는...... 너를 지키고 싶으니까..."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미파가 나를 지키고 싶어했단 말을 ... 했었구나.... ! 이것이 그의 마음... 나를 정말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지키겠다고 담담한 듯, 그러나 진지하게 고백했었다. 아. 그랬구나. 그러나 당시 나는.... 미파의 그런 마음을... 몰랐다......
미파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채 나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건넸다.
"재앙 가논과의 전투가 끝나면......"
"그러면... 어릴 때 처럼....."
"다시....."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하던 미파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갑자기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미파의 눈동자색이 환한 햇살에 잠깐 다른 색으로 보였다. 다정한, 따스한… 미파의 눈빛이었다.
"여기에 놀러 와 줄래?"
당시 미파의 부탁은 소꿉친구로써의 부탁이라고만 생각했다. 재앙 가논에 맞서야 하는 우리들에겐, 옛 추억을 헤이며 걱정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은 없었다.... 하루 하루가 준비였고, 검술 연습이어야 했으며, 작전의 점검이었고... 나는 젤다 공주를 빈틈없이 호위해야 했던....
놀러와 달라는 부탁을 끝으로 미파가 마지막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눈길이 점점 ... 멀어져갔다. 그게 기억의 끝이었다.
난 그때 미파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했을까??? …. 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크윽….
눈을 감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의외의 장소에서 옛 기억을 하나 더 찾았다... ! 도레판 왕이 섭섭하다 느꼈을 만도 했다. 미파와 나는, 친한 사이 맞았구나.... 미파의 부탁에 바빴던 일정을 쪼개 그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던 나였으니, 미파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했기에 왔을 것이다. 그러나... 미파는 연모의 마음이었다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아팠다.
마치 꿈과 같이 너무도 생생했던 기억... 미파가 지금도 살아 있을 것만 같은 기억에, 나는 조금 어지러움을 느꼈다. 눈을 깜박거리며 잠시 비틀거리자, 시드 왕자가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걱정을 해 주었다.
"왜 그래, 링크? 괜찮아?"
그 때 무즈리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무슨 일이냐 물었다.
"갓 태어난 물고기마냥 비틀비틀... 무... 무슨 일인가조라?"
나는 무즈리에게 미파 이야기를 했다.
"미파가 기억났어요."
"미파는 저와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제가 검술 연습을 하다 다치거나 하면 저를 치료해 주었어요. 영걸로써 그는 대단한 치유의 능력을 보였어요…마지막으로 만났던 건, 재앙 가논이 깨어나기 전에 제가 조라의 마을에 왔을 때였는데... 그때의 일이 기억났어요."
이렇게 설명을 했지만, 무즈리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뭣이! 나를 농락하는 겐가 하일리아인! 이렇게 딱 맞춰서 기억이 날 리가 없다조라!!!"
물론.. 타이밍이 안 좋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기억이 나는 걸 어떡하란 말이냐? 그러나 이런 불만을 무즈리에게는 드러낼 수 없었다. 무즈리는 계속 투덜거리며 증거가 없으면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아무튼, 이 무즈리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못 믿는다! 증거가 있다면 어디 보여조라. 증명할 수 있다면 전기의 화살 모으는 방법이든 뭐든 다 알려줄테니 조라..."
무즈리가 그렇게 말하자 시드 왕자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경의 고집도 보통이 아니군... 그러나 증거가 있소! "
그러더니 나를 보고 시드 왕자는 조라의 갑옷을 꺼내 입어 보라고 했다.
"링크! 아바마마께 받은 조라의 갑옷을 무즈리에게 보여줘!"
나는 시드가 하라는 대로 방어구를 갈아입었다. 무즈리는 그런 나를 본체만체 하려고 했는데, 시드 왕자는 그런 무즈리에게 똑바로 잘 보라고 엄하게 말했다.
"무즈리! 링크가 입은 옷을 잘 보시오!"
사실, 갑옷을 입고 더 놀란 쪽은 아마 나일 것이다. 조라의 갑옷은 놀랄 정도로 내 몸에 잘 맞았다. 미파가 나의 신체 치수를 어떻게 알았을까 의심하고 싶을 정도로....
무즈리는 조라의 갑옷을 입은 내 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으나, 잠깐 흘겨보더니 이내 놀라 나를 바로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한 무즈리는 당황하여 약간 횡설수설했다.
"이 무슨...!!! 그것은... 아까 그 조라의 갑옷...! 미파님이 손수 만드신 것이... 아닌가!!! 이럴 .. 이럴수가... 사이즈가 딱 맞다니조라! 이... 이....이게... 어찌 된 일이조라?"
시드 왕자는 무즈리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제 알겠소? 누님이 누구를 연모했는지, 누구를 위해 이 갑옷을 만들었는지...! 이 갑옷이 링크에게 꼭 맞는 것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니겠소?"
그리고는 차마 이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털어놓는다는 투로, 시드 왕자는 미파의 부탁까지 전달했다.
"전부터 하일리아인을 싫어하던 경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미파 누님이 부탁했다 하오."
헛... 그런 거였어? 무즈리는 그냥 원래부터 하일리아인을 싫어했던 거였어??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시드 왕자는 무즈리에게 증거를 댔으니 전기의 화살 모으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자, 협력을 약속했잖소, 무즈리! 전기의 화살은 어떻게 하면 모을 수 있소? 경이라면 이미 방법을 알아 놓았겠지?"
무즈리는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미파가 만든 갑옷만큼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으음... 미파님이 이자를 위해 갑옷을 만드셨다니... "
그는 할말을 잊은 듯, 슬픈 눈으로 미파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하일리아인의 도움을 받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군조라....알았다. 나도 조라의 사나이... 한 번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겠다조라."
그리고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전기의 화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즈리는 시드 왕자의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뇌수산, 그리고 그 끝에 있는 도전의 곶... 그 뇌수산에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살고 있다조라. 우리 조라족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전기의 화살을, 연거푸 쏘아 대는 몬스터...."
그 말에 뇌수산을 바라보던 시드 왕자는 몸을 홱 돌려 무즈리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반인반수 라이넬 말이군!!!"
반인반수 ... 라이넬? ... 흠... 라이넬...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생각이 날듯 말듯하여 인상을 쓰고 있는 내게, 시드 왕자가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녀석은 전기의 화살을 쓰는 몬스터지. 녀석에게서 전기의 화살을 빼앗아 오라는 것이군."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 이렇게 말했다.
"... 뭐... 사나운 녀석이지만 링크라면.. 괜찮을 거야!"
우리의 대화를 그냥 듣고 있던 무즈리는, 신수를 잠재우기 위해선 전기의 화살이 20개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20개가 없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몬스터들에게서 전리품으로 얻은 전기의 화살 15개.... 그렇다면 5개만 모아도 된단 소리군!
무즈리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에게 말했다.
"네가 다 모을 수 있겠는가조라?"
시드 왕자는 그 무슨 망발이냐는 식으로 무즈리를 나무랐다.
"그게 무슨 말이오, 무즈리! 당연히 괜찮을 것이오!"
그리고는 나를 보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링크. 바로 행동을 개시하자. 뇌수산은 마을 동쪽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면 빨라. 조라의 갑옷이 도움을 줄 거야. 용소까지 헤엄쳐 간 다음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
시드 왕자가 지름길을 설명해 주니 좋았다. 시드 왕자는 전기의 화살을 모아 오는 나를 동쪽 저수지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하였다.
"맡겨만 둬."
시드 왕자에게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 잘 모을 자신은 없었다. 반인반수 라이넬... 상대해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차피 몬스터 중 하나! 피해갈 수 없다면 그대로 돌파다!
나의 말에 시드 왕자는 잘해보자면서 기합을 넣었다.
"좋았어...! 힘을 합쳐 신수와 맞서 싸우자!"
우리는 그렇게 미파의 조각상 앞에서 결의를 다졌다. 나 역시 주먹을 쥐어 보였다. 억울하게 스러져 간 나의 친구...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다는 미파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꼭 성공시키고 말 테다! 생각지도 못한 각오가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