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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Jan 27. 2024

신수 바.루타를 제압하다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9)


ㅇ월 ㅋㅌ일


물침대는 기대보다 꽤 성능이 좋았다. 자고 일어나니 푹신 침대보다 회복력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숙박비가 비싼 값을 하는구나…


필요한 요리 소재를 마련하기 위해 마루토 마트에서이것저것 구매한 후 요리를 했다. 방어력과 공격력을 높이는 요리를 평소보다 많이 했다. 신수 안에 들어가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 수 없으니 뭐라도 먹는 걸 많이 만들어두자는 마음이었다.


요리를 하면서 지도를 열어 시드 왕자가 기다리고 있는 중앙 저수지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주머니를 열어 준비가 잘 되었는지 체크한 후, 심호흡을 크게 하고 중앙 저수지로 출발했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바.루타에게 전기 화살을 좀 먹이면 이 빗줄기도 줄어들겠지?



비에 흠뻑 젖은 다리는 미끄러웠다. 처음 계획으로는 조라대교를 건너 중앙 저수지 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비를 보니 역시나 폭포를 거슬러 올라 간 다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비탈을 올라 폭포가 있는 곳을 찾는데 조라족의 역사가 기록된 또 다른 비석을 찾았다. 흥미로운 내용이라 기록해 둔다.



이 기록은 조라 역사의 외전이라는데... 두번째 기록이었다. 시드 왕자가 몬스터를 퇴치했다는 내용! 시드의 전투 기록을 적어 놓은 것이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어 정독했다.



시드 왕자는 하테노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조라족의 골치덩어리인 '거대한 옥타록'을 퇴치하기 위해 자진하여 출동했다. 옥타록과 대결하기 위해 맞선 시드 왕자는 어이없게도 옥타록이 내뱉은 바위를 피하다, 옥타록에게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기록에는 다수의 강자가 옥타록에게 도전했을 때, 빨려들어가 살아 돌아온 자는 없었다고 했기에 그 전투를 지켜보는 모두가 절망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옥타록이 갑자기 거대한 몸체를 뒤틀며 고통스러워했다. 뒤이어 옥타록의 배를 뚫고 밖으로 나온 것은 은린의 창! 빨려 들어간 왕자가 옥타록의 내부에서 그 강완으로 창을 몇 번이나 내질렀다는 것...


결국 옥타록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시드 왕자를 다시 뱉어냈다. 옥타록은 허둥지둥 도망쳤고, 이것이 하테노 바다에 전해지는 시드 왕자의 무용담이라고 한다. 헛헛.


시드 왕자.... 옥타록에 빨려들어가도 정신을 잃지 않고 공격을 감행한 ... 그 판단력과 힘... 언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도 보통 조라족은 아니다.



폭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가 높은 고지에서 패러세일로 내려온 곳은 중앙 저수지 주변... 저수지 위에서 내려다보니 비가 내려 사방의 시야가 흐린 가운데, 신수 바.루타가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방에 물을 뿌려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드 왕자는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나는 패러세일을 펼쳐 아래로 내려가며 시드 왕자를 계속 눈으로 쫓았다. 중앙 저수지는 꽤 넓었는데, 그 넓은 호수 중앙을 향해 뻗어있는 나루에 누군가 서 있었다.

'시드 왕자겠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시드 왕자가 턱에 한 손을 괴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옆에 착지한 다음, 시드 왕자에게 말을 걸었다. 시드 왕자는 돌아보더니 무척 반가워하였다.



"오오, 왔군 링크! 기다렸어! 조라의 갑옷과 전기의 화살은 준비됐지?"

"준비됐어."



"훌~~륭해! 역시 링크! 자, 물의 신수를 막으러 가자!"

우리는 함께 주먹을 쥐어 보이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러더니 시드 왕자는 갑자기 혼자서 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나에게서 멀어져 신수 바.루타 쪽으로 가더니 그는 다시 고개를 쑥 물 위로 내밀고 내게 소리쳤다.



"링크! 물의 신수 등을 봐!"

잘 보이지 않아서 망원경을 켜서 보았다. 바.루타의 등쪽에 뭔가 등이 들어와 있었고, 거기서 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시드 왕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핑크색으로 빛나는 장치가 보이지? 저것을 전기의 화살로 쏘아 맞히면 돼! 그리고.. 화살을 쏠 때는 조라의 갑옷에 깃든 폭포 오르기의 힘이 있잖아?! 그걸 활용하도록 해!"



그리고 시드 왕자는 화살로 맞출 때의 요령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너를 신수 바로 옆까지 데리고 갈 테니 저 폭포를 거슬러 올라 조준해!"



그리고는 시드 왕자는 다시 나를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너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너를 믿는다!"


나는 너를 믿는다.... 이것은 때론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이 힘이 될 때도 있다. 시드 왕자의 말은 지금으로썬 후자였다. 어찌되었든, 100년전의 일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 시드 왕자의 수영 실력이라면 더없이 도움이 될 것이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 왕자는 내게로 다가왔다.

"자, 내 등에 타!"

"정말 괜찮아?"

"무슨 소리야, 전혀 문제없어! 좋아, 가자!"


사실 조라의 갑옷이 있고 경갑도 얻었으니, 나도 조라족만큼은 아니더라도 헤엄은 꽤 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넓은 중앙 저수지를 마음껏 돌아다닐 만큼의 체력은 솔직히 없었다. 많이 부족했다. 그런 나를 믿고 태워준다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나 시드 왕자는 기꺼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자신의 등을 내어주었다.


나도 물에 뛰어들어 그의 등에 올라탔다. 나는 시드 왕자의 머리 끝 지느러미 위에 앉은 후, 그의 뒷머리를 말고삐 잡은 것 마냥 잡았는데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시드 왕자는 수면을 미끄러지듯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상당해 깜짝 놀랐다. 정말 조라족은 물 속에선 대단하구나...



"좋아 간닷! 물 안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지!"

내 마음을 읽은 듯 시드 왕자는 외치면서 빠르게 바.루타 옆으로 헤엄쳐갔다. 시드 왕자가 헤엄쳐 루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 때 까지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루타가 움직이면서 큰 소리를 냈다.



그걸 본 시드 왕자가 다시 외쳤다.

"루타가 우리에게 반응하고 있어! 일단 멀리 떨어져서 공격할 틈을 노리자!"

움직이는 루타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시드는 멀리 돌아서 바.루타의 반대편으로 갔다.



반대편을 한바퀴 돌았던 시드 왕자는 나름의 작전을 이야기하며 바.루타의 방향으로 돌진했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릴게! 기회가 생기면 루타의 폭포로 돌진하자!"

그리고는 내게 중요한 힌트 하나를 주었다.



"신수 바.루타는 고대의 신비한 힘을 써! 얼음 같은 블록도 고대 에너지라고 하더군! 처리는 네게 맡길게! "



신수 바. 루타에 다시 접근하는데, 루타의 옆면에 얼음 블럭이 생겼다. … 저것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음 모양인데.. 하는 순간, 얼음들이 시드 왕자와 나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오는 듯 해도 점점 가속도가 붙더니 우리를 향해 떨어졌다.


시드 왕자가 중얼거렸다.

“저 얼음을 부수는 거야!”


나는 화살을 장전해서 날리다가, 아까 시드 왕자가 알려준 고대의 에너지란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시커 스톤을 쓰라는 이야기! 시커 스톤의 아이스메이커 기능을 켠 다음 시드 왕자가 달리는 방향으로 얼음이 날아올 때, 부수기 기능으로 얼음을 조준했다. 화살을 쏴도 얼음은 부서지지만, 시커 스톤을 쓰는 게 더 편하긴 했다.


세 개의 생성된 얼음을 파괴하자, 시드 왕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루타의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용소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거대한 폭포와 다르지 않은 물줄기… 떨어지는 물기둥 아래, 시드 왕자가 나를 내려주었다. 나는 바로 물줄기를 거꾸로 타고 오른 다음, 공중에 올랐을 때 전기의 화살을 장전했다.


떨어지는 와중 활을 겨누자, 내가 명중시켜야 할 전기 장치가 바로 발 아래였다. 집중한 상태로 전기 장치 2개를 연속으로 쏘아 맞추었다. 붉게 켜져 있던 전기 장치는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다시 물 속으로 떨어지자, 시드 왕자는 바로 나를 태우러 왔다. 그의 등에 타고 반대편 장치를 노려야 할 때였는데… 이번엔 루타의 공격 패턴이 바뀌었다.



사각 얼음과 함께 둥그런 얼음에, 뾰족뾰족 큰 가시가 돋친 것이 빠르게 우리를 따라왔다. 시드 왕자기 요리조리 고대의 얼음을 피했지만,  얼음 덩어리는 우리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그 얼음을 부수는 건 내 몫이었으므로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했다.



다가오는 얼음구슬을 차례로 시커 스톤의 기능을 쓰던지, 화살로 맞추던지 해서 파괴하자, 시드 왕자는 재빠르게 나를 물줄기 아래로 데려갔다. 아까처럼 다시 물을 거슬러 올라 전기의 화살을 모든 장치에 맞추었다.



그러자, 바.루타가 뿌우우- 엄청난 굉음을 내며 살짝 몸부림쳤다. 시드 왕자는 이 광경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우오오!!! 정말 최고다~~!!!”



바.루타가 번쩍 들고 있던 코를 저수지 아래로 떨어뜨리자 사방에 뿌려지던 비가 멎었다. 하늘이 밝아지면서 짙은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중앙 저수지에 들어와 수면에 흩어졌다.



시드 왕자는 계속 루타를 주시하다가 뭔가 발견하고는 내게 말했다.

“저것 봐! 링크! 루타의 물줄기가 약해졌어!!”



그러더니 바.루타는 다시 큰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가라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수면 위쪽으로 올라오는데, 그 모습을 보던 시드 왕자는 루타 쪽으로 슬슬 가기 시작했다.

“루타가 떠오르고 있다! 네 목적은 저 안에 있지?"


신수 안으로 들어가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루타가 조용해졌고 우리가 가장 가까이 있는 지금이 최적이었다.



시드 왕자는 내게 이렇게 말하고는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나갔다.

"가까이 다가갈게! 잘 처리해줘!"

시드 왕자가 향하는 곳에는 둥글고 평평한 바닥이 있고, 뚫린 문처럼 생긴 곳이 있었다.



시드 왕자는 매우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단 바.루타가 폭주를 멈춘 것만으로도 우리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를 데리고 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링크.. 고마워!"



하지만 한편으로는 루타에 들어가려는 내가 염려되는 눈빛으로 등 뒤의 나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대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인 거지?"



이젠 비가 멈추어서 중앙 저수지의 맑은 물은 반짝반짝 빛났다. 잔잔한 호수 위에 루타는 떠오른 채로 멈춰 있었다. 시드 왕자는 나를 내려줄 적당한 곳을 찾으며 루타에게 다가갔다. 아까부터 봐 두었던 둥근 문 근처에 보니, 가이드 스톤처럼 생긴 장치가 보였다.



"여기서 헤어지자."

시드는 주먹을 다시 불끈 쥐어 보이며 나를 믿는다는 눈빛을 보냈다.

"행운을 빌게.....! 조라의 마을에서 다시 만나자!"



잠시 멈추어 있던 루타는, 내가 오르자마자 더 수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드는 루타가 움직이는데도 멀리 떨어지지 않고, 그를 지켜보는 나를 오랜동안 배웅했다. 루타는 코를 늘어뜨렸지만, 몸체의 대부분을 물 위로 드러낸 채, 햇살을 받고 있었다.



시드 왕자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드디어, 첫번째 신수에 올라탔다. 왠지 긴장이 되어 심호흡을 크게 해 보았다. 바.루타... 미파 공주의 무덤과도 같은 곳....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가논에게서 신수를 되찾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루타에 올라타고 알았지만, 사방에서 코를 알싸하게 만드는 어떤 기운이 돌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것이 재앙 가논의 독기인가? 싶었다.



돌아서서 바.루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저 멀리서 시드 왕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링크!!! 그대는... 최고야!!!!"


고마운 시드 왕자였다. 시드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나는 스스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시드 왕자...고맙다! 누님의 원수는 꼭... 내가 갚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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