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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Feb 01. 2024

조라의 마을을 떠나며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41)


나를 감쌌던 눈부신 빛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조라의 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지만, 신수를 제압하기 위해 떠날 때와 마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우중충하게 비만 내리던 조라의 마을에 햇살이 구석 구석 비쳤고, 조라의 마을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영롱한 기둥들도 아름답게 빛났다.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구석구석 차 있어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신수의 영향력 없이 평화롭고 조용한 조라의 마을. 사실 그 전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잘 몰랐지만, 지금의 풍경만 봐도 본래의 모습은 이랬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다.



시커 스톤에 알림이 떴다.


[ 영걸 미파의 기도 ]

- 영걸 미파의 기도가 깃든 가호의 힘. 쓰러져도 자동으로 하트가 모두 회복되며 부활한다. 하트가 한계치 이상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미파가 마지막으로 내게 전해준 힘.... 생명력을 모두 잃고 기절하듯 쓰러져도, 그녀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관에서 특별 침대를 이용할 때 처럼 생명력이 한계치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니... 미파는 끝까지 나를 지켜주고 싶다는 그 마음을 내게 능력으로 전해주었다.



조라의 마을로 다시 들어가기 전에 리트반과 인사를 나누었다. 리트반은 날이 개었다며 좋아했다.

"간만에 날이 개었네조라! 딸과 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담당 구역을 떠날 수는 없지조라...."



그러더니 리트반은 내게 다시 한번 재앙 가논과 싸우냐 물었다. 또냐고? 글쎄... 사실 100년 전에는 제대로 싸워 보지를 못했으니... 뭐라고 할까 망설이는데, 리트반은 내가 전혀 기억을 못한다면서 100년 전에 재앙 가논과 싸운 것을 잊었냐고 타박을 했다.


리트반의 말대로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냥 웃었다. 그러자 리트반은,

"링크님...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하네요조라..." 라며 탄식했다. 나는 리트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왕의 방으로 다시 갔다.



왕의 방으로 들어서자, 어느 샌가 많은 조라족들이 모여들었다. 도레판 왕은 나를 보자마자 무척 기뻐했다.

"오오, 링크! 잘 돌아왔네! 기다리고 있었어!"



그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모인 조라족들과 신하들에게 말했다.

"그렇게나 거세던 폭우가 거짓말처럼 그치고 이 마을의 위기는 사라졌다네! 하이랄 대지가 물에 잠길 걱정은 이제 없어졌지!"

도레판 왕의 말처럼,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게 되었다. 일을 해결한 이 후련함! 이제 영걸로써의 나 스스로를 조금 자각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신수 바.루타와의 전투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레판 왕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가 물의 신수를 진압해준 덕에 이 조라의 마을은 구원 받았네!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준 그대에게 백성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하지."



도레판 왕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옆의 무즈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링크... 네게 모질게 굴어 미안했다조라. "



그는 정말로 미안한 얼굴로,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즈리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너도 미파님을 생각해주었던 게로군조라....원로원 원로들도 지느러미를 숙여 감사하고있다조라... 우리 노인들 대부분은 하일리아인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군."



다른 원로 조라족들까지 모두 이번 결과에 수긍하며 기뻐하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게다가 하일리아인의 터무니없는 오명(?)까지 없앨 수 있다니 나로써는 그저 보람찰 뿐이었다. 무즈리는 내게 용서를 구했다.

"뻔뻔스럽지만 용서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다조라...."

나는 무즈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즈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용서라고 할게 뭐가 있겠나?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레판 왕은 흡족한 미소를 띄며 이렇게 말했다.

"링크! 그대에게 답례를 해야겠지. "

답례? 아니 .. 벌써 미파의 기도를 받아 나는 더 받을 것도 없는데.... 약간 민망한 기분도 들었으나, 도레판 왕이 가리키는 보물 상자에 눈길이 갔다.



그 상자는 무즈리 옆에 놓여 있었다.

"자, 저 보물 상자 안에 있는 것을 가져가게... 저것은 미파가 쭉 애용했던 유품과도 같은 걸세... 우호의 증표로 그대가 가져가길 바라네. 그리고 부디 오래도록 아껴주게..."

미파의 유품이라니, 무즈리가 아끼고 잘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겠다 싶었다. 부디 오래도록 아껴달라고 하니 마음만은 그러고 싶다만.... 대체 무엇일까?



그러더니 도레판 왕은 내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링크, 그대는 퇴마의 검을 안 갖고 있구려... "



퇴마의 검... 마스터 소드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나도 그 행방이 궁금하던 차인데 혹시 도레판 왕은 아는 것이 있으려나 싶어 솔직히 대답해보았다.

"예전 기억과 함께 퇴마의 검도 잃어버린 겐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나의 대답에 도레판 왕은 깜짝 놀랐다.

"아니! 잃어버렸단 말인가?!"

놀라며 몸을 일으켰던 도레판 왕은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검은 영걸의 리더인 그대만이 다룰 수 있는 검... 잃어버리고 자시고 할 수 있는 검이 아니네... 분명, 이 하이랄 어딘가에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도레판 왕은 내게 이렇다 할 힌트를 주지는 않았으나,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영걸의 리더였다는 것.... 4명의 영걸 외 영걸들의 중심에는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건 내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자였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모든 영걸은 나까지 총 5명이 되는 것이었다.



도레판 왕은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단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전하더니 시드 왕자를 바라보았다.

"링크, 그대의 이번 활약상 조라족 일동,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 있네! 그리고 시드...."



도레판 왕이 시드 왕자를 부르자, 시드 왕자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네가 링크와 함께 신수에 맞서 싸운 것... 아비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짐이 모르는 사이 듬직해졌더구나... 이제 내 후계자로 손색이 없겠어!"

도레판 왕의 큰 칭찬에 시드는 매우 부끄러워했다.



"아.. 아바마마...!"

얼굴을 미처 들지는 못했지만, 시드 왕자... 정말 마음 속으로는 흡족하고 기뻤을 것이다. 그 두 부자의 대화를 보며 나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내게 처음으로 검술을 가르쳐 주셨던 분... 내가 아버지를 처음 이겼을 때 놀라서 나를 쳐다보셨던 눈동자.... 잘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


아버지가 곁에 있다니, 그 순간만큼은 시드 왕자가 부러웠다.



도레판 왕은 시드 왕자를 칭찬하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와 더이상 기쁠 수 없다는 의미로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던 시드 왕자는 나를 돌아보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주먹 올림 인사를 다시 보여주며 나를 치켜올렸다.

"링크~! 정말 최고야!!!"



그렇게 외친 시드 왕자는 갑자기 내 옆으로 와서 두 손으로 나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갑자기 다가와 내 두손을 잡고는 악수를 하며 흔드는 그의 기백에 내 몸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시드 왕자는 내게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링크! 정말 고마워! 아무리 감사를 해도 부족하군! 멸망의 위기에 있던 우리 마을을 바로 네가 구해주었어! 최대한의 감사를 담아...!"



시드 왕자는 잠시 한 박자 쉬고 숨을 들이키더니 나를 보며 우렁차게 외쳤다.

"최! 최! 최! 최고다!!!!"

나는 시드 왕자가 뭐라고 할까 살짝 기대했다가, 그의 순박하다 할 수 있는 찬사에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서로 웃자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조라족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모든 조라족들이 내게 경의를 표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해서 느낄 수 있는, 나 자신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에 - 갈 길은 아직 멀어도 - 이 순간만큼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조라족들이 물러가고 나서 나는 도레판 왕에게, 미파의 일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도레판 왕에게 말을 걸려고 그의 앞에 나아갔다. 그런데, 도레판 왕과 은연 중에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그도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링크...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네. 그대는 물의 신수 바.루타의 몸에서 무사히 생환했지."

보통은 아무나 신수 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임파가 말했는데, 그 사실을 도레판 왕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미파는 돌아오지 못하였어.... "

아... 도레판 왕의 말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는 내가 돌아오면서 미파와 함께 오는 건 아닐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 생환했던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나, 궁금했던 도레판 왕...

"그렇다면 역시... 이미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겐가?"

이미 영걸들은 목숨을 잃었다고는 했으나 도레판 왕은 혹시나, 미파가 신수 안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지는 않았을까 희망을 갖고 있었다.... 또는 어떤 방법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골몰했던 도레판 왕의 부성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간, 미파가 바.루타 위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염려하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말이 나갔다.

"영혼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도레판 왕은 깜짝 놀라며 잠시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 영혼과..."

그리고는 곧이어 나를 독촉하듯 물었다.

"그래서, 미파는...., 미파는 뭐라고 하던가?"



"제가 만난 미파는... 어제까지만 해도 영혼인 채로 신수 안에 갇힌 채 이렇게 계속 있어야 하나 ... 힘들어서 울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신수 바.루타에 기생하는 가논의 몬스터를 처지하자 영혼이 자유롭게 되어 루타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몬스터 때문에 루타 안에 미파의 영혼이 갇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미파의 혼은 제게 생전 자신의 특기였던 치유의 힘을 전해주었고, 이제 100년전 마무리 하지 못했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루타와 함께 있습니다."


도레판 왕은 나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하여 들었다. 나는 미파의 마지막 독백을 도레판 왕에게 꼭 전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제가 신수를 되찾은 후 이곳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미파 공주의 또 다른 음성을 들었습니다. 미파 공주는 도레판 왕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아바마마께 늘 걱정과 폐만 끼쳤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고 ...."



거기까지 이야길 하는데, 그리워하지만 서로 만나지 못하는 두 부녀의 애절한 마음이 느껴젔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내가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도레판 왕은 탄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군... 미파...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는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짐은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구먼...."



그러나 도레판 왕은 한켠으로는 미파의 일을 나를 통해 듣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걸의 사명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파는 영걸의 사명을 다하였네. 그렇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아비로서의 의무라 해야겠지...."



도레판 왕은 다시 나를 바라보며 미파의 마음을 상기시켰다.

"링크... 미파는 그대를 아주 좋아했네... 지금도 분명 그대의 도움이 된 것을 기뻐하고 있음에 틀림없을 걸세."

도레판 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미파는 나를 도울 수 있어 괜찮다고 하였다... 그저 함께 할 수 없음이 아쉽다면 아쉬운... 슬프다면 슬픈...



도레판 왕은 나에게 마지막일 수 있는 부탁을 전했다.

"부디, 그대도 미파를 잊지 말아주게나."

나는 도레판 왕에게 힘차게 대답했다.

"절대,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의 친구이자, 나와 함께 싸워주겠다 기꺼이 나섰던 영걸 미파... 우리가 서로 동지였고 전우였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평생.... 그녀가 내게 품은 마음, 그런 것이 없더라도 말이다.


나의 대답이 흡족했던 것인지 도레판 왕은 기뻐하며 말했다.

"음! 고마운 말일세!!!  그대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군!"



그리고는 헤어지기 전, 도레판 왕은 내게 당부했다.

"링크, 곤경에 처하면 언제든 이 마을을 찾아오게. 우리 일족은 언제든 환영일세! 고맙네 링크... 참으로 고마워..."


사람 일이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으니, 내가 곤경에 처할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일로 보지 않고 좋은 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도레판 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아. 그런데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아까 미처 열지 못한 도레판 왕의 선물이 보였다. 미파가 아꼈다는 유품... 그건 과연 무엇일까? 나는 보물상자 앞으로 가서 뚜껑을 열었다.



...! 그 안에는 광린의 창이 들어 있었다. 미파의 조각상과 함께 있던, 굳건해 보이지만 아름다웠던 창....


[ 광린의 창 ]

- 영걸 미파가 애용하던 우아한 명창. 치유가 특기였던 미파는 창술도 일류였다고 전해진다.


광린의 창을 손에 들고 보니, 미파가 창을 들고 있었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떠올랐다. 아. 한번은... 미파가 조라의 마을 주변에 라이넬이 출몰한다고 해서 잡으러 갔던 일이 있었지.... 그때 괜찮다고 했는데도 미파는 이 창을 들고 부득이 쫓아왔었어... 그 때 라이넬을 제압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다른 몬스터가 나타났던가? 그 순간, 미파가 창을 들어 몬스터를 한번에 퇴치했었지... 그렇게 빠르고 정확한 창술은 본 적이 없어서 놀랐었던 ....


잠시 추억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지나갔다. 그 광린의 창이 내 손에 들어왔다니... 반짝거리며 길이 잘 들어 있는 광린의 창은 미파 뿐 아니라 조라족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는 무기였다. 나는 조심스레 주머니에 광린의 창을 잘 집어 넣었다.



이제 다른 마을로 두번째 신수를 제압하러 떠나야 할 때다. 다음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을까... 지도를 다시 켜고 방향을 확인한 후, 나는 그대로 길을 떠났다. 운명이 나를 어디로 인도할지 궁금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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