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34)
ㅇ월 ㅇㅇ일
세번째 기억을 찾은 후, 여기 저기 탐색하다 드디어! 밝히지 못했던 탑의 위치를 찾았다. 탑은 라넬산 북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하테노 마을에서 무작정 북쪽으로 올라가면 될 것 같았다.
일단 하테노 마을로 다시 돌아가, 소소한 일들을 처리했다. 부족했던 화살과 식재료도 구입했고, 고대 연구소에 가서 시커 스톤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진 나는, 눈만 내리는, 미끄럽고 추운 라넬산으로 향했다. 깍아지른 얼음의 절벽과 암벽 사이로 눈은 끊임없이 쌓여갔다. 시작의 대지에서 잠깐 경험했던 추위는, 추위도 아니었다…
다행히 따끈 요리 몇개를 챙겨두었기에 무사히 라넬산을 넘었다. 라넬산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꽤나 험한 능선을 넘어 패러세일을 펼쳐 내려갔다. 얼마 날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대지는 다시 초록빛이 가득했다. 무성한 숲이 보였고, 절벽 하나를 넘자 물기운이 올라오는지 흙은 푹신했다.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강이 자주 보이는 것도 특이점이었달까? 물이 힘차게, 굽이굽이 흐르는 강들 사이를 바라보는데, 몬스터 기지들도 곳곳에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망원경을 켜서 어떤 몬스터들이 있눈지 살폈다. 번쩍번쩍 햇볕에 등껍질이 빛나는 리잘포스가 두 마리…. 녀석들을 피해 다른 길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갑자기 빠르게 공격해 오는 리잘포스를 한꺼번에 만나면 매우 골치아프기 때문에 나는 긴장하고 빠른 걸음으로 몬스터들을 피하는 방향으로 북쪽을 향했다.
하지만, 강이 나오자 여기저기 솟은 돌산 때문에 붉게 점등된 탑이 보이지 않았다. 탑을 찾아 가는 길이었으므로, 정확한 지도가 없어 거리를 예측하는데 애를 먹었다. 얼기설기 통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꺅~! 거기 당신!!!"
사실 처음엔 나를 부르는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가려고 하자 "잠깐~"이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대체 어디서 부르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는데도 못 찾았다. 나를 찾는 그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는 "강을 봐!" 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어라? 물속에 사람이 있었다.... 물고기같기도 한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종족 같은데... 누구지?
그 물고기같은 사람은 자줏빛 머리에 초록 피부를 가진 특이한 사람이었다.... 사람이 맞겠지? 여하간, 그는 계속 하일리아인을 발견했다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금 다가와서 내게 이렇게 물었다.
"맞지? 당신 하일리아인 맞지?"
뭐.. 사실이 맞긴 하니까 그렇다고 확인을 해 주었다.
그러자 이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부탁을 했다.
"역시! 그럼 나의 시드 왕자님께 가줘!"
시드... 왕자님?
하이랄 왕국은 멸망했으니 그쪽 왕자일리는 없고, 아마도 이 종족의 왕자인 모양인데... 왜 그러는 걸까?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이렇게 물어봤지만, 그 붉은 머리의 사람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라고만 말했다.
그러더니 시드 왕자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저기 조라강 상류! 덜블 다리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부탁해! 그리고 시드 왕자님 이야기를 들어줘!"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 일이긴 한데... 자초지종은 시드 왕자를 만나서 들어라? 그런 이야기인것 같았다.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날 보내줄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물 속에서 서서 이야기를 하는 건가? 키가 무지 크네? 후아... 나는 그 물속 사람을 흘끗 돌아보고는 내 갈길을 갔다. 일단은 덜블 다리고 뭐고, 나는 탑을 찾아서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게 먼저니까.
가는 길에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통이 있길래 썼다. 이걸 쓰면 몬스터들에게 왠지 덜 들킬 것 같아서였다. 처음에는 몬스터가 나를 알아차릴 때 멈추고 했더니 신경을 안 썼는데, 내가 계속 움직이자 이상한 낌새를 채고 쫓아왔다. 아휴... 리잘포스 한 마리가 끝까지 쫓아와서 나무통을 깨 버리는 바람에 정체가 발각되었다. 결국 열심히 전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투를 하다 보니 탑이 있는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탑은 비교적 낮은 산의 정상에 우뚝 솟아 있었다. 다만 문제는 탑으로 올라가는 길에 몬스터들이 계속 배치되어 있다는 것……탑까지는 밤 전에 올라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었다.
탑이 있는 곳까지는 리잘포스들이 계속 서 있는데, 이 녀석들은 밤에 잠도 안 잔다. 그래서 조금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하고 주변을 돌아보다 사당을 하나 찾았다. 그런데... 사당의 불빛 아래 패러세일로 착지를 하고 보니, 거기에는 왠 사람이 있었다.
처음엔 사람이 아닌 줄 알고 뭐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인간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종족이었다. 상체는 매우 긴데 하체는 짧고, 발은 매우 수영을 잘 할 것처럼 생긴... 그러고 보니 아까 물 속에서 내게 말을 걸던 사람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 나는 조라족 토루포! 쭉 너 같은 하일리아인을 찾고 있었거든!"
응? 조라족이라고....? 아....
조라족이라는 말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물이 많은 대지에서 살고 있다는, 물고기를 닮은 종족이 있었지. 그럼 이쪽 지역에 그들의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겠군...
토루포는 조라의 마을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이렇게 하일리아인을 찾는 이유는, 조라의 마을에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시드 왕자와 함께 강해 보이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토루포 역시 시드 왕자가 덜블 다리에 있다면서 위치를 알려 주었다. 매우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다리라서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다리였다. 조라의 마을 이변과 하일리아인은 무슨 관계냐고 토루포에게 물었는데, 자세한 건 시드 왕자에게 물어보라는 말 뿐이었다.
흠... 대체 무슨 일이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신수가 있는 부족의 마을에 어디든 가는 것이 내 목표이기도 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사당을 정복하고, 탑을 밝힌 후에 시드 왕자에게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당에서 극복의 증표를 받고 나오자 상쾌한 아침이었다. 날이 갰다. 사당에서 내가 가야 할 탑은 멀지 않았다. 날이 밝으니 주변이 잘 보여 좋았지만, 탑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몬스터가 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암벽 등반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탑의 왼쪽으로 접근하려고 패러세일을 이용해 그쪽 절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뿔싸! 좀 벽을 타고 오르려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건너편 산등성이엔 비가 안 오는데, 왜 여긴 비가 오지? 짜증이 확 일었다….
비가 그치기를 좀 기다렸다가, 결국 몬스터랑 싸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가는 길의 방향을 틀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탑에 가까이 가니 ‘라넬의 탑’이란 메시지가 떴다. 나는 여기서 전투를 하느라, 무기를 세 개나 소진했다. 크흑.. 부서진 무기에 비하면, 몬스터들의 무기는 공격력이 약하다…
어쨌든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서 몬스터를 잡고, 광석도 캐 가면서 드디어 탑에 올랐다. 마침 비도 그쳐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빠르게 지도를 다운받고, 주변을 돌아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덜블 다리인가 뭔가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 탑 위에 누가 올라와 있었다. 누구지...?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도 조라족 같아 보였다. 하지만 전혀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아서 해가 될 사람은 아닐거라 판단하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는 날 보더니 마치 유령을 본 것처럼 아주 크게 놀랐다.
"으아악 깜짝이야!!!"
처음엔 많이 놀란 것 같지만, 내가 하일리아인이란 걸 바로 알아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를 빠르게 훑어보고는 가슴을 쫙 피며 자기 소개를 했다. 그 포즈로 보아 뭔가 지위가 있는 조라족인가? 싶었는데...
"어흠, 실례! 소생은 조라족 노르라고 하오."
외모로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말투는 완전 할아버지들이 쓰는 것 같은 어투여서 의외였다. 그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귀하는 여행자로 보이오만 어째서 이런 곳에....?"
그는 내가 할 소리를 하고 있었다. 시커 타워에 이렇게 올라와 있다니.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도 아니거늘?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이런 곳에?"
그는 내 대답에 "너무나 예리한 질문이오!" 하면서 허를 찔렸다는 듯이 감탄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시커 타워에 올라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시드 왕자의 이름이 또 나왔다.
"실은 소생... 시드 왕자님과 함께 어떤 사정으로 하일리아인을 찾고 있었소만..."
어이없게도 낮잠이 들었다고 했다.
"깜박 낮잠이 들었다가 엄청난 소리와 진동에 깨어 보니 이런 곳에...."
그의 이야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뭐라고? 시커 타워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가 언제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시드 왕자는 그 시점부터 하일리아인을 찾으라고 조라인들을 풀었고, 자신도 이렇게 나와 있다는 .... 이야기로 이해되었다.
그는 어쨌든 본인이 의도해서 높은 곳에 올라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밑으로 내려가고 싶소만 너무 높아서 어쩌면 좋을지 생각 중이었소..."
노르의 생김새를 보니 수영은 잘할 것 같은데.. 아래가 바로 강이니 뛰어내려도 안 다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겁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노르는 내가 하일리아인이 아니냐며, 다른 조라족들처럼 드디어 하일리아인을 찾은 데 대해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게도, 강 아래쪽을 바라보며 덜블 다리 방향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시드 왕자님, 찾았습니다~! 하일리아인이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시드 왕자가 들을 수 있다고? 설마.... 했는데, 아래에서는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으음... 역시 시드 왕자님께선 소생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소..."
당연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노르는 강으로 뛰어들어야 할지 말지를 다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렸고, 결국 나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소생은 두고 먼저 가시오..."
포즈만 위풍당당한 노르는 엉뚱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조라족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는 패러세일을 펼쳐서 덜블 다리로 내려갔다.
타워 위에서는 햇빛이 빛나고 있었건만 다리 위로 내려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사방이 어두워서 조라족 시드 왕자가 어디에 있다는 건지 ...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리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리 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내 머리 위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어이! 거기 그대!!"
소리가 나는 곳을 올려다보니 다리 장식 위에 있었던, 덩치가 정말 장대한 조라족이 재빠르게 다리 근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왔다. 물 흐르는 빠르기로 몸을 둥글게 돌려 재주넘듯 땅에 착지한 그는 나를 크게 불렀다.
바로 그가 조라족 왕자 시드인 모양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조라족과는 확실히 다른 위용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양팔을 크게 벌리면서 내게 소리쳤다.
"이리 와서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겠어?"
그가 오라고 하는 곳으로 다리를 건너갔다. 그는 나를 보더니 하일리아인을 드디어 찾았다는 투로 말했다.
"오옷! 역시 하일리아인이군!!"
"나는 시드! 조라족 왕자다!!"
그는 나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워낙 간단해서 소개라고 할 것 까진 없었지만... 말하는 투로 보아 성격이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쪽 팔을 올려 주먹을 불끈 쥐고, 반짝거리는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는 곧 내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대의 이름은?"
"링크."
"링크?!"
그는 내 이름을 듣더니 단박에 "좋은 이름이야!" 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왠지 누구에게나 다 좋은 이름이라고 해 줄 것 같았지만... 그런데, 내 이름을 몇번 더 중얼거리더니 턱에 자기 손을 갖다대고는 잠깐 중얼거렸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시드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조금 전부터 쭉 그대를 보고 있었어. 그 몸의 움직임! 전신에서 풍겨 오는 범상치 않은 오라!"
내게서 어떤 특별한 오라를 느꼈다고? 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데, 시드가 내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링크! 그대는 하일리아인 중에서도 강한 전사로군?!"
강한 전사라.... 한때는 영걸이긴 했다... 그러나 아직은,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나는 살짝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니고...."
그런데 시드는 그런 나의 대답을 일축했다.
"아냐! 겸손은 넣어 둬!"
"나는 알 수 있어. 이래 봬도 조라족 왕자니까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 있다구! 나는 줄곧 찾고 있었어. 링크와 같은 강한 오라를 가진 사람을!"
그리고는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시드 왕자가 그렇게 하일리아인을 애타게 찾았는지...알게 되는 건가! 기대의 순간이다 싶어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시드 왕자는 힘을 주어 말했다.
"지금 조라의 마을은 물의 신수 바.루타에 의한 폭우로 존속의 위기에 처해 있어! 도와줘! 그대의 힘이 필요해!"
시드 왕자는 두 손을 불끈 주먹 쥔 채로 부탁했다.
"부디 조라의 마을까지 와주지 않겠어?"
흐음... 신수 바.루타? 어차피 신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조라의 마을엔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 조라족의 생사가 위협받을 정도라니 무슨 일일까 싶기도 하고...시드 왕자의 말에는 왜 하일리아인이 필요한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조라의 마을은 가야 할 일이었다.
내가 바로 알겠다고 하자 시드 왕자는 기쁜 낯빛을 감추지 않았다.
"오옷! 정말인가?!"
그리고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시드였다.
"고마워 링크! 그대는 역시 내가 그리던 사람이군!"
시드 왕자는 곧바로 조라 마을까지 가는 길을 설명해 주었다. 폭우가 계속 내려서 절벽이 젖어 있으니 오를 수가 없다면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그는 방향을 정확하게 가르쳐 주면서 저 길을 따라 가라고 했다.
"폭우 때문에 절벽은 젖어 있어서 오를 수 없지만, 이 길을 따라서 똑바로 가면 마을이 나올 거야!"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 폭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하일리아인인 그대는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어. 마을까지 가는 길이 험난할 거야."
시드는 씨익 웃으며 힘내라고 격려를 해 주더니, 갑자기 잊은 것이 생각났다는 듯 줄 게 있다고 했다.
"이건 내가 응원하는 의미에서 주는 소소한 선물이야! 바로 전기 저항력을 올려주는 물약이지. 하일리아인용 물약이라 그런지 우리 종족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지만, 그대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이야!"
시드는 내게 '일렉트릭 물약'을 건넸다. 일렉트릭 물약을 주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일단 챙겼다.
시드는 자신이 먼저 가서 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조라의 마을까지 가는 길은 물론, 시드 왕자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부탁해!!"
시드 왕자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더니 재빠르게 강으로 뛰어들었다. 정말 '물 만난 물고기'라는 말은 시드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시드 왕자는 곧 물속으로 들어가 매우 빠른 속도로 폭포를 향해 헤엄쳐 갔다. 그리고는 아주 쉽게 폭포를 거슬러 올랐다. 와! 시드 왕자가 물살을 가르며 폭포를 오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왜 시드가 하일리아인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고 했을 때 안타깝다는 투로 말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조라족처럼 헤엄쳐 갈 수 있다면, 정말 조라 마을까지는 금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드 왕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지도를 다시 켰다. 조라의 마을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비가 계속 내리니 그의 말대로 등반은 어려운 일... 왠지, 조라의 마을까지 가는 일도 용사의 시련같이 느껴졌다.
여하간 내가 상대해야 할 첫번째 신수는 바.루타인 셈이 되었다. 과연 조라의 마을은 어떨지...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