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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Feb 27. 2024

추낙 고대 연구소를 찾아서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2)


눈이 한없이 내리는 설원을 지나 다시 대지의 색이 바뀌는 지점에 들어서자, 주변 풍경은 온화한 날씨에 어울리는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순식간에 변했다. 날이 따스하므로 더 이상 리토의 날개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 방어구를 바꿨다. 마린은 평탄한 길만 있다면 알아서 길을 따라 달렸고, 덕분에 나는 마음놓고 주위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북동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사방에 푸르른 나무들이 바싹 마르고, 검은 흙이 드러나는 산길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경사는 점점 심해져, 마린이 자꾸 돌길로 올라가다 이상한 길로 빠지곤 했다. 마린은 튼튼함이 부족한 말이라, 아무래도 버거워하는 것 같아 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말에서 내려 사과 몇 개를 챙겨주고, 혼자 두고 떠나서 좋지 않은 나의 마음을 전하려고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마린을 뒤로 하고 경사가 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붉은 흙과 검은 재가 뒤섞인 땅에서는 열기도 꽤 올라왔다. 북동쪽으로 갈수록 점점 기온이 올라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산 중간 중간에 광상이 많이 등장해, 망치나 무기로 부숴가며 광석을 모으는 재미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설산 옆의 이 지역을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는 이 땅에서는 이전엔 보지 못했던 생물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기온이 변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으나, 특히 많이 보이는 것은 '방염도마뱀'이라는 것이다. 이 도마뱀으로 물약을 만들면, 뜨거운 열을 막아주는 약이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니, 이 지역에서 곧 쓰일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족족 잡았는데, 방염도마뱀은 고고도마뱀 만큼이나 예민하고 재빠르게 움직여서,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잡기가 어려웠다.



가다 보니 이제부터는 지도가 없는 지역으로 들어섰다. 북동쪽에 추낙 지방이 있다는 말만 믿고 그저 계속 그 방향으로만 나아가는데 - 이렇게 커다란 대화석을 만나게 되어 깜짝 놀랐다. 대체 이렇게 거대한 화석이 있다니... 이 생물은 언제적에 활동하던 것일까? 몬스터 종류일까? 아니면 생물일까?


그런데 이 대화석 아래에 몬스터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다섯마리 이상 되는 몬스터 숫자를 파악하고, 괜히 싸움 붙이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 조용히... 지나갔다.



점점 땅이 까만 색으로 변하고 경사는 70도 이상인 것 같은 험준한 산악 지대를 지나자, 얕은 물이 아름답게 빛나는 지역이 나타났다. 여기 물에 몸을 담그니 따끈해서 좋았다. 물속에 있으니 잃었던 생명력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렇다는 건…. 이곳은 온천지대인 것 같은데... 뜨거운 땅에 온천까지 있다면 역시 이 지역의 산에 화산 활동이 있다는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이랄 평원의 탑에서 바라보았던, 북동쪽에 솟아 있는 붉은 기운의 산이 생각났다. 산 정상에서 용암이 계속 흘러내리는 ... 보고만 있어도 타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의 산... 그게 여기겠구나!


상상만 하던 것과 실제 와서 경험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온천수가 여기저기서 솟고, 몬스터들은 불의 속성을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며,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상당하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오는 것 같았다.



온천 지대를 지나 더 동쪽으로 갔더니 높게 솟아있는 독특한 바위 기둥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나무숲이 보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화산 지대에서 더워진 몸이 식었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패러세일을 타고 내려가니 방금 전의 더위는 온데간데없는 날씨가 되었다.


그 와중에 '즈나.카이의 사당'이란 곳에 올라갔다. 산에서 패러세일을 타고 내려오다 착지하게 되어 얼떨결에 쉽게 도착한 곳이지만, 매우 높은 바위 위에 있어서, 아래서부터 올라가려고 생각했다면 꽤나 성가시고 어려운 등반을 했어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 즈나.카이의 사당은 의외로 축복의 사당이어서 기분 좋게 극복의 증표를 받았다.



패러세일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푸릇푸릇 풀이 길게 자란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하이랄 평원도 풀이 참 길게 자라지만 이곳도 마찬가지구나... 달리면서 가끔 검으로 풀을 베며 풀 속에 숨어 있는 생물들을 찾는데, 여기서는 예상보다 생물들이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길을 지나는 행인을 만났다. 퍼질이라고 했던 그는, 나에게 '고대 병기.화살'을 아느냐고 물었다. 마구간 테리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너도 아는구나' 라는 표정으로, 가디언을 한 방에 물리칠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그 가디언을 글쎄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는 엄청난 무기래. 추낙 지방에서는 유명하니까 ... 무슨 연구소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퍼질과는 그 정도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도가 없으니 그저 동쪽으로만 계속 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밤이라 시야도 잘 안 보이는 가운데 - 어떤 행인이 몬스터와 싸우고 있어서 그를 도와주었다. 몬스터를 해치우고 나서 보니, 예전에 다른 곳에서 만났던 차비라는 여자였다.


차비는 내게 또 도움을 받게 되어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또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이거 별 거 아니지만, 답례야. 받아가."



차비가 준 것은 또 몬스터엑기스였다. 아무리 봐도 색이 참 묘한 보랏빛을 띄고 있어 그다지 느낌은 좋지 않은데... 아직 지난 번에 준 엑기스도 써 보지 않아서, 차비가 주장하는 효능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차비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계속 몬스터숍의 킬튼을 만나지 못했다며 침울해했다. 킬튼이 나타난다는 장소는 추낙의 무슨 바위? 까지는 안다는데... 거기가 어딘지 모른다고 했다. 나도 지도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중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았다. 습지같은 지형이 꽤나 넓게 펼쳐져 있는데... 거기에 ... 멈춰 있는 가디언의 수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흩어져 있었다.


아직은 가디언의 대비책이 미약한 상황이므로, 함부로 저곳에 내려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잔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아직 작동하는 가디언도 몇은 섞여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동쪽으로 자꾸 가다 보니 드디어... 마구간에 도착했다. 동추낙 마구간! 지명을 보니 드디어 추낙지방에 왔구나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마구간에서 쉬어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들떠 있는데, 이 마구간에는 좀 특이한 사람이 있었다.


병사의 창을 들고 나와 비슷한 투구를 쓴 그는, 꽤나 전투가 몸에 익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호스타라고 소개하며, 주변을 경호하고 있다고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이 주변을 경호하는 호스타라고 합니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말이나 행동에도 절도가 배어 있는 그는, 군인같아 보였다. 무엇 때문에 이 주변을 경호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런데, 최근 뒤숭숭하지요!"

"그래요?"

뒤숭숭하다니.... 추낙에도 마을이 있을까? 여기에도 신수가 있어서 그런 일이 있는 걸까? 궁금증이 여럿 생겨 나는 호스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듣자하니 최근 킬튼이라는 섬뜩한 놈이 출몰한다고... 합니다. 그놈은 몬스터숍을 경영하며 밤마다 리어카를 끌고 주변을 배회하여... 그 해괴한 모습에 인근의 주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혹시... 킬튼... 모르십니까?"

킬튼이라면, 여기 오다 만났던 차비가 찾는 인물... 하지만 난 만난 적 없으니 모른다고 했다.



내가 잘 모른다고 하자, 호스타는 살짝 실망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씩씩하게 말했다.

"그러시군요... 그럼 그러한 자를 발견하시면 상세한 모습을 제게 알려 주십시오! 구태여 찾으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킬튼의 상세한 모습을... 부탁드립니다!"


흠.... 상세한 모습? 몽타주라도 만드려고 그런 건가? 일단은 호스타의 말에 알겠다고 했다.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더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바로 칸기스 할아버지였다. 이제는 이분을 뵈면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 칸기스 할아버지도 나를 보면 그러한 것 같다.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내 앨범 속 사진의 장소를 알려줄 수 있다고 하기에 시커 스톤의 앨범을 보여 주었다. 할아버지는 여신상이 서 있는 사진을 보더니, 이 장소가 여기서 가깝다고 했다.



"... 여기는! 여기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북추낙 평원에 있던 유적이 이런 곳이었을 거야..."

지도가 없으므로 할아버지가 일러 주는 방향을 정확하게 기억하려고 애썼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요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동추낙 마구간 주변에는 '카추.토사의 사당'이 있었다. 여기는 보주를 쳐서 보내는 장치가 있는 사당이어서, 집중력이 꽤나 필요했다. 생각보다는 시련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구간에서 추낙 고대 연구소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냥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고 하기에 풀이 수북하게 난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올랐다. 한참 달리다 보니 눈앞에 뭔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저긴가보다!' 하고 달려가는데, 산비탈길 옆에 멈춰 있던 가디언이 갑자기 작동했다! 앗...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가디언이 빔을 뿜으며 나를 조준하기에 가지고 있던 고대 무기로 일단, 공격을 했지만 생각보다 공격력이 약해 고전했다. 폭탄화살을 몇 개 썼지만, 가디언의 빔을 피하기 어려웠다. 주변 풀이 불에 타올라 상승 기류를 타고 패러세일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 기회다! 나는 공중 점프하며 테리에게서 받은 고대.병기 화살을 장전하고 쏘았다. 고대 병기의 화살은 평소에 그냥 보기엔 앞 부분이 뭉툭하여, 이게 무슨 화살이람 싶었는데.... 막상 시위에 활을 거니 앞 부분의 둥근 부분이 열리며 고대의 칼날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헛! 조금 놀랐지만 그대로 화살을 쏘니 가디언의 눈 중앙에 맞았다! 그러자....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디언의 눈에 명중할 때 푸른 원을 그리며 에너지 반응을 보인 화살은 그 힘으로 가디언 자체의 에너지를 소멸시켰다. 그러자 가디언은 동작의 근원을 잃게 되어, 스스로 폭발했다.


고대. 병기의 화살...정말 대단한 무기이긴 하구나! 감탄과 동시에 전투가 끝나자,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감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휴... 겨우 살았다. 정말, 가디언은 상대하고 또 상대해도.... 긴장하는 정도가 나아지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 썼다던 방패 기술의 힌트라도 알아야 할 텐데....



추낙 고대 연구소 앞으로 갔더니 헉... 깜짝 놀랐다. 연구소 앞에는 가디언의 잔해가 꽤 많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저절로 긴장되었다. 방금 움직이는 가디언을 부수고 와서 그런지,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 가디언의 잔해 중에서 왠지 움직이는 가디언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가디언이 부서진 잔해가 많다니... 이건 다 연구의 결과인가? 아리송했지만, 가디언 잔해에서 긁어 모을 수 있는 고대 소재는 최대한 많이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일이, 낡아서 이젠 빛이 바랜 가디언 잔해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테리가 로베리에 대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정말 이상하고 괴상한 걸 만들지만, 강한 고대 무기를 보유한 곳이 추낙 고대 연구소라고... 연구소 문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멋진 무기가 안에 얼마나  나 많을까? 나는 애써 심호흡을 하고 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여기서라면 가디언 처치 전법을 알려 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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