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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Feb 29. 2024

가디언 전문가 로베리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3)


기대감에 연구소 대문을 벌컥 양쪽으로 젖혔는데, 눈 앞에는 처음 보는 항아리 같이 생긴 것이 있었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은 없었다. 둥그런 홀 가운데 육각형의 단이 있고, 그 위에는 푸른 빛을 내고 있는 이 둥그런 기계 뿐이었다.



연구소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기대했던 것과는 정말 달랐다. 고대 기술을 활용하여 병기를 만드는 곳일 거라 막연히 상상했는데, 책이 정말 많을 뿐... 어디 구석에도 무기를 전시해두거나 하는 건 없었다... 완전 실망했다.



약간 호리병같아 보이기도 하는 기계에 가까이 갔더니 뭔가 소리가 났다. 그런데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뭘 건드려서 작동시켜야 하나? 생각하며 앞에 놓인 물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데, 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쉰 소리가 들렸다.



"Hey You...!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그 소리에 뒤를 슬쩍 보았다. 시커족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어느 새 들어와 있었다.



프루아도 이마에 늘 끼고 있던, 이상한 안경 같은 걸 쓴 키작은 남자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놀라면서 안경을 추켜세우고 좀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사람이, 로베리겠지? 그는 항아리 기계 옆으로 가더니 나를 바라보고 이렇게 물었다.



"You... 설마... 링크?"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가 링크라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링크라면, 링크에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시커 스톤을 보여주면 될까 생각했지만, 로베리는 그걸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카리코 마을의 시커족은 이 '시커 스톤'만 보고도 나를 그 검사로 인정했는데, 로베리는 확실히 달랐다.



"어흠.... You가 정말 링크라면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그런데 어떻게 You가 진짜 링크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턱에 손을 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100년 전에 생긴 몸의 상처라도 보면, 진짜 링크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텐데."


?!? 100년전의 상처.... 흉터가 한둘이 아닌데 그걸 보면 알 수 있다고? 어찌 아는 거지?



어쨌든 몸의 상처를 봐야 나인줄 알 수 있다 하니 할 수 없었다. 나는 회생의 사당 이후 처음으로 방어구를 모두 벗고 로베리 앞에 섰다.



나의 벗은 몸을 보더니 로베리는 놀랍게도, 내가 재앙에서 얻은 상처와 지금 내 몸의 흉터들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살이 차올랐지만 100년 전 YOU가 재앙에서 얻은 상처와 일치하는군."


100년 전의 일인데 그는 어떻게 내 상처를 ... 기억하는 거지? 이 사람도 회생의 사당에 왔었나? 흠.... 갸우뚱하고 있자, 로베리는 나를 링크라고 인정한다고 했다.


"흠... YOU를 REALLY 진짜 링크라 인정하지."



그러더니 새삼스럽지만 자기 소개를 하겠다고 말하더니 가슴을 쫙 펴고 다리도 약간 더 벌렸다.

"ME는 가디언 연구의 제1인자로서 이 추낙 고대 연구소의 소장...."



"... DOCTOR 로베리!"

흠.... 프루아는 체키체키를 하더니, 로베리는 엉뚱한 포즈를 취하는 걸 좋아하나보다. 한쪽 손의 검지를 하늘로 찌른 채로 자신의 소개를 하는 로베리도 특이하다...



로베리는 자기 소개를 마치더니, 나에게 용하다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 YOU... 용케 혼자서 이런 외진 곳까지 찾아왔군."



그러더니 프루아를 만났냐고 물었다.

"그럼 프루아 할멈과 만나 HER... 그녀의 힘을 빌렸겠지?"

할멈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다. 사실 할멈이 맞긴 한데... 겉모습은 어린애니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나보다 싶어 로베리에게 말해주었다.

"프루아는 어린애예요."



그랬더니 로베리의 반응은 .. 터무니없었다.

"하항? 프루아에게 아이가 있다고?"

"그게 아니고.. 프루아는 회춘했어요."



로베리는 안경을 잡고 깜짝 놀랐다.

"뭐?! 프루아 자신이 회춘해.... 어려져? REALLY? 진짜로?"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직접 본 나는 그 전의 모습을 모르니 ... 놀라고 자시고가 없었지만. 로베리는 프루아 할멈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꽤 놀랄 거다.

로베리는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대략 이랬던 것 같다.

"흐으으음... 그 막무가내인 면은 여전한가 보군...."



그리고 프루아를 잘 안다는 걸 증명하듯 말했다.

"OK...뭐어, 그 프루아이니 아마 인체 실험에라도 실패한 거겠지..."

빙고! 정답이다. 보지 않고도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면... 로베리는 프루아의 부하라고 했지만, 같이 연구를 했던 세월이 적지 않았나보다 ...



프루아 이야기는 그쯤 하고, 로베리는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YOU는 그 재앙이 또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

"... 알아요."



안다고 하자, 로베리는 말을 아끼고 싶은지 자신들의 사정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냐 물었다. 하지만, 나는 로베리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로베리는 알겠다고 하더니, 목청을 가다듬었다.



"WE들 시커족 연구자의 목적... 그건... 시간을 넘어 부활하는 재앙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는 것이야. 특히 이번엔 재앙의 포로가 된 젤다님도 구출해내야만 하지. WE들의 연구는 간신히 완성되었지만, 재앙을 쓰러뜨리기엔 너무 나이를 먹었어..."



그런데 갑자기 로베리는 "BUT" 이라 하더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WE들이 살아 있는 동안 YOU.. 링크가 깨어나 주었지. "



그리고는 목청을 높여서 때가 왔다고 외쳤다.

"THE TIME HAS COME!!! 때가 왔어!!! YOU! 지금이야말로 WE들 시커족과 힘을 합해, 재앙을 쓰러뜨리는거야!"

로베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처럼 한손 하늘 찌르기 포즈를 보이며 힘차게 소리높여 말했다.

"좋아요."



내가 동의하자 로베리는 기분이 좋았는지 웃으면서 기합을 넣었다.

"우오오오!! 그래~~ YOU와 ME가 협력하여 재앙을 쓰러뜨리는 거야!!!"



"그런고로... YOU.... 서론이 길어졌지만, ME는 고대 병기를 제공하고자 해. "

고대 병기!!! 드디어 이야기를 시작하는군. 왠지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렸다.



"BUT 하지만 말이지? 그 고대 병기를 만들어 줄 체리... 아니, 시커 레인지의 컨디션이 나빠서... 하아.. 또 고대 가마에서 푸른 불꽃을 가져와야...."


그리고는 로베리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여기도 하테노 고대 연구소처럼 고대 가마의 푸른 불꽃 이슈가 있군... 나는 로베리가 풀죽은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 얼른 방어구를 착용하고 로베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체리... 아니, 시커 레인지의 컨디션이 나빠. 고대 병기 제작은 IMPOSSIBLE...불가능해."

큰일이긴 하다. 아마도 푸른 불꽃이 없어서 시커 레인지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는 소리 같은데.. 그럼 고대 가마를 찾아야겠군.



"고대 가마... "

내가 말을 꺼내려 하자, 로베리가 고대 가마가 뭔지 알려주었다.

"고대 가마란 말하자면, 에너지의 집합소라 할 수 있지."

에너지의 집합소.... 그 푸른 불꽃이?



로베리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여기서 서쪽의 단푸 대지에 있는 그곳의 푸른 불꽃을 바깥의 가마에 붙이면, 체리... 아니, 시커 레인지의 컨디션도 회복될 거야. BUT 이제 내 나이로는 산을 넘어 강을 건너기란 보통 일이 아니라... 아내는 아내대로 체리를 질투해서 푸른 불꽃을 가져와 주지 않고 있어...."



흠... 그렇다면 이 시커 레인지라는 기계(체리)는 가이드 스톤에 푸른 불꽃을 붙이듯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아내는 누구고, 질투는 또 뭐지....? 도통 아리송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로베리에게 이번에는 체리에 대해 물어보았다.


"체리는... 아니, 시커 레인지는 고대 병기를 만들기 위해 ME가 만든 기계야. 제법 PRETTY... 귀엽지?"



그런가? 흠.. 뭐... 귀엽다고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로베리는 체리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신난 듯 떠들었다.


"ME의 FIRST LOVE... 첫사랑의 이름인데 아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말야...[체리]라고 부르면 화를 내서, [시커 레인지]라 부르도록 하고 있지."


아하. 첫사랑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엔 고대 병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푸른 불꽃을 붙이면, 이 시커 레인지가 만들어내는 고대 병기란 건 무엇인지...



"고대 병기는 WE들 시커족이 개발한, 고대의 힘을 사용한 장비이지. 고대 병기의 제작법은 EASY...간단해. 가디언이 떨어뜨리는 고대 소재와 루피를 ... 체리, 아니 시커 레인지에 던져 넣는 것 뿐이지. "

그는 루피를 넣어야 한다는 말을 할 때는 목소리를 매우 낮추었다.



내가 로베리에게 원한 대답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대 병기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쓰는지... 그런 걸 물어본 건데 그는 체리.. 아니 시커 레인지를 일단 회복시켜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그럼 일단 회복시키고 나서 보던지 ...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나는 불꽃 누가 안 붙여주나 한탄하는 로베리를 뒤로 하고, 단푸 대지라는 곳에 있는 고대 가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도도 없이, 단푸 대지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지역의 지도를 먼저 얻어야할텐데...



로베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선 후, 추낙 고대 연구소 여기 저기를 둘러봤다. 혹시 뭐 다른 단서는 없을까 싶어서... 그러다 연구소 한 구석에서 아주 흥미로운 기록을 발견했다. 이른바 로베리의 회.고.록? 여기에 혹시 내 기억과 관련된 일이나, 뭔가 연결된 정보가 있을지 몰라! 나는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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