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엘리 Mar 07. 2024

날아라, 볼슨 건설?!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5)


ㅇ월 ㄷㅊ일 (며칠 일기에 날짜를 또 쓰지 않았군)


로베리의 회고록을 다 읽은 후, 추낙 지방의 탑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한 나는,  탑이 잘 보이는 장소를 찾으려고 일단 높은 곳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계속 비가 내리고 날이 좋지 않아서 등반을 할 수가 없었다.


추낙에는 의외로 산 보다는 너른 들판이 쫙 펼쳐져 있는 곳이 많았다. 앞에도 풀, 뒤에도 풀... 길게 자란 수풀 속에서 풀을 검으로 헤쳐가며 달리다 보니 로베리의 회고록에서 읽었던 내용이 실감났다.

'추낙 지방에는 아무것도 없다더니 정말... 없다. 뭐가 없다...'



어제밤에는 탑을 찾으며 길을 헤매다가 스탈호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스탈 보코블린과 전투가 붙었다. 본의 아니게 보코블린을 멈추게 하려다 보니 스탈호스 엉덩이를 때리게 되었는데... 그 김에 바닥에 떨어진 보코블린을 쓰러뜨리고 나자 스탈호스가 정처없이 헤매고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공격하다 보니 스탈호스 엉덩이를 때리게 되었으므로 스탈호스가 주인을 잃고 멍하니 있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탈호스라면 사실 몬스터이긴 한데...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얼른 올라타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 금새 말을 잘 들어 깜짝 놀랐다. 가자는 대로 이리저리 잘도 달렸다. 스탈 호스 등 위에서 길을 달리며, 이렇게 착한 말은 전생에 어떤 말이었을까....  생각했다.



스탈호스를 타고 한참 달리다, 멀리 보이는 불빛을 살펴보려고 스탈호스를 놓아주었다. 마침 비까지 내려 시야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달리다가는 어디가 어딘지 더 모를 것 같았다. 불빛에 가까이 가려는데, 데 하마터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자세히 보니 좁은 길 하나가 건너편 불빛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좁은 길을 달려가는데, 어떤 하일리아인이 나를 제치고 그 불빛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비가 오니 그도 급하게 비를 피하려고 불빛을 향해  가는건가 싶어 말을 걸었다.

"난 떠돌이 요리사 머츠.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어."



여러 직업의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요리사는 처음 본다. 요리만 주로 하는 사람인건가...? 그는 뭔가 투덜거리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사지 않겠냐며 제안했다. 요리사니까 식재료는 잘 알겠지 싶어 가지고 있는 게 뭔지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뭐.. 대단한 식재료를 들고 있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종류는 몇 개 되지도 않고 갯수도 한두개 뿐... 조금 실망해서 구경만 하고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기억해 달라며 또 만나자고 하더니 불빛을 향해 뛰었다. 나도 그 옆에 나란히 뛰었는데 - 가까이 가보니 그건 마을 입구처럼 보이는 문이 있었다. 멀리서 보였던 불빛은 저 대문에 걸린 등이었던 거다.



내가 도착한 마을은 '시자기 마을'.

마을이라니! 그럼 여기에도 신수와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일이 쉽게 돌아간다 싶어서 조금 신이 났다. 일단 마을이라면 쉬어 갈 수도 있을 테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마을에 들어섰는데, 어라....? 마을 안에 아무 것도 없다....



시자기 마을 안으로 들어오니 그렇게 내리던 비가 신기하게 그쳤다. 그건 좋은데, 여기저기 돌아봐도 상점도 없고... 집은 하나 덩그러니 있고... 사방엔 바위 뿐이다...


그런데, 그 바위 사이를 돌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이 사람.... 어디서 봤더라?



그에게 말을 걸었더니, 그도 나를 알아본다.

"아아, 또 만났구나."

그런데... 기억을 잃은 후에 만난 사람인데 ... 나는 어째서 기억이 안 나지?

"누구셨더라....?"



"볼슨 건설의 목수, 허드슨이다."

"..아! 생각났어요!"


그러고 보니 허드슨... 지난 번 하테노 마을에 들러서 내 집에 대한 값을 치를 때, 마지막으로 봤었지. 어디로 전근 간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 때의 일을 떠올렸다.





허드슨을 다시 만났던 것은, 볼슨 사장이 부탁했던 장작 30개를 구한 뒤의 일이었다. 아마 ... 하테노 요새를 갔다가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가던 길이었을 거다. 하테노 마을 근처를 지나가다 장작을 전해줘야겠다 생각이 나서 볼슨 사장을 만나러 나의 집쪽으로 갔다.


나는 볼슨 사장에게 장작 30개를 주었고, 마침 주머니에 3,000루피도 있었기에 집값도 치뤘다.



볼슨 사장은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그럼 진짜로 3,000루피 가져간다? 남자가 두 말하기 없기야?"

".. 낼게요!"



그는 돈을 받더니 흡족하게 웃으며 "남자답다!"고 나를 칭찬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돈을 빨리 준비했다면서, 그렇게 집을 빨리 마련하고 싶었냐고 물었다.

"뭐....꼭 그런 건 아니긴...했는데..요... "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더듬거리자, 볼슨 사장은 그냥 웃더니 다음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이번에 허드슨에게 추낙 지방 개척을 맡겼어."

"개척요?"


개척이라니... 뭔가 새로운 걸 만든다는 이야기인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뭘 의미하는 건지는 정확히 몰랐다.



볼슨 사장은 이제 그 때가 되었다면서, 출발하는 허드슨에게 한마디 해 주라는 말을 했다.

"슬슬 출발하라고 해야 할 것 같아. 너도 허드슨한테 한 마디 해줘."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흠... 일단 허드슨에게 가서 어딜 가냐 물었다.



"그런데.. 저 집, 네가 산 건가?"

허드슨은 나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옆의 집을 내가 산 게 맞냐고 확인했다.

"네."

분명 아까 볼슨 사장에게 값을 치르는 걸 봤으면서 또 물어보네. 약간 어리둥절한데, 허드슨이 입을 열었다.



"젊은 친구가 제법이군..."

뭐... 외관상으로는 젊어 보여도 사실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정도는 아니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낡은 집이라고 해도 삼천루피에 집을 사는 건 순전히 볼슨 사장의 배려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럼, 나는 슬슬 이곳을 떠나려 한다."

"왜죠?"

"전근이다."

"전근...."



허드슨은 전근에 대한 일을 설명해 주었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볼슨 건설이 곧 사업 확장을 한다."

"굉장하네요...!"

사업 확장이라 ... 그럼 어디 다른 곳에 가서 큰 건물을 짓는 건가?



허드슨은 굉장하다는 나의 감탄에,

"그 정도는 아니고"

라고 나처럼 맞받아쳤다. 그 말에 모두들 웃었다.

나는 다시 허드슨에게 어디로 가느냐 물었다.



이제서야 허드슨은 대답을 해 주었다.

"여기서 북쪽에 있는 조라의 마을보다 더 북쪽... 추낙 지방이다."

"... 너무 머네요."



허드슨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나는 북쪽에 조라의 마을이 있는 것도 당시엔 몰랐는데, 거기보다 더 북쪽이라면 ... 어딘지 잘 모르겠으니 그저 먼 것이라고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멀기는 먼 거리다. 정말....

"뭐, 그렇지..."

허드슨은 별 생각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힘내세요!"


볼슨 사장이 내게 한마디 하라고 한 건, 멀리 떠나는 허드슨을 위해 격려를 하라는 뜻이구나.. 그래서 힘내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허드슨은 벌떡 일어섰다.

"그래. 자... 아쉽기는 하지만 슬슬 가야겠군... 너도 시간이 나면 추낙 지방으로 놀러 와라.  안녕히...! 잘 지내고... "



그 말을 끝으로 허드슨은 저벅저벅 걸어서 길을 나섰다. 길 떠날 채비는 알아서 하는 건지, 정말 그대로 떠나버려서 나는 좀 놀랐었다. 카슨, 볼슨, 그리고 나는 허드슨이 그렇게 다리를 건너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그 마지막 만남을 떠올리며, 허드슨에게 하테노 마을에서 전근 간다고 했던 일에 대해 말했다.

"그때 하테노 마을에서 전근 간다고 했었죠? 기억나요."

"나도야."

"근데.. 여기서 뭐 해요?"



허드슨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 주었다. 마을을 만든다고???

"지시가 내려와서 여기에 마을을 만들게 됐거든. 마을 이름은... 시자기 마을이야."

"시자기 마을.... 좋은 것 같아요!"

왠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는 이름 같다. 사실 나는 이름이 뭐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기에 마을이 생긴다니, 이곳은 신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런데 허드슨은 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것 저것... 아무래도 할 일은 많은데... 진척이 잘 되지 않아서..."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주변을 쭉 둘러봤다. 사실.. 허드슨 혼자서 마을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언제 부터 작업했는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이만큼 한 것도 대단하게 보였다.



그는 회사의 재고가 무척 부족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재고로는 집 한채면 모를까, 마을을 만들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아."

음... 볼슨 건설이 건축 자재를 막 쌓아 놓고 일하는 건 아닌가... 부족하다면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허드슨에게 다시 물어봤다.

"예를 들자면 뭐가 있을까요?"



허드슨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사람, 물건, 돈이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마도 허드슨은 내가 볼슨 사장에게 장작을 갖다준 걸 봤으니 말을 꺼냈나보다 싶었다. 장작 정도라면 얼마든지! 싶어서 도와주겠다고 허드슨에게 말했다.

"뭐...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줄게요!"



그런데 허드슨은 내 짐작과는 다르게 말했다.

".... 관둬. 득 볼 게 뭐가 있다고."

허드슨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내가 득을 볼 일은 없다. 그러나 진중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허드슨(왠지 그런 느낌)을 도와주고 싶었다. 뭐랄까... 젤다 공주가 힘을 누르고 있긴 해도, 재앙 가논이 강림하여 암울한 하이랄 왕국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을이 생긴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니까...!


사람들이 작은 평화를 새롭게 이어갈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그것도 '아무 것도 없는' 이 추낙 지방에!


 

"상관없어요. 도와줄게요."

그러자 허드슨은 조금 놀라더니 고마워했다.

"고맙다...."



그러더니 자신이 당장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럼 바로 본론이다만, 사람을 부르려면 살 집이 필요해. 그러니 장작 묶음 10개 가져와 줄래? 그것만 있으면 회사 재고와 합쳐 새 집을 지을 수 있을 거야."

장작 10개라면 일도 아니다. 나는 당장 알겠다고 하고 시자기 마을을 나가서 주변 나무를 베어 왔다.



내가 도착하자 허드슨이 물었다.

"장작 묶음을 10개 가져왔니?"

"가져왔어요!"

막상 장작 묶음을 보여주니 좀 미안했는지, 자신이 가져가도 되냐고 한번 더 물어보는 허드슨. 참 착한 사람이다 싶었다. 얼마든지 그러라 하니 고마워했다.



그 다음, 허드슨이 부탁한 일은 사람 찾는 일이었다.

"자.. 그 다음은... 이 주변의 바위를 치워서 토지를 만들고 싶어. 그러니 바위를 부술 수 있을 만한 팔 힘이 팔힘이 강한 녀석을 찾아와 줄래?"

"팔 힘요?"



팔 힘이 강한 사람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아 허드슨에게 물었다.

"강한 팔 힘이라 하면.. 고론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렇게 일이 잘 풀릴지..."

그도 역시 비슷한 점을 걱정하고 있구나.



그러더니 잊고 있었다는 듯 허드슨은 '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참. 볼슨 건설의 방침에 따라 이름의 마지막이 '슨'으로 끝나야 해."



볼슨 사장은 왜 그런 방침을 정했을까? 지난 번에도 카슨에게 들었지만... 참...

"이 세상 어딘가에 그런 녀석이 있다면, 이 시자기 마을로 와 달라고 전해 줘."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가야 할 마을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전 세상 돌아다니는 일이 내 일이니 찾을 수 있을 거다...



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마을 안에는 비가 오지 않는 신기한 곳. 시자기 마을.

나는 허드슨과 이야기를 마친 후 미뤄 두었던 요리도 했다. 허드슨이 불을 피워 두어 따끈하게 뎁혀진 냄비에선 척척 요리가 잘 되었다. 이것 저것 시도하다 새롭게 발견한 요리도 있었다. '원기 벌꿀 사탕'은 나무에 달린 벌집만 넣고 요리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사탕이 되어서 진짜 놀랐다. 아. 달콤한 냄새가 은은히 풍겨 먹고 싶은 것을 참기 어려웠지만! 스테미나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아이템이므로 아껴두기로 했다.



요리를 끝내고 돌아보니 다른 건 없어도, 하일리아의 여신상도 있었다.

왠지 새롭게 생기는 이 마을에 하일리아 여신의 축복이 내려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드슨이 지어둔 집이 하나 있어 안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왠만한 가재도구가 다 갖춰져 있는, 좋은 집이었다. 나도 다음에 하테노 마을 우리 집을 이렇게 꾸며야겠다...!


집에서 나와 마을 주변을 둘러보니 밝은 날씨 덕에 탑이 있는 위치를 발견했다! 다음 목표는 저기다. 저 탑부터 일단 정복하고 나면, 단푸 대지로 갈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내가 가야 할 탑이 다른 지역보다 꽤나 높아 보인다? 흠.... 일단 여기서 좀 쉬면서 어떻게 갈 건지 생각을 좀 해 보자......


이전 24화 로베리의 회고록을 읽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